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신경수·한영희 두 기록자의 '세월호' 기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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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년의 기억과 흔적 들여다본 두 감독 <하> 각자의 세월호, 우리의 세월호
세월호 참사 10주기 영화 프로젝트 '목화솜 피는 날' 신경수 감독, '흔적' 한영희 감독

[EN:터뷰]두 감독이 기억하는 세월호, 기억해야 할 세월호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목화솜 피는 날' 신경수 감독(왼쪽)과 한영희 감독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제작사 연분홍치마 사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세월호 참사 이후 10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목화솜 피는 날' 신경수 감독(왼쪽)과 한영희 감독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제작사 연분홍치마 사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스포일러 주의
 
2014년 4월 16일, 그날로부터 우리는 어디쯤에 와 있을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거의 모두가 2014년 4월 16일을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세월호와 세월호 유가족의 지난 10년에 대해서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리고 각자 자리에서 우리는 지난 10년을 어떻게 지나왔고, 또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바람의 세월'을 시작으로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그레이존' '흔적' '드라이브' 그리고 극영화 '목화솜 피는 날'까지 다섯 편의 작품은 세월호 참사 10년을 되짚어본다. 아프지만 트라우마의 근원을 들여다보고, 지난 10년 우리가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사람들과 기억까지도 되돌아본다.
 
신경수 감독에게도, 한영희 감독에게도 자신만의 기억과 지난 10년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날의 기억, 그 이후의 기억들은 세월호 영화 연출로 이끌었다. 신경수 감독은 극영화 '목화솜 피는 날'로, 한영희 감독은 다큐멘터리 '흔적'으로, 그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세월호 10년을 기록했다. 과연 두 사람에게 세월호와 지난 10년은 어떤 의미로 자리 잡았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세월호를 기억해 나가야 할지 들어봤다.

영화 '흔적' 스틸컷. 연분홍치마 제공영화 '흔적' 스틸컷. 연분홍치마 제공 

우리 안의 세월호

 
▷ 각자 자신 안의 '세월호'는 어떤 사건으로 남아있는지, 2014년 4월 16일은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한영희 감독(이하 한영희) : 2014년 5월 8일,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을 들고 서울로 상경해 KBS 항의 방문을 거쳐 청와대 앞으로 이동했다. 영정 사진을 들고 울고 계셨는데, 가수가 꿈이었던 단원고 이보미 학생이 부른 노래 '거위의 꿈' 영상이 나왔다. 그 노래를 틀고 있는 현장이 지금도 나에게는 굉장히 강력한 이미지다. 그 이후로 '이게 대체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생각해 왔다. 그때부터 연분홍치마는 현장 기록 작업을 계속해 왔다.
 
신경수 감독(이하 신경수) : 그때가 드라마 '쓰리 데이즈' 13부 방송하는 날이었다. 그때만 해도 사전제작이 거의 없었고 생방송이라 부를 정도였다. 전날 밤까지 촬영하고 밤새워 편집한 후 택시를 타고 목동으로 넘어가는 중이었다. 흙비 같은 게 택시 창문을 두드리는 와중에 라디오에서 대형 사고가 벌어졌지만, 다행히 전원 구조했다고 하더라. 목동에 도착해 방송 여부를 기다렸다. 9시 30분쯤 방송이 취소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여의도에 있는 작가사무실로 넘어갔다.
 
다음 주 방송 이야기를 나눈 후 집으로 돌아와 자고 일어나 뉴스를 봤는데, '하루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내가 어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야?'라는 생각에 자책감과 죄의식이 들었다. 그런데도 드라마는 끝내야 하니까, 어떻게든 끝낸 후 몇 차례 가족들과 목포에 내려갔다. 그런 기억들이 쌓여 있었던 거 같다.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목화솜 피는 날' 신경수 감독(오른쪽)과 한영희 감독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제작사 연분홍치마 사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세월호 참사 이후 10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목화솜 피는 날' 신경수 감독(오른쪽)과 한영희 감독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제작사 연분홍치마 사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 
▷ 두 사람 모두 영화를 통해 세월호 10년의 기억을 되짚어보는 작업을 가졌다. 이 작업을 시작하면서 조심스러웠던 지점 혹은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발견했던 게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하다.
 
신경수 : 검열을 이야기하고 싶다. 첫 번째로 맞닥뜨려야 하는 내 안에서의 고민은 우리가 표현하는 게 왜곡이 되진 않을까, 유가족분들에게 다시 상처가 되진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이걸 가지고 굉장히 고심하고, 어떻게 표현하는 게 맞을지 고민하고, 다시 한번 사건의 전후 관계 등을 점검했다. 이 과정을 통해 유가족분들의 마음속으로 한 번 더 들어갈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다 만들어놓고 사람들에게 보여줄 때 여러 반응이 있는 거 같다. 누군가는 만든 건 너무 잘 만들었는데 내가 너무 걱정된다는 거다. 또 어떤 분들은 시사회에 와달라고 하면 마음은 너무 가고 싶은데 가는 게 두렵다거나 무섭다는 분도 계셨다.
 
세 번째로, 어떤 분에게 연락할 때 '좋아할까?' '나한테 화내지 않을까?' 이것도 검열인 것 같다. 사실 옛날부터 그랬다. 2024년이 더 나아진 건지, 더 후퇴한 건지, 이걸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그런지 검열의 문제를 많이 생각하게 된다.
 
한영희 : 우리하고는 확실히 다른 거 같다. 우리는 다큐로 이야기하거나 기록해 온 사람이지만, 신 감독은 그 경험을 다른 방식으로 할 수밖에 없는 위치라서 그런 것 같다. 세월호라고 하는 참사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관련 작업을 하는 예술가 혹은 작가가 우려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의 피드백을 받는 조건에 놓여 있다.
 
나는 관객들에게 유가족분들이 정치적 견해가 있는 사람도, 투사도 아니라는 이야기를 어필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냥 교회 다니고, 사춘기 자식들 때문에 골머리 아파 죽겠다고 고민하고, 라디오에 상담하는 그런 엄마들이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다.
 
▷ 다른 사건이나 참사에서도 그렇지만, 피해자 혹은 유가족이라고 하면 딱 이래야 한다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피해자는 선한 사람이어야 하고 유가족은 슬픔에만 잠겨 있어야 한다든지 말이다. 세월호 역시 지난 10년 간 그런 생각이 쌓이고 쌓여서 단단하게 자리 잡은 것 같다. 그런데 '흔적'과 '목화솜 피는 날'이 그러한 틀을 깨고자 했다고 생각한다.
 
한영희 : 희생자에 관해서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어떻게 보면 희생자를 이야기하는데 굉장히 조심스러워지는 게 있다. '목화솜 피는 날'에서도 나오지만, 희생자들은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까불면서 노는 친구들이다. '흔적'에서도 마찬가지로 희생자들도 그 나이대에는 때로는 일탈도 할 수 있는 거다. 오히려 그런 면모가 나한테는 그 사람이 살아있었던 사람으로 다가왔다. 살아 있었던 사람인데, 지금은 우리 곁에 없다는 이야기를 피부에 와닿게 전하고 싶었다. 그런 부분이 되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목화솜 피는 날' 신경수 감독(오른쪽)과 한영희 감독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제작사 연분홍치마 사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세월호 참사 이후 10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목화솜 피는 날' 신경수 감독(오른쪽)과 한영희 감독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제작사 연분홍치마 사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

우리는 세월호를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 다시 한 번 지난 10년 세월호에 대해 생각했던 바들을 영화를 통해 다시금 생각하고 또 정리해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영화가 완성된 후 세월호 유가족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 후 들었던 이야기 중 마음에 깊게 남아 있는 이야기가 있을까?
 
한영희 : 창현 군 어머니(최순화)와 호성 군 어머니(정부자)는 좋아하신다. 호성 어머님은 작업하면서 생각이 많이 정리되고 성장했다고 이야기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되게 어려운 문제였던 거 같다. 살아 있는 자식과 죽은 자식의 가운데 서 있는 어머니들이 어떻게 10년을 지나오셨지만, 앞으로 또 어떤 시간을 보내야 할지 말이다. 호성 어머님은 이번 작업을 통해 살아 있는 큰아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거 같다고 하셨다.
 
신경수 : 어저께 엑스트라 분들과 단관해서 영화를 보고 뒤풀이에 갔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한 분이 있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동생들과 살았던 분이다. '목화솜 피는 날'에서 경은의 언니가 혼자 들어와서 포카리스웨트를 마시고 사진을 보는 장면이 가장 마음이 아프고 슬펐다고 하셨다.
 
나도 그 장면에 공을 많이 들였다. 남아 있는 형제와 자매가 가질 수밖에 없는 부담감부터 (형제 자매들은) '동생 대신 내가 그랬으면 부모님이 덜 슬프지 않았을까' 등의 상상을 어마어마하게 했을 거 같다. 그런 마음이었지만, 이제는 포카리스웨트를 마시면서 극복하는 언니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셔서 내가 마음이 너무 아팠다.
 
▷ '목화솜 피는 날'과 '흔적'이 좋았던 점이 직접 당사자, 그 안에서도 부모 위주로 이야기될 수밖에 없었던 세월호를 그 주변으로 넓혀갔다는 점이다. 그간 '직접 당사자'가 아니라 슬픔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조심스러웠던 지점이 있다. 또 하나는 '흔적'과 '목화솜 피는 날'은 연결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작품들을 이어서 보고 나면 세월호와 지난 10년이 더 깊게 다가온다.
 
신경수 : 그래서 '바람의 세월'부터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세 가지 안부' 그리고 '목화솜 피는 날'까지 보면 전체적인 이해와 감동이 다가온다. 그런 의도로 기획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그래서 (관객분들도) 작품들을 다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동아오츠카는 단체 관람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난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영화 '흔적' 스틸컷. 연분홍치마 제공영화 '흔적' 스틸컷. 연분홍치마 제공 
▷ 정말 이 정도면 동아오츠카에서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10주기를 맞이한 지금 세월호를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도 중요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각자 세월호를 잘 기억하는 방법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한영희 : '세월호' 하면 각자의 기억들이 다 있는 거 같다. 개인의 추모와 애도라는 게 모여서 조금 사회적인 추모의 움직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아직 사회적인 추모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인 추모를 위해서는 어떤 공간이 필요한데, 아직 추모관 건립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건 너무나 심각한 상황이다.
 
세월호와 관련된 많은 개인적 기억과 개인적 추모가 하나의 공간 안에 함께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 공간에서 많은 시민의 기억과 애도와 추모의 마음이 연결되면 좋겠다. 안전한 사회라는 바람도 다질 수도 있다. 미국 그라운드 제로에 세워진 9·11 테러 추모공원처럼 말이다. 기억하는 이유는 하나다. 이 사회가 달라지길 바라는 거니까.

신경수 :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청문회가 이뤄지고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또 국가가 기억하고 애도한다고 기념비도 만들어졌다. 그런데 기념비는 만들었지만, 과연 광주에 관한 실체적인 진실이 드러나서 전 국민이 제대로 알고 있느냐 한다면 그렇지 않았다. 그 결과는 40년이 지나도 이런저런 유언비어와 광주 피해자들에 대한 여전한 오도와 모욕, 심지어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다.
 
지금 미디어 환경이 변하면서 왜곡 정도와 양상이 더 악랄해지고, 피해자에게 되게 가혹한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4월 16일에 안산에서 열린 추모식에 갔는데, 추모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귀에 담을 수 없는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는 걸 봤다. 그 현장이 딱 지금 우리 대한민국의 모습인 거 같다.
 
생각과 입장을 다를 순 있겠지만, 모두가 동의하고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라는 게 있다. 그 사실에 대한 교육과 공유는 여러 파트에서 다양하게 시도하고 이뤄져야 한다. 더 많은 영화가 나와서 기억할 수 있게 도와주시면 좋겠고, 그 첫걸음으로 '목화솜 피는 날'을 많이 보시면 좋겠다.
 
가혹한 사람의 스피커가 크고 방식들이 격하다 보니 잠자코 있는 것일 뿐이지, 아직 대한민국에 선의를 가진 사람이 80~90%라고 생각한다. 선한 사람들이 극장에 오셔서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시면 좋겠다. 그래야 그 힘으로 제2, 제3의 이야기가 나올 거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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