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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물건너 가는 尹 소상공인 공약…'임대료 나눔'도 무산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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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소상공인 임대료 나눔제' 공약 제시
임차인,임대인,정부가 1/3씩 임대료 분담…임대인 몫 1/3은 정부가 차후 세액 공제로 보전
당선 뒤 '110개 국정과제'에는 '임대료 나눔제' 구체적 언급 없어
이영 중기부 장관도 "사유 재산이라 제도 강제하기 어렵다" 선그어
50조원에 이르는 소요 예산과 제도 부작용 우려 등으로 도입 무산 위기…공약 파기 논란 재연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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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호프집을 운영해온 A씨는 코로나 손실보상금으로 두차례에 걸쳐 모두 4500만원을 받았다.
 
수백만원에 그친 소규모 자영업자들과는 달리 꽤 큰 금액을 받았지만 A씨는 결국 가게를 빼야 했다. 1600만원에 이르는 월세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기간 동안 A씨의 매출은 급격히 줄어 들었지만 월세는 그대로였다. 오히려 관리비가 올라 전체 월세는 인상됐다.
 
월세가 밀리자 1억 5천만원 보증금에서 차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장기화되자 보증금도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럼에도 밀린 월세가 아직도 8천만원이나 남았다. 여기에 연체이자 700만원까지 건물주에게 지급해야 한다.
 
높은 월세 탓인지 들어오겠다는 임차인이 없어 권리금 4억원도 고스란히 날려 버렸다.
 
A씨는 "퇴직금으로 마련했던 가게"라며 "하지만 코로나 조치가 풀렸다고 해도 매출 회복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높은 월세 탓에 가게를 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A씨의 사례처럼 코로나 방역 기간 동안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매출 하락만큼이나 부담이 컸던 것은 임차료였다.

지난 2020년 11월 소상공인연합회의 임대 현황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89.4%가 임차료가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정부가 임대료 보전 등의 명목으로 손실보상금을 지급했지만 지난해 3분기분(7~9월) 손실보상금의 평균 금액은 286만원에 불과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조사한 지난 2020년 소상공인 평균 월세 119만원의 3개월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었다.
 
소상공인들의 임차료 부담은 지난 대선에서 당연히 이슈가 됐다. 여야 후보 가릴 것 없이 '소상공인 임대료 지원' 공약을 내걸었고, 윤석열 대통령도 '임대료 나눔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윤 대통령은 후보였던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국가가 임대료의 1/3씩을 부담하는 임대료 나눔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임대인이 임대료를 1/3 인하하면 세액 공제 등을 통해 정부가 보전해 주고 나머지 2/3는 임차인이 내되 그 중 절반, 즉 임대료 원금의 1/3은 정부가 보조금이나 대출 감면 등의 형태로 임차인에게 보전해주겠다는 것.
 
일주일 뒤에 있었던 소상공인연합회 신년 하례식에서도 윤 대통령은 '반값 임대료 공약'을 거듭 강조했다. 소상공인들도 이같은 공약을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하지만 당선 이후 여권의 기류는 바뀌고 있다. 임대료 나눔제 공약을 도입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소상공인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부 이영 장관은 19일 국회 상임위에 출석해 '임대료 나눔제 관련 예산'을 묻는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의 질의에 "임대료 나눔제는 사유재산과 관계된만큼 강제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임대료 나눔제를 도입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 장관은 "더구나 4월말에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해제하면서 임대료 나눔제 도입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 수 있는 명분도 약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신 손실보상금 계산식에 임대료 및 인건비 항목을 넣고 보정률을 100%로 높이는 방식으로 대안을 마련했다"며 "사유재산이라 (임대료 나눔제를) 강제할 수 없어 임대료 나눔제에 대한 것을 손실보상금으로 돌린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시 지난 3일 110개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도 '임대료 나눔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임대료, 세금, 공공요금 등의 (소상공인) 경영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원론적인 방향만 제시했다.
 
시중에 유출됐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서는 임대료 나눔제가 적시되기는 했지만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도입을 '검토'하는 정도로 돼있다. 만약 도입된다면 올해 하반기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추경을 편성해 임대료를 지원한다는 시간표가 제시했다.
 
하지만 이행계획서에 대해 대통령실은 최종본이 아니라며 그 무게를 내리 깎았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가 대선 공약인 '임대료 나눔제'에 대해 인색하게 바뀐 것은 50조원에 이르는 예산이 부담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임대료 나눔제의 예산 규모에 대해 "3~5년에 걸쳐 50조원"으로 예상했다.
 
이행 계획서대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올해부터 적어도 10조원 이상을 매년 예산에 넣어야 하지만 올해는 이미 정부 추경안까지 국회에 넘어간 상황이다. 추경안에는 임대료 나눔제 관련 예산은 없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인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더 이상의 추경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임대료 나눔제가 애초부터 잘못 설계됐다는 지적도 도입을 가로 막는 한 요인이다.

임대인과 임차인, 정부가 1/3씩 부담하는 형식이지만 임대인 몫의 1/3을 정부가 세액 공제 등의 형태로 떠안는다는 점에서 임대인은 결국 아무런 부담을 지지 않게 되고, 국민세금을 임대인 지원하는데 쓰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란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임대료 나눔제의 선의를 악용해 임대인이 임대료를 인상할 경우 임대인은 기존 임대 수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정부로부터 세액 공제까지 받을 수 있다는 '꼼수'까지 퍼지고 있다.
 
참여연대 김남주 변호사는 소상공인의 임차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임대료 나눔제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면서도 임대인에 대한 세액공제 몫을 공약의 절반으로 줄일 것을 제안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공약한 임대료 나눔제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제도화해야 한다"면서도 "임대인도 사회적 재난에 연대하고 손실을 부담한다는 측면에서 일부에 대해 세액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 비율은 임차인이 최종적으로 자신이 부담한 임대료의 절반만 상환 면제받는 것과 형평을 고려해 전체 임대료의 1/6만 세액 공제하고, 1/6은 최종적으로 임대인이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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