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보상 소급적용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소상공인 코로나 주요 공약이었던 '임대료 나눔제'도 무산 위기에 처했다.
임대료 나눔제는 임대인과 임차인(소상공인), 정부가 임대료의 1/3씩을 분담하되, 임대인 부담의 1/3(임대료의 1/3 인하)은 정부가 세액 공제 등의 방식으로 보전해 주겠다는 윤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이다.
그러나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과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이영 장관은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임대료 나눔제 관련 예산'을 묻는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의 질의에 "임대료 나눔제는 개인의 재산권과 관련된 부분이라 재난 시기라 하더라도 정부가 강제할 수 없다"고 밝혀 사실상 도입하기 힘들다는 뜻을 밝혔다.
이 장관은 "또한 지난달 말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해제하면서 이를 강제하기에는 명분도 약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신 손실보상금 계산식에 임대료 항목을 넣고 보상 비율도 기존 90%에서 100%로 올리는 방식으로 대안을 마련했다"며 "임대료 나눔제를 예전과 같은 강도와 속도로 가져갈 수 없는만큼 손실보상금으로 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대료 나눔제를 도입하는 대신 손실보상금의 계산식을 바꿔 임대료 나눔제 취지를 반영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손실보상금의 계산식에 임대료 항목이 들어간 것은 지난해 만들어질 때부터였지, 이번에 새롭게 들어간 것은 아니다.
더구나 보상 비율을 100%로 높인 배경도 손실을 전부 보상해야 타당하지, 굳이 80~90%만 보상해야할 근거가 어디 있느냐는 논리적 지적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또한 보상 비율을 10% 인상한다 하더라도 영업손실에서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율'의 10%만 추가로 보상하는 셈이기 때문에 임대료 '원금'의 2/3를 깎아주겠다는 임대료 나눔제와도 큰 차이가 난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임대료 나눔제 공약을 약속했고, 같은 달 소상공인연합회 신년 하례식에서도 '한국형PPP 제도를 통한 소상공인 반값 임대료' 공약을 밝혔다.
하지만 당선 이후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10개 국정과제'에는 임대료 나눔제가 빠져 '공약 파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날 이 장관의 '사유 재산' 발언으로 미뤄 임대료 나눔제가 무산될 가능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박종민 기자윤 대통령의 소상공인 코로나 공약이 무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손실보상 소급 적용이 배제된 것은 '반쪽짜리 보상'이라며 손실보상 소급 적용을 약속했던 공약도 무산됐다.
윤석열 정부는 이달 첫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손실보상 소급적용을 위한 데이터가 부족하다'거나 '행정 부담이 크다'는 이유 등으로 소급 적용 공약을 파기했다. 대신 피해지원금의 일종인 '손실보전금'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손실보전금마저 공약 파기 논란에 시달렸다. 인수위에서는 당초 '최대' 60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그러자 '600만원을 일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코로나1호 공약'을 파기한 것이라는 비판이 끓어오르자 당정 협의 끝에 '최소' 60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복원되기도 했다.
윤 정부가 소상공인 핵심 공약을 잇따라 파기하는 것은 재정 부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임대료 나눔제의 경우 3~5년에 걸쳐 모두 50조 원이 들 것으로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은 추산했다.
손실보상 소급 적용 역시 수십 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피해지원금(손실보전금)까지 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돼 '작은 정부'와 국가 부채 감축을 지향하는 윤 정부에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불과 몇달을 사이에 두고 핵심 공약들을 잇따라 뒤집으면서 '포퓰리즘'과 '매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