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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하락에 한숨 돌린 한전…배임 논란에도 중간배당 요청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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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국제유가 배럴당 70달러대로 하락…올해 고점 대비 20% 하락
에너지 원자재 하락에…한전, 추가 적자 폭 감소 예상
채권발행 한도 증액 위해 중간배당 강행…근본 대책 미비 지적도

텍사스 유전 지대에 있는 원유 펌프잭의 모습. 연합뉴스텍사스 유전 지대에 있는 원유 펌프잭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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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던 국제유가가 최근 70달러대로 하락한 가운데 전력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 안정화로 인해 한국전력이 최악의 위기는 피한 분위기다. 다만 한전채권 발행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발전자회사들로부터 중간배당을 요구하는 등 자금조달 문제를 둘러싼 잡음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에너지 업계과 한전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인해 한때 급등했던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추세다. 전쟁 발발 위기로 지난 9월 중순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했던 국제유가는 대체로 60~70달러선에 머물고 있다.
 
전날 기준 서부텍사스유(WTI)는 68.6달러, 두바이유는 74.9달러, 브렌트유는 73.5달러 등으로 고점 대비 20~25%가량 하락한 상태다. 전력 생산에 주로 석유와 석탄, LNG(액화천연가스) 등을 활용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한전은 상당한 원가 절감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력거래소와 전력통계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달 SMP(System Marginal Price‧전력도매가격)는 킬로와트시(kWh) 당 약 122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약 242원) 대비 절반에 불과한 수치다. SMP는 지난 8월 약 147원에서 9월 141원, 10월 137원 등으로 서서히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동북아시아 LNG 시장 기준인 일본·한국 가격지표(JKM) 현물 가격도 백만Btu(25만㎉ 열량을 내는 가스양)당 지난 12일 기준 15.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초에는 17달러대를 보였는데, LNG 수요가 점차 증가하는 동절기 특성을 감안하면, 기온이 하강하고 있음에도 가격은 오히려 하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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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내에선 한전의 당초 4분기 적자 폭은 약 1조원을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1조원 미만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전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지난달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과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재무 개선 효과가 있는 건 맞다"면서도 "통상 연말에 지출이 많아 영업이익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부터 꾸준히 적자를 기록한 한전은 올해 3분기에는 1조9966억원의 깜짝 흑자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 총합은 6조4534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한전은 2021년 5조8천억원 적자에 이어 지난해엔 전년 대비 6배가량 많은 32조6천억원 적자를 보였다.
 
올해 4분기에 손실이 1조원 미만에 그치더라도, 누적 적자가 45조원에 달하고 있어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전히 도매시장에서 전력구입을 위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도매시장에서 비싸게 전력을 구입해 소매시장에선 그보다 더 싸게 판매하는, 이른바 전기요금의 '역마진 구조'가 지속되는 한 적자 폭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동안 한전채 발행과 은행 차입 등으로 버텼지만, 향후에도 안정적인 자금조달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이 때문에 한전은 회사채 신규 발행 여력을 사전에 확보하기 위해 최근 들어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자회사 6곳에 연말까지 중간배당을 달라고 요구했다. 한전이 자회사들에게 중간배당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전자회사들은 중간배당 시행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최근 정관 개정을 진행 중이다. 한수원은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정관 개정안을 가결했고, 나머지 발전자회사들도 뒤따르고 있다. 자회사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수원은 2조원, 나머지 5곳에서 각각 4천억원씩 부담해서 총 4조원의 중간배당을 요구한 것으로 들었다"며 "에너지 위기로 인해 발전사들도 어려운 처지라 난감하다"고 했다.
 
한전이 이례적으로 중간배당 요구한 것은 한전채 발행 한도 증액과 무관치 않다. 당초 한전채는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2배까지 발행이 가능했는데,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감안해 지난해 말 여야는 한도를 5배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약 20조9천억원)의 5배인 104조6천억원까지 발행이 가능한 상태다. 문제는 올해 약 6조원의 손실이 날 경우, 자본금‧적립금 합계는 약 14조9천억원으로 감소하고 이에 따라 발행 한도 역시 74조5천억원으로 축소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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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순까지 에너지 위기로 인해 한전이 발행한 한전채 잔액은 79조6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오는 2024년 3월 한전 주주총회 전까지 적립금을 더 쌓거나 발행 한도를 추가로 늘리는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 한, 발행 기준을 초과한 5조원에 달하는 한전채를 갚아야 하는 셈이다.
 
한전은 자금경색 위기 타개를 위해 발전자회사들로부터 중간배당을 받아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 경우 한전채 발행 한도를 약 90조원으로 유지할 수 있어 급한 불은 끌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발전자회사들은 자사 손실에도 불구하고 한전에 중간배당을 추진하는 것이기에 향후 배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전이 추진하는 이같은 방식이 조삼모사식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결국 전기요금 현실화를 거부하고 억누르다 보니 나온 결과"라며 "석유나 가스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내리고, 오르면 같이 올리는 원가주의가 반영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결국 한전채와 달리 발행 한도에 제한이 없는 발전자회사들에게 채권을 발행하란 소리나 다름 없는데, 신용등급이 더 낮은 발전사들이 채권을 발행하면 이자 비용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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