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을 기준으로 직원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26일 대법원 판결로 임금피크제가 중대 기로를 맞게 됐다.
노동계는 일단, 이번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고 나섰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통해 "연령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명백한 차별'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준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민주노총 한상진 대변인도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에 충실한 전향적인 해석이므로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한상진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임금피크제 자체를 무효로 선언했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대법원이 임금 삭감에 상응하는 합리적 조치가 취해지면 임금피크제가 유효가 될 여지를 남겨 둠으로써 사용자들에게 퇴로를 만들어 주었다는 비판이다.
한국노총은 성명에서 "오늘 판결을 계기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는 현장의 부당한 임금피크제가 폐지되기를 바란다"고 한발 더 나아갔다.
특히, 한국노총은 "현장지침 등을 통해 노조 차원에서 임금피크제 무효화 및 폐지에 나설 것으로 독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임금피크제 폐지 투쟁' 선언으로 들린다.
기획재정부 블로그 캡처고용노동부의 '2021년 6월 말 기준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결과'에 따르면 정년제를 운영 중인 34만 7422개 업체 중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은 전체의 22.0%인 7만 6507곳이다.
그러나 규모가 '300인 이상'인 사업체 경우는 총 3265곳의 53.6%인 1750곳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또,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300인 이상 사업체 1750곳의 70%를 넘는 1308곳은 노조가 존재했다.
임금피크제 폐지 투쟁에 노동계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그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계의 임금피크제 폐지 투쟁 여부와는 별개로 임금피크제 도입의 합리성을 두고는 노사간 대립 격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 핵심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면 도입 목적의 정당성과 필요성, 임금 삭감에 준하는 업무량과 강도의 저감 등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계가 이번 판결을 크게 환영하는 까닭도 그간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이 오로지 사용자 이익을 위해 정년을 앞둔 노동자 임금을 삭감하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는 인식때문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권영국 변호사는 "앞으로는 단지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한 임금피크제는 상당 부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김기덕 변호사도 "적어도 똑같은 일을 시키면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이번 대법원 판결의 기본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임금피크제 시행과 관련해 임금 삭감이 취해지더라도 삭감 정도와 삭감에 따른 업무량 및 강도 저감 기준 등의 합리성을 놓고 노사 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노사 합의로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인 사업장에서도 기존 시행 기준의 합리성 재검토를 요구하는 노동자 측과 이에 맞서는 사용자 간 갈등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