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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간호사' PA "대리수술, 간호법 아닌 의대정원 동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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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간호법 제정 시 대리 처방·수술 합법화 우려" 대전협에 반박
"우리도 면허범위 업무 떳떳이 하고파…전공의 대체재 원치 않아"
대전협 "불법행위 종용, 지지한 적 없어…원내 전문의 추가채용해야"

의료현장에서 처방·시술 등 의사 업무를 대신하는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들이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간호법 제정을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제공 의료현장에서 처방·시술 등 의사 업무를 대신하는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들이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간호법 제정을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제공 
처방·시술 등 의사 업무를 대신하며 '유령 간호사'로 불리는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들이 간호법이 제정되면 대리처방·수술이 합법화될 수 있다는 전공의 단체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들은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 어디에도 간호사들의 단독 의료행위를 승인하는 내용은 없다며, PA 간호사를 '관행적 불법'으로 내몬 것은 의대정원 동결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병원에서 근무 중인 PA 간호사 7명은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법이 제정되면 '의사 외 대리처방 및 대리수술 합법화 등 간호사의 업무범위 변경이 가능하다'는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게 간호사 업무를 명시하고 있고, 간호법 그 어디에도 간호사의 대리처방·수술을 합법화할 수 있는 부분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정부의 의대 정원 동결 정책이 의사 외 타 직역이 대리처방과 대리수술을 할 수 있도록 암묵적으로 승인한 원초적 이유"라고 주장했다.
 
앞서 대전협 강민구 회장은 이달 2일 '의료대란 위기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간호법안으로 대리수술 및 대리처방이 승인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강 회장은 "지역사회 등 현장에서 의사의 관리 감독 하에 여러 직역 간 협력이 필요하다"며 간호법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표명했다.
 
대전협은 대한의사협회 등이 주축인 '연가 투쟁'에 당장 참여하진 않지만 "의료계와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법안·정책이 추진되면 전국 전공의 파업 등을 논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국내 PA 간호사는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21년 기준 병원간호사회 집계로만 5600여 명인데, 병원들이 이들의 존재를 숨기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현장 인원은 훨씬 많다는 게 중론이다.
 
근무 장소는 상급종합병원과 국·공립대학병원, 중소병원의 외래·병동·수술실 등 광범위하다. 이들은 간호부가 아닌 의국 소속으로 각 진료과 교수들의 지시 아래 "외래 약물처방부터 수술, 응급실 및 중환자실 진료지원, 교수 연구보조까지 전공의 업무 대부분을 수행"한다.
 
최근 인프라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필수의료 과를 포함해 의료진의 공백을 PA 간호사가 메우고 있는 셈이다. 미국 등에서는 석사 등의 별도 교육을 받고 자격시험을 거쳐 직역 면허를 취득하는 정식 코스가 있지만, 한국은 이러한 PA 양성과정이 없다.
 
이날 회견에 참여한 PA 간호사들은 "PA는 업무 관련 어떤 기준과 규정이 없기에 문제 발생 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담당교수의 일방적 지시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며 "항상 스트레스와 불안감 속에 일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대부분의 PA는 간호사 면허를 갖고 의료기관에 채용되지만, 병원의 업무 배치에 따라 간호사 본연의 업무와 무관한 진료·지원업무를 하면서 의료인으로서 정체성 혼란에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PA 간호사들의 업무는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이들이 없으면 병원 운영이 되지 않을 정도라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대한간호협회 제공PA 간호사들의 업무는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이들이 없으면 병원 운영이 되지 않을 정도라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대한간호협회 제공
이들은 "단 한 번도 본인의 사번은 사용해보지 못하고 해당 교수 또는 전공의 지시에 따라 그들의 사번(ID)으로 투약 및 검사·처방을 하는 등 교수의 그림자 역할을 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2000년 의약분업을 계기로 줄어든 의대 정원이 정부에 의해 18년째 '연 3058명'으로 고정된 상황이 '필수의료 대란'의 가장 근본적 원인이라고도 지적했다. 이들은 "그 결과,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부족과 신경외과·산부인과 등 기피 과 문제가 심각해졌고 병원은 자구책으로 간호사들에게 전공의 대체재 역할을 시킨 것"이라고 했다.
 
또 간호법의 핵심 목적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면허(자격) 범위 내 업무와 책임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의료인에 대한 공통 규율사항은 보건복지위에서 이미 현행 의료법을 적용하기로 정리됐다는 점도 들었다.
 
간호법이 공포되더라도,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한 의료법 제27조 상 간호사가 의사 면허범위 업무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PA 간호사들은 "경력이 오래된 PA가 의사 고유 업무와 권한을 침해한다며 '대리처방 및 대리수술 고발 등 근절운동'을 언급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밝혔다. 또한 "의사를 늘린다는 정부 정책에 대해 국민 생명·안전을 담보로 진료를 거부했던 의사집단이 필요에 따라 PA에게 전공의 공백을 메우게 했다가 (이제는) 불법 근절을 하겠다는 게 정상적인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누구나 본인의 면허범위 내 업무를 정정당당하고 떳떳하게 하고 싶다. PA로 발령받아 제대로 된 교육도 없이 전공의 대체 업무를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간호법을 향한 허위사실 유포가 계속된다면 PA 업무를 하고 있는 간호사들도 중대 결단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전협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저희는 PA가 전공의의 빈 공백을 메우도록 종용하거나 이를 지지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며 "병원 간호사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업무를 하게 한 병원 경영진에 대한 문제의식을 저희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젊은 비정규직 의사들'을 병원 경영진과 함께 '의사 집단'으로 묶는 것에 대한 불편함도 드러냈다. 대전협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불법적 상황에 내몰린 PA와 젊은 전공의들은 어떻게 보면 모두 피해자"라며 "병원 내 전문의를 추가로 채용하고 간호사가 본연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같이 협력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의협·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직역단체가 모인 보건복지의료연대는 11일 간호법 폐지를 촉구하는 '2차 연가투쟁'을 진행한다. 서울에서는 지난 3일과 마찬가지로 오후 5시 반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간호법 및 의사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 폐기'를 내건 집회가 개최된다.

하루 휴진을 결정한 대한치과의사협회를 비롯해 참여 규모는 1차 투쟁 때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의료연대는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17일 전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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