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부당한 해고·직장내 괴롭힘 등에서 보호를 받지 못한다며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라고 호소했다.
직장갑질119는 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5인 미만 직장인 성토대회'를 열었다.
증언대회에 참석한 5인 미만 학원에서 해고된 A씨는 "원장은 법적 절차에 맞게 한 달 전 해고예고와 5인 미만 사업장은 해고가 자유롭다는 것만 이야기하면서 아무 문제 될 게 없다"며 "한 달 후 그만둘 것을 다시금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사 생활하는 동안 처음 겪는 일에 너무 억울하고 납득할 수 없었지만 근로기준법은 저를 전혀 보호해주지 못하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사실에 그저 참담했다"고 증언했다.
근로기준법이 있지만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었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올해 6월 9일부터 15일까지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2022년 1월 이후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실직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묻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실직 경험' 응답 비율은 18.3%였다. 민간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 응답(9.9%)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비영리 사단법인에서 일한 B씨는 "대표 부인인 사무국장에게 '죽여버리고 싶은 것 참고 있다' 등 욕설까지 듣고 해고됐다"며 "하지만 대한민국 법은 (나를) 보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업자가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사각지대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5인 미만 회사에 다니는 C씨는 사장으로부터 '머리로 생각하고 일하냐?' 등 매일 모욕적 폭언을 들었다. 분 단위로 업무보고와 야근, 시도때도 없는 업무연락 등 갑질도 당했다.
사장은 회사 내 메신저 공지사항에 '우리는 5인 미만 사업장이라서 해고로부터 자유롭다'고 대놓고 쓰고 해고를 했다. 실업급여도 받지 못하도록 이직상실코드를 자진퇴사로 입력하기도 했다.
C씨는 "길거리를 가다가도 누군가 욕을 하면, 메신저에서 괴롭히거나 한다면 법이 지켜주는데, 살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는 왜 상시 근로자 수로 제한해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직장갑질119 5인미만특별위원회 신하나 위원장(변호사)은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저하되고 있다"며 "심지어 적용돼야 하는 법도 어겨지는 것이 일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