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재판에서 대장동 일당이 사업을 따내기 위해 성남시의회를 조직적으로 관리한 정황이 나타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2일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지난달 29일 재판과 마찬가지로 '정영학 녹음 파일'을 재생했다. 정영학 녹취는 정영학 회계사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 등과의 대화를 녹음한 자료로 대장동 의혹의 스모킹 건으로 꼽힌다.
지난 재판에 이어 이날도 대장동 일당이 성남시의회를 조직적으로 관리하고 돈을 뿌린 정황이 나타났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이한형 기자검찰이 공개한 김만배 씨와 정 회계사의 지난 2013년 3월 9일 통화 녹취에선 성남시의회 강한구 의원이 등장한다. 강 의원은 당시 새누리당 소속으로 성남시의회에서 활동했는데 성남도시개발공사 출범에 찬성했다가 새누리당에서 제명됐다.
해당 녹취에서 김만배 씨는
"한구 형은 누가 전달하지?"라고 말했고, 이에 정 회계사는 "형님(김만배)이 비자금을 갖고 나갈 돈이 그럴 용도로 갈 게 있다면 가져간 비율대로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답한다. 이어 김 씨는
"한구 형은 내가 해야 된다. 형 선에서 처리하는 것으로"라고 말했고, 정 회계사가 다시
"그게 맞는 것 같다. 일만 잘 처리되면 된다"라고 답했다.
검찰은 이날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이 언급되는 녹취도 공개했다. 이 녹취에서 김 씨가 "애들은 의장님한테 잘하냐"라고 묻자 정 회계사는 "이제 잘 하겠죠"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씨는 "남욱이는 안 봐도 찰싹 붙었을 것"이라고 말했고, 다시 정 회계사는 "남욱이는 잘 붙어 있다"라고 호응했다. 이후로도 김만배 씨는
"대장동 키는 의장님이 완전히 쥐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경기도 제공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도 또 하나의 로비 창구로 등장한다.
검찰은 지난 2013년 3월 20일 자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유동규 전 본부장이 사람들을 컨트롤하고, 본인도 크고, 남 변호사를 도우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을 설명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실제 해당 녹취에서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다른 것도 원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주겠다. 시공사도 엮어주고 배팅하게 해주겠다. 그러면 총알이 필요하다'라고 한다"라며 "취지는 '나도 커야 할 것 아니냐, 널 도와주려면 형(유동규)이 부탁하는 것으로 생각하라"이다"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이 남욱 변호사에게 계속해서 돈을 재촉하는 정황도 2013년 4월 1일 통화 녹음에서 드러났다. 남 변호사가
"출처 없이 만드는 데 약간 애로가 좀 있는데 얼마나 급하신 것인가?"라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내일 일부 좀 해봐"라고 말했다.
이어 남 변호사가 "내일이요? 내일 필요하신 것이구나"라고 말끝을 흐리자 유 전 본부장은 "스케줄을 맞춰 놓았다. 어느 정도냐"라고 재촉했고, 남 변호사는 "현금 만들기에 시간이… 출처 없이 만드는 게 시간이 좀 걸린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