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우크라이나 전쟁과 국내적으로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 와중에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한일 방문길에 올랐다.
방문 목적지는 한국과 일본이 맞지만 방문 목적은 따로 있다. 바로 중국이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전날 "바이든의 이번 아시아 여행의 모든 것은 중국과 관련된 것"이라며 "오판하지 말라"(make no mistake)고 독자들에게 타일렀다.
"한일 순방의 모든 것은 중국과 관련된 것"
팽창하는 중국을 막는 문제는 작년 초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최우선 과제였다.
아프가니스탄 미군철수도 중국에 힘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철군작전의 실패로 되레 발목이 잡혔다. 그리곤 올해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면서 또 다시 중국 견제에 필요한 시간을 허비했다.
북한의 핵실험과 ICBM 발사 징후가 임박한 와중에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것도 더 이상 중국 문제를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백악관도 이번 한일 순방 목적을 분명히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이번 방문에서 우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민주국가와 개방사회가 힘을 합쳐 강력하고 힘차고 역사적인 동맹관계를 강화한다면 세계가 어떤 모습이 될지 긍정적 비전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연합뉴스'민주국가'와 '개방사회'란 공산국가이자 독재국가인 중국의 반대 진영을 말할 때 쓰는 표현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그러면서 "그 메시지는 세상이 듣고, 그리고 중국이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한 것처럼 중국이 아시아 특히 대만에서 하려해선 안 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가지고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을 방문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NBC도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지만 사실은 중국과 북한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한일정상회담 핵심 의제도 중국견제"
바이든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중국 견제에 대한 우리측 협조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후보시절 미국과 동맹을 대외정책의 근간으로 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박종민 기자대(對)중국 군사협의체인 '쿼드'(QUAD)에 어떤 형태로든 한국이 결합해 달라는 요구와 함께, 이번 일본 방문 때 출범시킬 대(對)중국 경제협의체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도 한국이 적극 동참해 달라는 요청도 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첫 일정으로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는 것도 한미 반도체 동맹으로 중국의 반도체 패권 도전을 좌절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한일 관계 개선을 촉구 내지는 압박할 것으로도 보인다. 한일간 우호 관계 수립 역시 중국 견제에 긴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윤석열 정부가 '쿼드'의 워킹그룹의 일원이 돼 일본과 마주하는 것 역시 한일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 기시하 후미오 총리에게도 똑같은 주문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관계 개선 촉구예상…이 역시 중국견제용"
한국이 이번 바이든 동북아 순방의 사전무대라면 일본 방문은 본무대다. 그 절정은 예상대로 쿼드 정상회의가 될 것이다.
지난해 9월에 이어 8개월 만에 여는 쿼드 정상회의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핵심 협력체다.
쿼드 첫 대면 정상회의. 연합뉴스
미국 언론은 따라서 이번 순방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플러스 요인도 있지만, 마이너스가 될 위험도 안고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에서 출범시킬 것으로 알려진 IPEF 때문이다. 아세안 등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과의 관계를 염려해 가입에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 순방 전에 아세안 정상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IPEF 가입의 이점을 홍보했지만 가입서에 공식 서명할 국가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여러 측면에서 미국은 우리에게 어떻게 보면 읍소하는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견제에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사실, 한미동맹 강화가 미국에게도 절실하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
물론 북한 문제도 특히 한국방문의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다.
전술핵 배치 대신 사드 추가 배치 내놓을까?
윤석열 정부는 북핵 억지를 위해 전술핵의 한반도 배치를 요구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17형'. 연합뉴스
그러나 미국은 한반도에 핵무기 배치에 대해서만큼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도발에 명분을 줄 수 있고 일본내 핵무장 여론에도 기름을 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핵무기 배치 대신 한국의 새 정부가 요구중인 사드(THAAD) 추가 배치를 대신 선물(!)로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따라서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대응) 문제에 두 정상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우리만큼 북한도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