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오후, 업타운의 베스트 앨범 '백 투 아날로그'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티캐스크이엔티 제공"그때로 돌아가 순수했던 때로/춤추며 걷고 노래하면서 걷고/모든 걱정 잊고 그 멜로디에 취해/늘 니 곁에 있던 그 따뜻한/아날로그 펑크 뮤직"2010년 낸 '업타운 7'(서프라이즈!)(Uptown 7)(Surprise!) 이후 13년 만에, 그룹 업타운(UPTOWN)이 새 앨범을 냈다. 윤미래, 제시 등 탄탄한 실력의 여성 보컬과 멋진 합을 선보이며 1990년대 후반부터 혼성 힙합 그룹으로서 자리매김한 업타운. 원년 멤버이자 이번 앨범 프로듀싱을 맡은 정연준은 '아날로그로 돌아가자'는 마음으로 새 앨범 '백 투 아날로그'(Back II Analog)를 만들었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티캐스크이엔티에서 업타운의 25주년 앨범 '백 투 아날로그'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프로듀서 정연준과 3대 여성 보컬로 뽑힌 루비(Ru.B, 김보형), 객원 멤버 베이빌론이 함께했다.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번 앨범 작업을 시작해, 올해 12월에야 마무리 지었다. 신곡은 타이틀곡 '백 투 아날로그'이고, '미트 미 어게인(Meet Me Again) : 다시 만나줘' '프라이데이 나잇'(Friday Night) '카사노바'(Casanova) '피에스타'(Fiesta) 등 기존 대표곡을 리마스터링하거나 리믹스해 수록했다.
1일 정오 공개된 업타운의 베스트 앨범 '백 투 아날로그'. 티캐스크이엔티 제공리마스터 및 리믹스한 곡을 선정한 기준은 무엇일까. 정연준은 "공통된 기준이라면 수준 있는 유명한 엔지니어가 들어도 괜찮은 음악"이라며 "음악을 오래 하면서 정말 음악 잘하는 대가들의 조언을 많이 듣게 됐는데 '이 정도면 밸런스(균형)가 맞은 것 같다' 하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 했던 것 같다. 음악을 이제 오래 했으니까, 아직도 미숙한 음악을 만들면 안 되지 않나. 이제 (저도) 나이가 있으니까 전문가가 듣기에 '이거 문제 있다' 하고 꼬집는 소리는 안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베스트 앨범의 지향점은 앨범명에 잘 나타나 있다. '백 투 아날로그'. 아날로그 음악을 듣고 즐기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공연장에 가면 많은 관객이 휴대전화로 현장을 촬영하는 장면을 언급한 정연준은 "그게 너무 안타까웠다. 이 핸드폰에 다 묶여가지고… 정말 옛날처럼 공연에서 마음으로 부르고 춤추고 고개를 흔들 수도 없어서, 우리는 '적어도 음악은 아날로그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싶었다"라고 말했다.
솔로 정연준이 아닌 '업타운'으로서 앨범을 낸 이유를 묻자, 정연준은 "제가 클래시컬한 음악이나 발라드도 만든다. 힙합, 알앤비, 소울, 펑크는 업타운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었고. 사실은 힙합과 알앤비를 서로 다른 장르라고 보지 않는다"라며 "제가 흑인음악 베이스로 만든 트랙이라서 업타운 베스트 앨범으로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투 아날로그'는 꽤 오래 묵은 곡이다. 정연준은 트랙 자체는 만든 지 10년 정도 됐다고 귀띔했다. 루비, 베이빌론, 로렌 에반스가 같이 부른 '백 투 아날로그'는 아날로그적인 80년대 소울펑크 콘셉트 곡으로, 소울 느낌의 멜로디 비중을 늘려 쉽게 따라 부를 수 있게 했다.
업타운의 3대 여성 보컬이 된 루비. 티캐스크이엔티 제공루비와 베이빌론, 정연준 3인 체제의 업타운을 꾸리게 된 과정도 전했다. 정연준은 "저는 '그룹 음악'을 한다. 한 사람이 부르는 것보다 코러스도 하나(한 곡)에 다 느껴보고 싶어서 그룹을 만든 것"이라며 "이 노래는 사비(후렴) 멜로디를 둘이 부르고 가성을 남자가 부른다. 그런 것처럼 작곡가의 욕심으로 시도해 봤다"라고 말했다.
윤미래, 제시에 이어 업타운의 3대 여성 보컬이 된 루비는 '원석'이라서 뽑았다. 당연히 고민을 많이 했다. "했던 사람을 또 하고 싶진 않았다"는 정연준은 "그(특정) 멤버들에게 특화된 음악만을 만든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싶었고, 랩 비중을 더 줄여서 보컬 비중을 더 늘리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운을 뗐다.
멜로디 중심의 음악을 추구하다 보니, "보컬이 더 중요했다". 정연준은 "보컬 퀄리티와 능력을 더 많이 보게 됐다. 물론 노래 잘하는 가수, 특히 여자 가수들이 많다. 원석이 좋은 재료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이 친구(루비)가 걸그룹 사이에서 노래 제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능력과 이미지도 중요했고, 분위기만 내는 보컬은 안 어울릴 것 같았다. 힘 있게 노래하면서 무대에서 춤도 출 수 있는 보컬 찾아보니 보형(루비의 본명)이란 친구를 찾게 됐다"라고 밝혔다.
스피카라는 걸그룹으로 활동해 기존 활동명 보형으로 더 알려진 루비는 "윤미래 선배님, 제시 선배님이 할 때 업타운 느낌이 다르듯이 PD님(정연준)과 할 수 있는 무대에서 다른 색깔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예전에는 (제가) 마감이 안 된 스타일의 보컬리스트였다면, 지금은 마감까지 잘돼 견고하게 다듬어진 보컬리스트로 성장하는 느낌이 든다"라고 말했다.
차가운 가상 악기나 디지털 사운드를 최대한 배제한 오리지널 펑키 '백 투 아날로그'가 타이틀곡이다. '백 투 아날로그' 뮤직비디오 캡처루비는 스피카 시절부터 가창력으로는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었기에, '마감이 안 된 보컬리스트'라는 자평은 다소 의외였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질문하자, 루비는 "고음을 높게 하고 파워가 있으면 인정받을 수 있고 좋은 싱어(가수)라고 생각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런 고정관념이 깨진 계기가 있었다.
그는 "알앤비나 힙합 장르 음악을 할 때는 끝 음이 중요한데 처리가 불분명하다, 내성적인 성격이 노래에도 티가 난다 등의 말을 들었다. 노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명품을 만드는 미묘한 부분이 끝 음 처리인데 그걸 항상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하니까 알앤비적인 색깔이 잘 안 살았다. 테크닉부터 발성, 아주 기본적인 것들을 잡아주고 계시고, 발성도 훨씬 더 단단해지는 걸 느끼고 있고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베이빌론은 본인 정규앨범 '이고 나인티스'(EGO 90'S)에서 정연준과 같이 음악 작업한 인연을 계기로, 이번 업타운 앨범 객원 멤버로 참여했다. 어릴 적 외국 아티스트로는 마이클 잭슨, 퀸시 존스, 휘트니 휴스턴, 어셔, 베이비페이스를 주로 들었고, 한국에서는 업타운과 듀스, 서태지를 들었다는 베이빌론은 "완전 영광"이라고 참여 소감을 전했다.
해외에서는 가수 선후배가 협업하면서 선배를 향한 존경심을 드러내는 다양한 음악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그런 사례가 별로 없어 보였다는 게 베이빌론의 설명이다. 베이빌론은 "뭔가 더 핫하고 더 트렌디하고 더 젊어 보이는 게 뭔지에만 집중이 된 느낌? 내가 음악을 시작했던 뿌리가 업타운, 듀스 음악이니 (그걸) 현대로 가져와 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솔로 가수 베이빌론은 이번 '백 투 아날로그' 앨범에 객원 보컬로 참여했다. 티캐스크이엔티 제공'이고 나인틴스' 앨범을 통해 "정연준 형님의 노하우와 음악적 지식을 배우면서 지내"던 베이빌론은 "펑키한 음악을 할 거야"라는 정연준의 제안에 응했다. 베이빌론은 '백 투 아날로그'를 들었던 때를 떠올리며 "들었는데 너무 좋은 거다. 촌스럽지가 않고 클래식하면서, 오리지널리티가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음악과 닮아있어서 너무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이 아니라 저한테는 재미있는 놀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부연했다.
솔로 가수인 베이빌론은 업타운 베스트 앨범에 참여하면서 '그룹'을 경험했다. 보통 자기 앨범에서는 "오로지 제 마음에 드는지, 저한테 어울리는지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번에 아예 저의 아이덴티티(정체성)가 없다. 정연준 선배님 음악을 믿고, 정말 리스펙(존경)으로 하는 거라서… 제가 해 왔던 가사나 멜로디나 탑라인 이런 건 배제하고 해 보니까 이것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객원 보컬'인 베이빌론은 "객원으로서 저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데 그게 재미있는 것 같다. 그만의 매력도 있고. 빠져줄 땐 빠져주고, 들어올 땐 들어오고, 약간 센스 있게. 축구로 치면 90분에 추가시간 3분 남았는데 골게터로 나와서 생각지도 못하게 골 넣는 것? 그런 매력이 있는 것 같다"라고 비유했다.
정연준은 "베이빌론이 '백 투 아날로그'로 새로운 개성을 보여줘서, '이런 노래를 하니까 정말 멋있구나' 하고 조명받았으면 좋겠다. 물론 알앤비 쪽으로 (지금도) 잘하고 있다. 저도 (주 장르가) 힙합보단 알앤비에 더 가까운 뮤지션인데 펑키 음악과 펑키 발성을 마이클 잭슨 같은 느낌으로 그렇게 낼 수 있는 가수가 우리나라에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베이빌론이) 제 의도를 표현해 줬다"라고 호평했다.
업타운 원년 멤버이자 이번 앨범을 제작한 프로듀서인 정연준. 티캐스크이엔티 제공그러나 좋은 결과물에 닿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베이빌론과 루비 모두 '녹음이 어려워 긴 시간이 걸렸다'라고 입을 모았다. 평소 녹음을 빨리하는 편이라는 베이빌론은 "진짜 안 끝나더라"라고 털어놔 웃음을 안겼다. 그는 "음절과 음절 사이의 밴딩, 발음의 치찰음(혀끝과 잇몸 뒷부분이 닿은 양옆으로 나는 소리)부터, 느끼한 건지 호소력이 짙은 건지 등 호흡과 데시벨(소리의 상대적 높이나 세기 단위)까지 들으시면서 디렉팅을 해 주시니까 엄청 섬세하게 녹음하게 됐다"라고 답했다.
"'이렇게까지 녹음하면 잘 나올까?'를 속으로 생각했다. 저보다 선배님이고 형님이시니까"라고 해 다시 한번 폭소를 유발한 베이빌론은 "음정과 박자 튠(조율)하고 믹스해서 들어보니까 소리가 나오는 아웃풋 댐핑, 그루브도 그렇고 부드러울 땐 부드럽고 날카로울 땐 날카롭고 색이 짙을 땐 짙더라. 저도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잘 버텨서 좋은 노래로 나온 것 같다"라고 전했다.
정연준은 베이빌론을 바라보며 "'형님, 저 이상 못하겠습니다' 이러더라"라며 하하하 하고 웃었다. 베이빌론은 "저 녹음실 안 가려고 했었다. 조금 쉬고 싶더라. 그때가 여름이었는데 선풍기랑 에어컨 틀면 녹음실에 소리가 들어가니까 민소매를 입고 있던 걸 벗고 녹음했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거의 줄여가면서 녹음했던 것 같다. 갔다 오면 선배님이 얘기해주신 톤을 까먹을까 봐"라고 말했다.
루비는 "전 울었다. 눈물 흘린 게 처음이었다"라고 고백했다. 루비는 "(요구하는 게 뭔지) 저는 알겠는데 이 간지가 안 나오는구나, 안 따라주는 거다. 너무 어려운 거다"라며 "수차례에 걸쳐 녹음했다. 해 놓고 보면 이유를 알겠더라. PD님의 이렇게 미세한 (주문) 차이로 정말 느낌이 다르다. 대단한 뮤지션들한테 존경받는 프로듀서이신 이유를 알겠다"라고 부연했다.
왼쪽부터 베이빌론, 정연준, 루비. 티캐스크이엔티 제공3대 여성 보컬 루비는 앞으로도 업타운 활동에 함께할 예정이다. 정연준은 "업타운 하면서 내가 좀 디벨롭(발전)하면 괜찮겠다 싶은 친구가 루비"라며 "가수는 는다. 어느 정도 하느냐에 따라 다른데 기본적으로 원석이 좋아야 할 수 있다. 원석이 일단 좋다, 이 친구(루비)가. 그래서 저는 앞으로 좀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백 투 아날로그'를 피처링한 로렌 에반스를 두고 정연준은 "앞으로 (업타운 활동이) 많이 바빠지면 로렌 에반스도 (한국에) 오게 하려고 한다. 3집 때부터 같이해서 거의 멤버라고 보시면 된다. 코러스나 애드리브나 항상 업타운에 참여했다. 그때 17살이었는데 이제 미국 저작권협회에서 상도 받은 유명 작곡가가 됐다"라고 소개했다.
제시가 참여했던 '마이 스타일' 수록 앨범이 사실상 업타운의 마지막 활동이라고 본다는 정연준은 '백 투 아날로그'를 들은 청자의 반응이 궁금하다고 했다. 정연준은 "'다시 만나줘'가 펑크 느낌의 힙합이다. (이번에) 그때보다 더 옛날로 나온 거다, 펑크로. 이런 음악이 어떤가,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나… 나는 정성 들여 만들었지만, 이제는 (대중도) 많은 장르를 들어봤는데 이런 음악을 던져놓으면 뭐라고들 할까 그게 궁금해서 그렇게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업타운 음악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묻자, 정연준은 "우리나라 힙합 알앤비의 어떤 시작?"이라며 "업타운의 정체성은, 한국 힙합 알앤비의 시작점에 있던 사람이 지금 음악을 하면 어떤 걸 만들까 보여주는 거다. 업타운이란 저도 아니고 한국 힙합의 시작점에서 정연준이라는 사람이 만들었던 곡인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이질감 없게 만들려고 했어요. 멤버에 국한된 정체성이 아니라 음악으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