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협 "불법진료 지시 병원 40%는 수도권…신고병원·의사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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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이달 5일 1만 4200여 건 신고…1차 경과 발표後 2천여건↑
현장 간호사 49% '준법투쟁 참여 못해'…"병원측 공지 없어 내용 몰랐다"
일부 병원 '간호사 줄이겠다' 겁박도…부당해고, 사직·무급휴가 권고 등
실명 신고된 359곳 서울청 일괄 고발 예정…면허반납 운동은 16일까지

대한간호협회 탁영란 제1부회장이 7일 '간호법 관련 준법투쟁 2차 진행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대한간호협회 탁영란 제1부회장이 7일 '간호법 관련 준법투쟁 2차 진행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대한간호협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반발해 시작한 '준법 투쟁'의 일환인 불법진료 신고가 약 3주간 총 1만 4천여 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기관명을 실명으로 적시한 신고는 10곳 중 4곳이 수도권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간협은 해당 기관들을 모두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또 업무범위 밖 의료행위 지시를 거부한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등에게 인사상 불이익 등의 조치를 한 병원들은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공익신고 절차를 밟기로 했다.

3주간 '불법진료' 1만 4천여 건 접수…"병원 규정", "당연한 관행"


간협은 7일 오전 서울 중구 소재 간호협회 서울연수원 강당에서 '간호법 준법투쟁 2차 진행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불법진료 신고센터 운영이 개시된 지난달 18일 오후 4시 20분부터 지난 5일 오후 4시까지 총 1만 4234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앞서 간협은 대통령의 재의요구 행사 직후, PA 간호사 등이 관행적으로 대리해온 처방·시술 등의 의사업무를 일체 거부하는 준법 투쟁을 벌여 왔다. 또 간호사 당사자들뿐 아니라 환자·보호자 등이 목격한 불법진료 행위에 대한 신고를 온라인으로 접수해 왔다.
 
지난달 24일 1차 진행경과 발표 당시 신고건수 1만 2189건에서 2045건이 더 늘어난 수치다. 하루 평균 157건의 신고가 추가된 셈인데, 초기에 서버가 다운될 정도였던 열기에 비하면 다소 줄어든 양상이다.
 
간협 최훈화 정책전문위원은 이에 대해 "1차 (경과) 발표 이후로도 신고는 계속 들어왔다"며 "그때만큼 똑같은 수준으로 늘진 않았지만 꾸준히 멈추지 않고 늘고는 있다. (현재 신고 추세는) 하루에 200여 건 정도"라고 말했다.

 
준법투쟁 현장 실태 분석. 대한간호협회 제공준법투쟁 현장 실태 분석. 대한간호협회 제공
신고 내역을 살펴보면, 불법진료 행위 유형은 '검사(9075건·63.76%)'가 여전히 가장 많았다. 구체적으로 채혈부터 혈액 배양검사, 동맥혈 및 조직 채취, 뇌척수액 천자 등이다. 의약품 처방과 처치, 검사처방, 진료기록 작성 또는 오(誤)입력에 대한 수정, 진단서 작성 등을 아우르는 '처방 및 기록(8066건·56.67%)'이 뒤를 이었다.
 
이밖에 △튜브 관리(L-tube 및 T-tube 교환, 기관 삽관) 3256건(22.87%) △치료·처치 및 검사 2695건(18.93%) △수술(대리수술, 수술부위 봉합, 1·2번째 수술보조) 1954건(13.73%) △약물 관리(항암제 조제) 593건(4.17%) 등으로 집계됐다.
 
간호사들은 '불법인지 알면서도' 자의와 무관하게 이 업무들을 수행한 이유로 "병원 규정이라서", "관행이고 당연한 문화여서", "업무상 위계 관계 때문에", "환자를 위해서" 등을 꼽았다. 설문지 상으로는 '기타(3875건·36.1%)'로 분류되는 항목이다. 운영 초반에 최다 비중을 차지했던 "할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2757건·25.6%)는 2순위로 밀렸다. △위력 관계(2619건·24.3%) △고용 위협(1514건·14%) 등도 꼽혔다.

실명신고 약 40% 수도권…'왕따'부터 해고까지 부당행위 300여건

 
대한간호협회 최훈화 정책전문위원이 7일 기자회견에서 준법투쟁으로 인해 현장 간호사들이 받은 불이익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대한간호협회 최훈화 정책전문위원이 7일 기자회견에서 준법투쟁으로 인해 현장 간호사들이 받은 불이익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불법진료 신고 59%(8467건)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359곳에 대한 '실명 신고'였다.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은 신고가 들어온 서울(64곳·2402건)을 포함해 경기(52곳·1614건), 인천(18곳·452건) 등 수도권 소재 병원(134곳)이 전체 37%에 달했다. 신고건수(4468건)도 과반(52.7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대구 27곳(506건) △경북 26곳(268건) △부산 25곳(722건) △경남 25곳(600건) △전남 20곳(119건) △충남 17곳(201건) △강원 16곳(187건) △충북 16곳(139건) △광주 15곳(205건) △대전 11곳(412건) △전북 11곳(267건) △울산 9곳(194건) △제주 4곳(56건) △세종 3곳(123건) 등이다.
 
간협이 별도로 실시한 현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준법투쟁 참여를 근거로 부당행위를 겪은 사례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협회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50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공개했다.
 
응답자 351명(6.9%)은 불법진료 지시를 따르지 않아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준법투쟁 참여 시 배타적인 분위기를 형성해 '왕따(234명)'를 시키는가 하면 간호업무 외 의료기기 청소 등 '추가 업무를 배정(55명)'받거나 '부당한 근무표(30명)'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일방적 부서이동(17명)'은 물론 '무급휴가 권고(9명)'를 넘어서 '권고 사직'과 '부당 해고'를 당했다고 신고한 간호사들도 각각 13명, 4명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준법투쟁 현장 실태 분석. 대한간호협회 제공준법투쟁 현장 실태 분석. 대한간호협회 제공
설문에 참여한 절반 가량(49%·2495명)은 준법투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었다.
 
병원에서 참여방법에 대한 정보를 안내하지 않아 관련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했다는 응답(중복응답 가능)이 40%(998명)였다. '참여할 경우 원내 불이익 등이 두려워서(963명)', '동료 간호사들에게 업무 부담이 가중될까봐(854명)', '현장에서 내가 빠지면 환자치료에 악영향을 미칠까봐(664명)' 등도 주요 사유로 언급됐다.
 
투쟁에 참여 중인 간호사들은 '간호사 업무범위를 명확히 마련하기 위한 간호법 (제정)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2292명)'를 최대 명분으로 들었다.
 
간협은 지난달 18일·22일, 두 차례에 걸쳐 전국 1800여 의료기관(정신병원·요양병원 제외)에 준법투쟁 관련 공문을 보냈음에도 의료계의 '조직적인 방해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실제 업무가 줄었으니 간호사 수를 줄이겠다고 압박하거나 고용상 위계관계를 이용해 기존의 불법진료를 강요하는 식이었다.
 
일례로 서울의 A 대학병원은 수술 후 간호사가 환자 채혈을 거부하자, 교수가 '법대로 해보자'며 인턴에게 중환자실 채혈을 하지 말라는 협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에 있는 B 병원은 '의사가 시키는 일은 뭐든 해야 한다'고 했고, 서울의 C 병원은 하던 일을 계속하지 않을 거면 '나가라'고 종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비수도권 병원에서는 병원장이 간호사가 수행한 불법업무를 기록한 간호일지를 삭제하라며, 격리실에 가두고 30분 이상 욕설과 폭언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간협 탁영란 제1부회장은 "간호사 준법투쟁은 불법이 난무한 현행 의료체계를 정상화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자, 간호법에 대한 가짜뉴스와 대통령의 부당한 거부권 행사에 맞서는 저항운동"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치주의 국가에서 마땅히 존중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은 간호사들의 인권조차 보호해주지 않았다"며 "무면허 의료행위 지시가 불법임을 알고도 묵인하고 오히려 투쟁하는 간호사들을 범법자 취급하는 복지부의 행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고병원 일괄 경찰 고발…개별 회원 권익위 공익신고도 지원"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5일까지 불법진료 신고센터에 접수된 내역 일부. 이은지 기자지난달 18일부터 지난 5일까지 불법진료 신고센터에 접수된 내역 일부. 이은지 기자
수사 의뢰 등 회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에도 나선다. 간협은 실명으로 신고된 전국 병원급 359곳을 조만간 서울경찰청에 일괄 고발할 예정이다.
 
최훈화 위원은 "의료법상 면허범위가 아닌 행위를 하게 한 자는 의료법 위반(혐의)으로 해당 법인과 대표자를 같이 고소·고발할 수 있다"며 "의료기관장과, 지시 행위를 교사한 의사를 같이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협회 홈페이지에 비실명 대리신고 자문변호사단을 통한 '국민권익위원회 신고 안내시스템'을 구축해 개별적인 공익 신고도 지원하기로 했다. 간협 전 회원에게 관련 메일도 발송한다.
 
탁 부회장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공익신고자가 되는 회원이 신고로 인해 피해를 받지 않도록 비밀보장과 불이익 조치 금지, 신변 보호 등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진행 중인 '면허증 반납 운동'은 오는 16일까지 진행한다. 각 지부마다 취합된 면허증은 중앙 차원에서 모은 뒤 보건복지부를 직접 찾아 항의한다는 계획이다. 협회는 이 자리에서 복지부 장·차관의 파면을 요구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할 방침이다.
 
장·차관 고발 여부는 이후 복지부 대응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간협은 "불법진료 근절을 위해 공공의대 설치 및 의대 정원 확대, 법정 의료인력기준 위반에 대한 의료기관 조사, 보건의료인력 업무체계 명확화를 위한 즉각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바"라며 재발의를 통한 간호법 재추진 의사도 밝혔다.
 
서울 중구 쌍림동 소재 대한간호협회 회관 전경. 이은지 기자서울 중구 쌍림동 소재 대한간호협회 회관 전경.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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