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3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강 이사장 자리의 모니터에는 최근 화제가 된 '46억원 횡령'과 관련한 자료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소속 직원의 거액 횡령, 성범죄 등이 잇따라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3일 국정감사에서 여야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강도태 건보공단 이사장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국감에서 지난달 수면 위로 드러난 자사 직원 횡령사건에 대해
"이사장으로서 이번 사건이 발생하게 된 여러 가지 원인 등에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이사장은 "자금 횡령은 민간기업에서 간혹 발생하지만, 건보공단 같은 공기업에서 46억이란 거액 횡령은 보기 드문 사례"라며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국민의힘 최영희 의원 지적에 이같이 답했다.
그러면서 "공단을 믿고 신뢰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대단히 죄송하다. 좀 더 세밀히 챙기지 못한 점을 거듭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공단 재정관리실에서 채권관리 업무를 맡았던 팀장 A씨는 지난 4월부터 채권 압류 등에 따라
지급보류된 진료비용을 계좌정보 조작으로 본인 계좌에 입금시켰다. 빼돌린 금액 규모는 총 46억 원에 달한다. 4월 27일 지급보류 계좌에서 1천원을 빼낸 것을 시작으로 범행은 점점 대담해졌다. 1천만원, 3천만원 등으로 점차 커진 횡령액은 지난달 21일 41억 7천만원으로 불어났다.
그간 공단 내부에서 일어난 횡령사건 중 가장 큰 피해규모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13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최근 화제가 된 '46억원 횡령'과 관련한 공단 대책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연차 휴가를 낸 A씨는 해외로 도피했고, 공단은 이튿날인 같은 달 22일에야 횡령 사실을 파악했다. 이후 A씨를 경찰에 형사고발하고 계좌를 동결했지만, 정작
적발 이튿날인 23일에도 A씨의 월급 444만 370원을 전액 입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의 임금 가압류 전이었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달 초에는 공단 내 여성 체력단련장에서 여성 직원을 몰래 촬영한 40대 직원의 '불법촬영'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복지위 위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국민 불신을 자초하고 있는 공단의 행태를 지적했다.
첫 질의에 나선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은 "공단이 운영하는 보험료만 해도 100조가 넘는다.
모든 국민들이 내는 돈이기 때문에 안전하게 지켜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횡령이 최초로 발생한 지 5개월이 지나서야 알게 됐는데, 그 사이 발생한 횡령금액이 40억"이라며 "공단은 과연 무엇을 했나"라고 되물었다.
같은 당 최영희 의원도 "피의자는 지난해 12월 '평소 맡은 바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 건보제도 개선에 기여한 공이 크다'며 표창장까지 받았다"며 "공단 선후배가 부끄러울 정도로 의미를 퇴색시켰고,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많은 의원들은
팀장 한 사람이 현금 지급 관련청구와 검토, 계좌정보 입력·변경, 승인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의 허점을 근본 원인으로 짚었다.
최연숙 의원은 "이런 시스템이면 팀장이 아니라 누구라도 횡령을 쉽게 할 수 있었단 생각이 든다. 스위스 치즈처럼 여러 범행이 합쳐져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영희 의원 또한 "대부분의 횡령사건은 피의자가 1~2번 (범죄를) 실행하고 나면 검거된다. 전결 과정에서 교차검증을 통해 적발되기 때문"이라며 "교차 승인을 진행했다면 최소한 이렇게 많은 금액을 횡령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강 이사장은 "여러 권한이 분산되고 상호 견제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금지급업무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팀장에게 몰아줬던 업무 권한을 부장급으로 상향 조정해 상호 점검이 가능하도록 처리과정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유사범행이 있었음에도 시스템을 정비하지 못한 공단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사건 발생 이후 2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수금액을 알지도 못한다. 환수되지 못한 피해액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오죽하면 언론에서 '횡령된 46억을 국민이 메워야 하는 것 아니냐', '건보 직원들의 성과급으로 채우라'는 얘기가 나오겠나"라고 반문했다.
류영주 기자 최 의원은
"현금 지출업무 프로세스 전면개편은 2010년 2억 횡령사건 때도 하셨던 얘기"라며 "(이후로도) 올해까지 횡령사건이 5건이나 더 발생했다. 1년에 수십 조를 쓰는 건보공단의 이사장께서 '46억'을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이사장님이나 제 개인 연봉으론 절대 막을 수 없는 큰 돈"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2010년 횡령사건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회수된 금액은 7500여만 원으로 절반도 회수하지 못했다"며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강 이사장은 "가압류라든지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을 저희가 (정확히) 알지 못하는데 수사결과가 통보되고 손실금이 확인되면 국민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 없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 한정애 의원도 "권한 분산을 고민하시는데, 간단히 말해
청구부서와 승인부서, 지급부서가 (각각) 달라야 하고, 이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사내 불법촬영 사건을 두고 "피해자가 '2차 가해' 등을 당하지 않도록 잘 보호해 주시고, 추가 피해자가 확인되면 그들에게 필요한 보호·지원을 제공해주시면 좋겠다"며 "더불어 가해직원에 대한 엄중한 처분을 해야만 공단 근무직원들이 향후에도 업무에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 이사장은 "기본적으로
개인정보 보호라든지 행정의 문제, 성범죄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처벌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