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1. 지난 9월 문모 씨는 2년 전 들어 둔 이자 3%대의 정기예금 두 개를 해지했다. 한 친구가 모임에서 이자 5%대 정기예금에 1억원을 예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문 씨는 "예금을 3년 만기로 넣어두고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다시 예금에 가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리가 높다는 신협이나 저축은행 예금상품에 4800만원 정도씩 나누어 가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 씨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24일 이후에 고금리 상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자는 계속 오른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문 씨는 "은행 직원도 더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 너무 늦지는 않게 연말 정도에 다시 예금상품을 찾아 가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금리 인상기가 계속 되는 가운데 문 씨 같은 '금리 노마드족'(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예·적금 상품을 찾아 움직이는 예금자)의 고민과 기대가 올해 말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FOMC가 우리시간으로 지난 3일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것)을 밟자 '금리 노마드' 현상은 더욱 도드라졌다. 올해 미국이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큰 폭 상승하고, 한국이 그 인상 폭을 따라가면서 1, 2금융권 할 것 없이 수신금리가 뛰었다. 한은 기준금리가 3%까지 상승하면서 시중 5대 은행의 수신금리가 2%대에서 4%대로 올랐고 주식시장도 침체되면서 은행 예적금에 돈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시중금리가 연일 상승하는 와중 고금리 예·적금에 가입하려 상품을 알아보는 금융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연 10%대 특판 적금을 출시한 서울 관악의 한 은행 앞에는 새벽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고금리 상품을 쇼핑하는 금리노마드족이 몰리며 저축은행중앙회 온라인 사이트가 일시적으로 접속이 지연되는 사례도 있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회사원 박모(36) 씨는 "회사에서도 고금리 예·적금 상품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얼마 전 금리 3.5%짜리 5천만원 예금통장을 해지했다. 가입 당시만 해도 높은 금리였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하면 전혀 높은 금리가 아니다. 게릴라성 예적금 특판이 많아서 재테크 카페를 드나들면서 주의깊게 보는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은이 올해 마지막으로 여는 이달 24일 금통위에서 세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동 기회'가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전체 수신금은 1900조1421억 원으로 한 달 전과 비교해 46조 8657억 원이 늘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권 시장이 좋지 않은 가운데 은행들이 채권보다 예적금으로 자금을 조달하려 하는 상황이다보니, 이번달 예적금 금리 경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