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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400억 전세사기 피해 막은 경찰, 어떻게 가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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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일당, 서울·경기 등지서 신축빌라 매입
건축주-임차인 계약 중개…이후 '무자본 갭투자'
경찰, 조직적 전세사기 판단…'범단' 적용
전세만기 전에 수사 나선 경찰…대형 피해 막아
피해자 120명 상당수 보증금 반환

연합뉴스연합뉴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던 지난 2022년 A(30대)씨 일당은 서울과 경기, 인천 등지의 신축 빌라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건축주에게 임차인을 중개해주겠다고 접근한 뒤, 건축주와 합의한 금액보다 높은 금액에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예를 들어 건축주에게는 1억6천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고 속이고, 실제로는 2억원에 계약함으로써 4천만원의 차익을 챙겼다.

이후 이들은 곧바로 건축주로부터 해당 부동산에 대한 권리를 이전받았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건축주들 역시 그들의 요구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미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은데다,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는 빌라를 처분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였다. 이같은 방식으로 A씨 등은 100여채를 차례로 매입해 나갔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지난해 5월 이들의 행태는 경찰의 수사 레이더에 잡혔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A씨 일당이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의사나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 전세사기 혐의로 최근 검찰에 넘겼다.


'조직적 전세사기' 판단…경찰, '범단' 혐의 적용


1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최근 사기 및 형법상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총책 A씨 등 2명을 구속 상태로 송치했다. 또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인 등 127명을 불구속 상태로 함께 검찰에 넘겼다. 범행에 가담한 임대업자와 바지사장 등 5명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A씨 등은 2022년 1월부터 9월까지 서울 강서와 경기 안산·용인·부천, 인천 부평·미추홀 등 수도권의 신축 빌라를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매입한 뒤, 임차인 120명의 전세보증금 352억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건축주가 사전에 정해놓은 보증금보다 많게는 5천만원가량 웃돈을 얹어 임차인들에게 받아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은 이런 계약을 담당한 공인중개사 등 120여 명에게 초과 수수료로 40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공인중개법상 중개사는 정해진 법정 수수료를 초과해서 받아선 안 된다.

특히 경찰은 A씨 일당이 사전에 범행을 모의한 정황도 확인했다. 또 임차인이 전세계약을 맺은 당일에 곧장 건축주로부터 해당 호실의 소유권을 넘겨받는 등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대규모 전세사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라며 "송치한 혐의자 외에도 추가 범행 여부를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만기 전'에 수사 착수…대형 피해 막았다



이번 사건은 기존의 전세사기와는 달리 계약만기가 도래하기 전에 수사가 이뤄지면서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경찰은 지난해 5월 A씨 일당에 관한 첩보를 입수했다. 임차인들의 전세계약 만료까지 7개월여가 남은 시점이었다.

통상 전세사기 사건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들이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 고소·고발을 벌이며 시작된다. 때문에 임차인들이 사태를 수습하려 해도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선 경찰의 수사 상황을 확인한 임차인들이 즉각 대응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한 임차인 117명 중 상당수는 법원으로부터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받아 HUG에 제출, 보증금을 반환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교적 이른 시점에 수사가 이뤄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HUG의 보험은 2년 전세계약을 맺을 때마다 재가입을 해야 하는데, 경찰의 수사가 늦어졌다면 임차인들이 보증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었던 것.

아울러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전방위 수사를 벌이자 A씨 일당은 HUG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일부 임차인에게도 보증금을 반환했다. 사건 피해자 김모(27)씨는 "보험을 가입해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포기 상태에 우울감까지 있었다"라며 "경찰의 수사 덕분인지, 나같은 일부 피해자도 보증금을 찾을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범죄 수익금 352억원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을 하는 한편, 또다른 사건 관련자의 추가 공모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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