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25일 데뷔한 그룹 샤이니. 온유·종현·키·민호·태민으로 이루어진 5인조 그룹 샤이니는 데뷔 때부터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은 그룹이었다. '누난 너무 예뻐'(Replay)라는 직설적인 제목의 데뷔곡에서 알 수 있듯 '어리고 귀여운'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가져가면서도, 팀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안정적인 실력으로도 호평받았다. 당시 패션 디자이너 하상백과의 작업으로 패션 등 시각적인 부분에서도 신선한 시도를 했다.
이 같은 흐름은 시간이 쌓이면서 더 또렷해졌다. 샤이니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완성도 높은 음악'을 하면서 동시에 그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K팝 신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깊이 각인한 팀이기도 했다. CBS노컷뉴스는 오늘(25일) 데뷔 15주년을 맞은 샤이니라는 '팀'과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음악평론가 4인에게 들어봤다.
샤이니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박희아 대중문화 저널리스트는 "샤이니는 '컨템퍼러리 밴드'라는, 자신들이 말한 정체성을 그대로 지키는 그룹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다른 팀과 구별되는 수식어였다면, 지금은 샤이니만의 컨템퍼러리함이 뭔지 증명했고, 대체할 그룹이 없는 상황이 되었다. K팝 신에서 보컬과 퍼포먼스를 인정받고 멤버 하나하나 고유한 캐릭터로 인지되는 그룹은 흔치 않은데, 샤이니는 그걸 해낸 팀"이라고 바라봤다.
정민재 음악평론가는 "샤이니는 유일무이, 원앤온리(ONE and ONLY)라는 팀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서태지를 시작으로 K팝 역사가 30년 정도 된다고 볼 때 샤이니 같은 그룹은 이전에도 없었고 그 이후에도 없을 것 같다. 데뷔했을 때도, 지금도 음악적으로나 콘셉트적으로나 독보적"이라고 평가했다.
랜디 서 음악평론가는 "샤이니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퀄리티'(quality)라고 할 수 있다. K팝이 지금의 질적 성장을 이뤄내는 데 샤이니의 존재가 굉장히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샤이니가 추구하고 구현한 완성도를 보면서 다른 회사나 팀이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 하고 자극을 받거나 시야가 열렸을 거라고 본다. 데뷔 때 디자이너 하상백을 기용한다든지, K팝 안에서 늘 유통되던 요소만 가지고 돌려쓰는 게 아니라 안목 있는 젊은 층이 좋아하는 문화의 다방면을 K팝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시작점이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차우진 음악평론가는 "샤이니는 한국 음악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 팀인데, SM엔터테인먼트라는 기획사에 한정했을 때도 그 전과 후로 바뀌는 팀이라고 본다. 샤이니 전에는 SM의 음악에 H.O.T.나 신화 등 90년대의 흔적, 즉 '성공의 경험'이 묻어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샤이니의 베이스는 알앤비였고 룩과 퍼포먼스 면에서도 '뭔가 달라졌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줬다"라고 평했다.
정규 4집 '오드' 당시 샤이니의 모습. SM엔터테인먼트 제공'성장'하는 팀, 동시에 '여전'한 팀
샤이니는 K팝 아이돌이 음악적으로 어디까지 다다를 수 있는지를 보여준 팀이기도 했다. 차우진 평론가는 "그동안 '창작'과 '퍼포먼스'가 구별돼 아이돌의 역할이 다소 저평가된 경향이 있다면, 샤이니는 퍼포먼스를 하는 것 역시 무척 '창의적'이라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꼭 작곡을 하지 않아도 '아티스트'임을 설득했다고 본다"라며 "그동안 우리가 알던 '아이돌'이나 '엔터테이너'의 의미가 2010년대부터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고 그 정점이 2014~2015년이었는데, 그 포문을 연 게 샤이니"라고 짚었다.
차우진 평론가는 특히 샤이니의 '성장'을 중요하게 언급했다. 그는 "샤이니 음악은 대중적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길을 만들겠다'라는 SM의 의지가 보였다"라며 "샤이니라는 팀은 너무나 훌륭하게 잘하는 팀이기에 SM 내부에서도 이 팀을 너무나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것도 돼?'의 연속에서, 미션을 줄 때마다 잘 해냈기에 여러 시도를 해 볼 만한 팀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샤이니가 대중적으로 메가 히트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지만, 샤이니는 SM이 '크리에이티브'한(창의적인) 회사라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 같은 팀이다. 문화 산업을 하는 회사인 SM에게 그런 아이덴티티가 중요한데, 쿨한 느낌을 주는 것은 물론 '우리는 도전하고 실험한다' '남들이 안 하는 걸 하는데 잘한다'라는 공감대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고 본다"라고 부연했다.
'샤이니스러움'을 간직해 온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정민재 평론가는 "이 팀은 처음에 나올 때부터 있던 '유니크함'을 아주 잘하고 있고 여기에 성숙미와 깊이가 더해지고, 어떤 면에서는 관능미가 생기기도 했지만 여전히 이 팀은 '소년미'가 느껴진다는 게 특별하다. 그 점에서 샤이니 색을 잘 유지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2008년 5월 25일 데뷔한 샤이니는 오늘 15주년을 맞았다. 샤이니 공식 페이스북그러면서 "워낙 처음 나왔을 때부터 세련미가 있던 팀이고, 이 팀만의 영역을 정말 '조금도 잃지 않고' 가수로서 역량을 계속 키워왔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다. 드라마틱한 에볼루션이 있진 않았어도, 그들이 가진 색깔에서 되게 깊어지고 입체감이 생겼다"라고 평했다.
박희아 저널리스트는 "샤이니가 가장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특정 멤버가 소모되고 낭비되지 않을 만큼, 각자가 자기만의 영역을 확실하게 구축했다는 점"이라고 답했다.
'클루'(Clue)와 '노트'(Note)를 하나의 곡으로 합치는 실험적인 시도를 성공시킨 '셜록'(Sherlock)을 예로 들어 '곡이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공개한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두 곡을 합친 건데, 그런 식으로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줘서 되게 재미있는 사례였다. 약간 영업 비밀을 공개하는 것 같기도 하고. 특히 샤이니가 음악을 중요하게 여기는 아티스트였기에, '셜록'이라는 곡의 존재가 K팝 팬들이나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 더 흥미롭게 다가갔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랜디 서 평론가는 "음악이 늘 신선했다. 당시 SM이 멜로딕한 알앤비에 전자음악 실험을 조금씩 하고 있었는데, 샤이니가 그 과도기에 중심적인 역할을 한 팀 같다. K팝의 틀에서 벗어난 요소가 한두 개가 아니었지만 그 중 안무를 빼놓을 수 없는데, 낯선 안무도 굉장히 잘 소화해서 낯설어서 싫다기보다는 신선하고 매료된다고 느낄 수 있게 선보였던 게 샤이니의 탁월함이 아닐까. 특히 막내 태민의 춤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라고 돌아봤다.
또한 "샤이니는 통념적인 남성성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줬고, 그게 지금 K팝 신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본다. 샤이니 멤버들이 솔로 활동을 했을 때 '젠더리스'(genderless)의 선두라는 인상을 주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 같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