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정직한 후보 2'로 돌아온 장유정 감독의 고민과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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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직한 후보 2' 장유정 감독 <상>
'정직한 후보 2'에서 보여주고자 한 것들에 관하여

영화 '정직한 후보 2' 장유정 감독. NEW 제공영화 '정직한 후보 2' 장유정 감독. NEW 제공※ 스포일러 주의
 
2020년 '진실의 주둥이' 열풍을 일으킨 '정직한 후보'가 주둥이에 주둥이를 더해 '정직한 후보 2'로 돌아왔다. 배우 라미란, 김무열, 윤경호 등 전편의 주역들이 다시 뭉쳤고 당연하게도 장유정 감독이 다시 한번 메가폰을 잡았다.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의 입을 통해 거짓이 난무하는 정치판에 폭탄을 터트리며 웃음을 안겼던 장 감독은 이번엔 주상숙에 이어 그의 비서 박희철(김무열)에게 '진실의 주둥이'를 장착해 '을의 반란'을 일으키며 또 다른 웃음을 선사한다.
 
이처럼 '정직한 후보 2'는 거짓말을 못 한다는 전편의 설정을 가져오되 주상숙의 활동 무대를 국회에서 강원도청으로 오며 변화를 꾀한다. 여기에는 장유정 감독의 오랜 고민과 선택이 담겨있다. 과연 후속편 제작이 결정된 이후 무엇을 고민했고 또 무엇을 담아내고 무엇을 덜어냈는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영화 개봉을 앞둔 장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정직한 후보 2' 스틸컷. NEW 제공영화 '정직한 후보 2' 스틸컷. NEW 제공 

'진실의 쌍주둥이'로 돌아온 장유정 감독의 고민과 선택

 
▷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정직한 후보'에 이어 '정직한 후보 2'가 나왔다. 후속편을, 그것도 코미디 영화의 속편을 만들었다는 건 어떤 경험이었나?
 
일단 기회가 또 왔다는 게 너무 감사했다. 세계관이 구축되어 있으니 2편이 더 수월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그만큼 더 힘든 지점이 있다는 걸 또 공부하게 됐다.
 
▷ 어떤 점이 힘들었나?
 
코미디 영화다 보니 각기 생각이 다른 게 어려운 지점이었다. 슬픔과 분노는 누가 봐도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이 있는데 코미디는 남녀노소 너무 다르다. 또 공간 이동만 해도 달라진다. 셰익스피어는 희극과 비극을 다 썼는데 비극이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문맥이 달라지고 아는 게 다르면 웃기다고 하는 느낌을 못 받는 거다.
 
또 어떤 부분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하고 어떤 건 아니라고 해도 앞으로 끌고 나가야 할 게 있다. 그게 무엇인지 결정하는 게 감독으로서 어렵지만 꼭 필요한 지점이었다. 각기 다른 의견을 조합하고 그 안에서 균형을 잡는 게 제일 어려웠지만 결과적으로 보람찬 지점이었다.

영화 '정직한 후보 2' 스틸컷. NEW 제공영화 '정직한 후보 2' 스틸컷. NEW 제공 
▷ 전편에서 '진실의 주둥이'라는 소재로 관객들에게 엄청난 웃음을 던졌다. 이번 '정직한 후보 2'는 무려 '쌍주둥이'가 등장한다. 주상숙에 이어 박희철을 두 번째 진실의 주둥이로 설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박희철에 주목했던 건 주인공인 주상숙보다 훨씬 더 우리랑 직업적으로나 위치적으로 비슷한 캐릭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300명밖에 없지만 보좌관은 2700명 이상이 있고, 보좌관이 아니더라도 '갑'인 누군가를 모시는 사람들 대부분은 상사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을'의 항변이 잘 나타나겠다고 생각했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순도 100퍼센트의 믿음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9는 미워도 1은 없으면 안 되는 관계가 주상숙과 박희철 아닐까. 박희철은 본인이 먹고 싶은 게 있어도 주상숙을 위해 양보하는 마음이 있었을 거다. 오늘 섭섭해도 나쁜 사람은 아니라며 술 한 잔 마시며 참았을 거다.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 새로운 '진실의 주둥이'를 연기한 김무열의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워낙 연기를 잘하기도 하지만 그동안 보지 못했던 모습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쌍주둥이'를 생각하기 전에 이미 김무열 배우가 코미디를 잘 할거라는 믿음과 확신이 있었다. 도리어 김무열을 영상으로만 본 사람은 코미디 하는 걸 본 적 없으니 코미디 호흡이 있을까 생각할 수 있었을 거다. 의외라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았다. 1편 하고 나서 '김무열이 코미디를 한다고?'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로 김무열을 먼저 봤다. 소년같이 하얗고 멀끔한 20대 배우가 공연하기에 너무 어리지 않나 생각했었는데, 그걸 너스레로 다 상쇄하더라. 그때 이미 김무열에게 코미디 감각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1편 할 때 사람들이 내게 김무열이 코미디를 잘할 수 있냐고 물어봤을 때 "긁지 않은 복권이야! 얼마나 잘할지 몰라서 그러는 거야!"라고 엄청 세게 허풍을 떨었다. 아니나 다를까, 2편에서는 더 날아다닌다. 너무너무 잘했고, 너무너무 고맙다. 감독으로서 저렇게까지 날 신뢰해주는 데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영화 '정직한 후보 2' 비하인드 스틸컷. NEW 제공영화 '정직한 후보 2' 비하인드 스틸컷. NEW 제공 

국회에서 강원도청으로 무대 옮긴 주상숙

 
▷ 전편에서 소위 말해 개과천선했던 주상숙의 욕심통이 다시 들썩거리며 부패한 관료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만큼 권력의 유혹이 큰 것이기도 할 텐데, 관객들이 이러한 모습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했을 듯하다. 이를 어떤 식으로 설득해 나가고자 했나?
 
처음부터 흑화로 시작하면 전편을 봤던 사람 입장에서는 좋게 끝났는데 2편이 시작하자마자 나쁘게 보이면 배신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 빠졌었다. 어떤 상황에서 흑화가 됐는지 단번에 설명할 수 있는 게 뭘까 오래 고민했다. 헹가래가 상징적 장면으로, 뮤지컬 시퀀스를 보는 것처럼 노래 1절에 들어가는 분량 안에서 주상숙의 변화를 설명했다.
 
주상숙은 다혈질에 정의롭지만, 그렇게까지 강한 인간은 못 된다. '슈퍼 히어로'급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주상숙은 단단하게 자기를 다잡고 싶지만 그럼에도 환경이 바뀌고 유혹의 손길이 오면 자신도 모르게 흔들리게 되고 옆에 누가 있고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 실수를 반복한다. 그래서 더 인간적으로 보일 수 있다. 자기 심지대로 끝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이 흔치 않기에 그런 사람을 보고 대단하다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많은 설명이 필요 없는 거다.

 
▷ 주상숙의 주 무대도 바뀌었다. 입법부(국회)에서 행정부(강원도청)로 옮겨온 이유는 무엇인가?
 
입법부는 특성상 한 명이 뭔가 다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행정부는 수뇌부 한 명이 바꿀 수 있는 게 엄청 많다. 그리고 사람들은 의외로 도지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 사실 우리 피부에 굉장히 와 닿게 정책을 바꾸는 것들은 먼 국회가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곳의 도지사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잘못했을 때, 눈감아 줬을 때, 옳다고 생각해 밀어붙였지만 어두운 부분이 있다는 걸 간과했을 때 생기는 결과들이 관객들에게 더 피부로 와 닿겠다고 봤다.

영화 '정직한 후보 2' 스틸컷. NEW 제공영화 '정직한 후보 2' 스틸컷. NEW 제공 
▷ 새로운 캐릭터 조태주 역 서현우, 봉만식 동생 봉만순 역 박진주, 건설사 대표 강연준 역 윤두준이 등장한다. 각 배우의 어떤 면이 각 캐릭터에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는가?
 
영화를 찍으며 코미디란 무엇일지 찾아볼 때마다 본 게 '스윙키즈'에서 박진주가 걸어 나오는 장면이다. 같이 작업해보고 싶었는데 너무 흔쾌히 나와 하고 싶다고 해서 빨리 성사된 케이스다. 처음에 밑도 끝도 없이 영어를 섞은 희한한 말투를 갖고 왔다. 평범하게 읽어봤더니 특징이 없어서 나름 연구해 온 거였다. 평범하게 대사한 걸 듣고 바로 납득했다. 충분히 리얼하게 코미디를 자아낼 수 있겠더라. 박진주가 역할을 잘해줬다.
 
윤두준은 마치 '박해일'처럼 여러 가지 얼굴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착하고 젠틀한 역을 주로 하고 악역을 한 적 없어서 오케이 할 줄 몰랐다. 5회 차 분량밖에 안 됐는데, 다른 배우들이 촬영 때마다 왜 안 오냐고 할 정도로 본인이 와서 너무 열심히 해줬다. 감동스러웠다. 실제로는 되게 선한 사람이다.
 
서현우는 연극을 보러 갔는데 연기를 무척 잘해서 내가 평소에 이런 말을 잘 안 하는데, 꼭 한번 작업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로 연극 위주로 연기를 했고, 코미디를 안 해봐서 염려할 수 있다. 그러나 마치 1편 때 김무열이 코미디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던 것처럼 주변에서 염려할 때 난 너무너무 확신했다. 끝까지 너무너무 고마웠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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