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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올빼미' 감독이 "남의 영화 보는 것 같더라" 말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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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상업 연출 데뷔작 '올빼미' 안태진 감독 <하>
낯설면서도 인상적인 캐릭터와 장면에 관한 이야기

영화 '올빼미' 안태진 감독. NEW 제공영화 '올빼미' 안태진 감독. NEW 제공※ 스포일러 주의
 
소현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역사적 미스터리를 바탕으로 한 영화 '올빼미'는 기본적으로 스릴러 장르물이지만, 그 안에 있는 인물들이 가진 욕망과 이를 목격하는 인물의 심리를 관찰해가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긴장을 만들어내고 내면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들의 연기 또한 중요하다.
 
낮에는 볼 수 없고, 밤에만 희미하게 볼 수 있는 주맹증을 앓는 맹인 침술사 경수는 류준열이, 깊은 트라우마를 지닌 인조 역은 배우 생활 최초로 왕 역할에 도전한 유해진이 맡아 밀도 높은 연기를 선보였다. 여기에 김성철, 최무성, 조성하, 안은진, 조윤서, 박명훈도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는 연기를 보여줬다. 안태진 감독에게서 캐스팅과 함께 이들이 그려낸 명장면에 관해 들어봤다.

영화 '올빼미' 스틸컷. NEW 제공영화 '올빼미' 스틸컷. NEW 제공 

안태진 감독이 '이 배우들'을 캐스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 류준열이 밤에만 희미하게 앞을 볼 수 있는 주맹증 연기를 잘 해냈다. 현장에서 그는 어떤 배우였나?
 
정말 모든 장면이 다 경수로 보였다. 준열 배우는 주인공이 뭔지, 책임감이 뭔지, 역할이 뭔지도 정확하게 알고 있는 배우다. 자신의 역할뿐 아니라 자신이 끌고 가야 하는 현장 자체에 대해서도 잘 파악했다. 조연, 단역, 보조 출연 배우는 물론 스태프까지 섬세하게 챙기면서 현장을 이끌고 나갈 줄 아는 배우다.

영화 '올빼미' 스틸컷. NEW 제공영화 '올빼미' 스틸컷. NEW 제공 
▷ 인조 역 유해진은 놀라웠다. 평소 친근한 이미지가 강한 배우인데다 왕 역할을 처음이라 처음엔 어떨까 싶었는데 막상 보니 인조의 트라우마를 너무 잘 표현했다. 왕 자체도 기존의 카리스마 있는 군주의 모습이 아닌 트라우마로 점철된 왕이었는데, 그걸 굉장히 잘 그려냈다. 유해진의 어느 면이 인조를 잘 담아낼 수 있다고 봤나?
 
나도 보고 놀랐다. 의상 테스트를 할 때 그 모습을 처음 봤는데, 하도 잘 어울려서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서 넣어 다녔다. 당연히 연기를 잘할 줄은 알았지만, 모습 자체가 잘 어울리더라.
 
시나리오 쓸 때부터 인조와 관련해 제일 처음 떠올린 장면이 문틈으로 얼굴이 보이는 장면이었다. 불안과 의심을 가진 왕의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그게 기존 왕과 다르다. 품위 있고 격조 있는 왕이 아니라 그 이면에 감춰진 인간적인 불안과 의심 가득한 인조였다.
 
기존 왕과도 달라야 했다. '이런 인물을 누가 할 수 있지?' '누가 잘 할 수 있지?' 생각했다. 인조는 따뜻하고 친근한 이미지에 제일 반대편에 있고, 그렇기에 유해진 배우가 하면 오히려 그 이면을 잘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이 놀라지 않을까 생각해서 캐스팅하게 됐다.

 
▷ '왕의 남자' 광대 육갑 역 유해진과 당시 조감독이 '올빼미'에서 왕과 감독으로 재회한 만큼 다시 만난 소회도 남다를 듯하다.
 

나도 그렇게 인연이 질길 줄 몰랐다.(웃음) 20년 전쯤 처음 본 거 같다. 내가 스태프로 두 편 , 연출 한 편 했는데 3편에 다 출연하셨다. 그래서 내가 나 혼자 유해진 배우를 '페르소나'라고 부르고 있다. 되게 오랜만에 뵈었는데도 워낙 편하게 해주셔서 오랜만에 뵙는 거 같지 않았다. 나이도 안 드셨더라. 그때 육갑이때 그대로였다.

영화 '올빼미' 스틸컷. NEW 제공영화 '올빼미' 스틸컷. NEW 제공 
▷ 소현세자 역 김성철의 연기는 짧지만 인상 깊고, 영화의 분위기가 반전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어떻게 김성철을 소현세자에 캐스팅하게 됐는지도 궁금하다.
 
김성철 배우도 어떻게 보면 모험이었다. 사극을 한 번도 안 해봤기에 사극 발성을 어떻게 할지, 의상 분장이 어울릴지 상상만 했었다. 상상보다 훨씬 잘 어울려서 깜짝 놀랐다. 사극 발성도 너무 좋고, 평범한 대사 속에 성품과 인자함을 한 번에 표현할 줄 아는 배우다. 현장에서 늘 장난치고 긴장도 안 하는 스타일인데, 슛 들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세자가 됐다.
 
▷ 최무성(이형익), 조성하(최 대감), 안은진(소용 조씨), 조윤서(세자빈 강빈), 박명훈(내의원 의관 만식)의 연기도 빛을 발했다. 특히 박명훈은 반짝이는 눈망울로 영화에 숨 쉴 틈을 제공했다.
 
이형익은 양면적인 얼굴이 필요한 캐릭터였고, 최무성 배우가 첫 번째 픽(선택)이었다. 다행히 흔쾌히 하신다고 하셔서 거의 가장 초반에 캐스팅된 경우다. 반면 최 대감 역할은 누구를 할지 끝까지 고민했었다. 인조와 비등한 권력과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인물인데, 누가 인조에게 지지 않고 상대할 것인가 많이 고민했고 결국 조성하 배우를 캐스팅하게 됐다.
 
안은진 배우 역시 유해진 배우처럼 반대로 캐스팅한 경우다. 기존 역할들이 밝거나 명랑했는데, 그 안에서 욕망 같은 게 보이더라. 그렇다면 소용 조씨를 하는 게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조윤서 배우는 유일하게 오디션을 봤다.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오디션에서 원손을 부르는 장면이 너무 진정성 있게 다가와서 단숨에 캐스팅 했다.
 
박명훈 배우는 감초 같은 역할이다. 캐스팅하기 전엔 몰랐는데 캐스팅하고 촬영해보니, 이렇게 눈이 아름다운 배우가 있나 싶었다. 눈으로 모든 걸 말하는 배우였고, 보고 있으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다른 영화보다 유독 눈이 도드라지지 않았나?(웃음)


영화 '올빼미' 캐릭터 포스터. NEW 제공영화 '올빼미' 캐릭터 포스터. NEW 제공 

"남의 영화 보는 것 같더라"

 
▷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스릴러 장르로서 긴장을 잃지 않으면서도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중심에 두기 위해 연출적으로 고심했던 지점은 무엇인가?
 
일단 관객들이 손에 땀을 쥐고 하는 영화가 목표였다. 그 목표를 두고 모든 것을 맞춰서 처음부터 끝까지 나갔다. 그리고 주맹증이란 소재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다 보니 '본다는 게 뭘까'란 키워드도 나온 거다. 우선순위가 그거였다. 그 방향으로 쓰고 연출하려 했다.
 
▷ 내가 머릿속으로 그려봤던 것보다 배우가 훨씬 더 잘 그려내서 놀랐던 장면이 있을까?
 
거의 모든 장면 그랬다. 그래서 내가 구체적인 상상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상상하면서 쓰긴 했는데, 찍으면서 보니 남의 영화를 보는 거 같더라. 어떤 감독님들은 머릿속에 있는 걸 그대로 만들어내는 분이 있는 거 같던데, 난 머릿속에 뭐가 없나 보다. 남의 영화 보는 거 같고 재밌었다. '이게 이런 장면이었어?'라면서 계속 재밌어하면서 봤다.(웃음)

영화 '올빼미' 스틸컷. NEW 제공영화 '올빼미' 스틸컷. NEW 제공 
▷ 연출하면서 그려내기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무엇인가?
 
많이 있었는데, 처음 경수가 목격하는 장면은 대단히 쉽게 썼다. 시나리오는 한 번에 쭉 썼다. 쉽게 써서 쉽게 찍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찍으면서 잘못 썼다는 것도 알았고, 콘티를 현장에서 다 바꿔서 찍었다. 그 장면에서 관객들을 낚아채지 못하면 끝이었다. 촬영, 조명, 연기 호흡, 사운드까지 종합적으로 딱 맞아떨어지고 개연성도 있고 동시에 충격적이어야 했다. 그래서 당연히 만족 못 했고, 보충 촬영도 한 회차 했다. 정말 고생했다.
 
▷ 반면에 재밌었던 장면 혹은 마음에 드는 장면은 무엇일까?
 
인조와 이형익, 소용 조씨가 강빈을 가리키면서 하는 쓰리 샷이 있다. 그 장면을 되게 길게 찍었다. 물론 실제 편집한 장면에는 중간중간 다른 컷을 끼워 넣었지만, 인조가 발을 치우고 나오는 순간부터 마치 연극처럼 카메라가 쭉 따라갔다. 그 장면을 찍는데 쾌감이 느껴졌다. 역시 또 남의 영화 보듯이 '와, 재밌다!' '좋아!'하면서 찍었다.(웃음)
 
▷ 예비 관객들에게 '올빼미'를 더 재밌게 관람할 수 있다고 팁을 전한다면 무엇이 있을까?
 
주맹증을 다루다 보니 빛과 어둠이 중요한 영화다. 수시로 빛과 어둠을 들락날락하고, 보일락 말락 하는 어두운 장면이 많다. 이러한 시청각적 체험을 온전히 느끼려면 극장에 오셔서 눈과 귀를 열고 보시면 더욱 좋을 거 같다. 특히 사운드가 좋은 관에서 보면 더욱 좋을 거 같다.
 
<에필로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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