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글로벌 인플레이션에서 촉발된 물가상승 압력으로 올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까지 치솟으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속도와 폭에도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고물가 압박이 실물 경제에 본격적으로 전이되면 저소득층 가구의 피해가 막대해진다는 점에서 한은이 금리인상에 속도를 붙여야 하지만, 반대로 가파른 금리인상은 당장 서민과 자영업자의 대출 이자부담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리 경제에 또다른 '뇌관'이 될 전망이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6월 소비자물가지수 6%↑
이창용(오른쪽 두 번째) 한국은행 총재. 박종민 기자
5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로 전년동기 대비 6.0% 급등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코로나19에 따른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영향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일부 훼손되면서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 상승이 국내 물가를 덮쳤다.
전년동기 대비 월 소비자물가상승률 6%는 외환위기였던 지난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다.
문제는 올해 3월(4.1%)과 4월(4.8%) 4%대 상승률을 기록한 데 이어, 5월(5.4%) 5%대를 넘어서고 6월 6%까지, 추세적 상승세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이다.
물가 상승이 본격적으로 실물 경제에 전이되면 임금상승을 자극하고, 임금상승이 추가 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등 상호 반복 작용이 강화될 수 있어 한은의 고심은 깊을 수밖에 없다.
당장 한은은 실물 경제를 덮칠 고(高)물가에 대응하고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통화정책을 통한 물가잡기 메시지를 보다 강하게 시장에 던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사상 최초로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것)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발등에 떨어진 불' 소비자물가 상승률 6% 어쩌나
한국은행 제공당장 한은은 이날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긴급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 부총재보는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5월 5%를 웃돈 지 한 달 만에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대에 진입하는 등 올해 들어 물가 오름세가 빠르게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또 "앞으로도 소비자물가는 고유가 지속,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 증대, 전기료·도시가스 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4%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높아지고 물가상승 압력이 다양한 품목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임금-물가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물가 상황이 고착되지 않도록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확산을 각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급등하는 물가상승 추세를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상황이 나아지기 보다는 대외 변수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은 금통위가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 강도에 관심이 쏠린다.
실제로 한은은 지난달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공급과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모두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당분간 5%를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원유·곡물 등을 중심으로 해외 공급요인 영향이 이어져 상반기보다 오름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인플레이션 억제 VS 가계부채 부실화…한은의 선택은?
황진환 기자당장 이달 13일 열리는 금통위의 결정이 주목된다.
올해 초부터 더욱 거세진 물가상승 압박에 통화정책 당국인 한은은 물가잡기에 방점을 찍는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냈다.
이 과정에서 기준금리 인상시 동반되는 저소득·저신용·다중채무자들의 가계부채 연쇄 부실화 등 또다른 경제불안 '뇌관'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일단 시장에서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물가상승을 사전에 억제하기 위해 '빅스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동시에 나왔다.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화 부담은 통화정책이 아닌 추가 금융지원과 개인회생제도 활성화 등 정부 차원의 '정책 패키지'로 접근하고, 고물가를 동반한 스테그플레이션 진입 불안, 한미 금리차 역전에 따른 국내 투자자금 유출 우려 등은 적극적인 통화정책으로 제어해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4일 열린 금융당국 조찬간담회에서는 "국내외 금리 상승기에 거시경제 리스크 요인들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관계부처 합동 대응체계를 구축해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따라 당장 발등에 떨어진 '물가폭탄'을 잠재우기 위해 한은 금통위가 이번 달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에 나서고, 금리인상 후폭풍에 따른 이자부담 급증과 취약 차주 보호를 위한 정책 패키지는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마련하는 절차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지난달 '자이언트 스텝'(정책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 인상)에 나선데 이어, 이번 달에도 최소 '빅스텝' 이상의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만큼, 우리 금통위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절박감도 감지된다.
KB증권 임재균 연구원은 "6월 소비자물가는 고점을 높였지만 하반기에 더 높아질 수 있다"며 "7월 금통위에서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임 연구원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세도 가팔라지고 있기 때문에 핵심 소비자물가도 4.4% 증가했다"며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수요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도 높다"고 분석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우혜영 연구원은 "7월 전기·가스 공공요금 인상과 지정학적 리스크 및 중국 방역조치에 따른 공급측 물가 상승 요인, 안정되지 않은 기대인플레이션 등 물가 상방 리스크가 여전히 우세하다"며 "아울러 5월 한국은행 물가 전망 경로를 다소 상회한 (현재) 물가가 발표된 만큼, 7월 금통위에서 빅스텝 인상을 전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