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첫 회동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이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역사적인 회동을 갖고 용산 이전 등의 현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판단은 차기 정부의 몫"이라며 윤 당선인의 용산 이전 계획에 협조를 약속했다. 윤 당선인은 최초 계획과는 달리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는 꺼내지 않았다.
文대통령 용산 이전 협조 모드로 전환, 尹당선인 MB사면 안 꺼내
이날 오후 5시 59분에 만나 밤 8시 50분까지 2시간 51분동안 만남을 가진 두 사람은 긴 시간 동안 만찬을 하면서 여러 의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반주 한 두잔을 곁들였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문 대통령이 물러선 부분은 집무실 용산 이전 관련이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28일 오후 서울 통의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만찬 회동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장 실장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용산 이전 계획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차기 정부의 몫이라 생각한다"며 "지금 정부는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힘을 실었다. 청와대는 지난주만해도 "국방부, 합참 등이 준비된 이후 이전하는게 순리"라며 제동을 걸었지만, 한발 물러나 협조를 약속한 것이다. 다만 예비비를 국무회의에 올리는 시기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애초 계획과는 달리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를 꺼내지 않았다. 대통령 고유 권한인 사면권을 끝까지 존중하고 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 실장은 "사면 문제에 대해서는 일체의 거론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인사·추경 규모 등 협의 이어가기로, 민감한 현안 피하고 협조 기조 강조
연합뉴스감사위원 등 인사에 대해서도 양측이 실무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을 뿐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장 실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인사를 어떻게 하자는 얘기는 전혀 없었다"며 "문 대통령께서 남은 임기동안 해야 하는 인사에 대해 이철희 정무수석과 장제원 비서실장이 잘 협의해주기를 바란다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즉, 회동에 앞서 가동됐던 이철희-장제원 라인을 통해 양측이 계속 협의를 이어간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코로나 손실보상을 위한 추경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필요성을 공감했다. 다만 50조 등 구체적인 예산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인수위측과 청와대가 실무 협의를 계속 해나가기로 했다고 장 실장은 설명했다.
코로나19 대응과 북한 ICBM 발사에 따른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신구 정부가 서로 협력해 대응하기로 했다. 이밖에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정부조직개편에 대해서도 일체의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는 큰 틀에서 윤 당선인 정책의 협조 기조를 재확인하고,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추후 실무 협의에 맡기는 모양새가 됐다. 정부조직개편, 인사, 사면 등 의견이 부딪힐 수 있는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애당초 상세한 토론을 하지 않아 충돌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