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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옷소매' 이세영 "내 마음에 들면? 정조처럼 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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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 '옷소매 붉은 끝동'서 궁녀 성덕임 역 열연
애틋한 로맨스와 주체적 캐릭터로 신드롬 이끌어
"'궁녀즈' 당연히 재회…이산과 사랑도 이뤘을 것"
"가늘고 길게 살기를 꿈꿨던 덕임과 나 비슷해"
"달달한 로맨스 아쉽지만 비극적 서사라면 당연"
"한살이라도 어릴 때 다양한 도전 해보고 싶어"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성덕임 역을 연기한 배우 이세영. 프레인TPC 제공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성덕임 역을 연기한 배우 이세영. 프레인TPC 제공나이는 이제 갓 서른(만 29세)인데 연기 경력은 25년 차에 이른다. 아역 시절부터 야무진 연기로 눈길을 모았던 이세영은 결국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이하 '옷소매')으로 값진 결실을 맺었다. 타고나길 '중전상'이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저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며 묵묵히 걸어간 길 끝에 '옷소매'가 있었을 뿐이다.

이세영이 주연을 맡은 '옷소매'는 유례없이 높은 17.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신드롬급 인기를 누렸다. 부진의 늪에 빠졌던 MBC 드라마 구원투수가 된 것은 당연하다. 이세영은 주체적이면서도 스스로의 삶을 존중하는 궁녀 덕임이 되어 색다른 시각의 사극 로맨스를 이끌었다. 정조와 후궁 의빈이 아닌 이산과 덕임으로 만나 더 애틋하고 공감 어린 인간적인 이야기였다.

이세영이 스스로 평한 성덕임과의 싱크로율은 95%다. 사랑에 대한 그의 생각은 명쾌하다. 누군가를 옥죄고, 자유를 빼앗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것. 마음에 든다면 정조처럼 포기하지 않고 불도저 '대시'를 하리라는 예고도 함께였다. 시대적 상황과 신분 때문에 꽁꽁 숨겨야 했던 덕임과 달리 이세영은 거리낄 것이 없다. 그게 바로 '본체' 이세영과 '옷소매' 성덕임의 5% 차이다.

이세영과의 인터뷰는 언제나 유쾌하다. 3년 전 '왕이 된 남자' 종영 당시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말하다 보면 스포일러까지 툭 튀어나오는 거침없이 당당한 솔직함도 여전했다. '옷소매' 성덕임은 이산과 해피엔딩을 맞았지만 현실에서의 이세영은 이제 또 다른 엔딩을 향해 걸어갈 일만이 남았다. 그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다음은 이세영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Q 최고 시청률 17.4%, 최근 지상파 드라마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시청률 기록을 썼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것 같은데.

A 더할나위 없이 좋은 현장이었다. 작품도 많은 사랑을 받았고, 배우로서 개인 커리어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현장이 너무 행복했다. 모두가 배려 넘쳤고, 힘들어도 웃었고, 저 역시 제 연기를 걱정 없이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순간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거 같다. 감독님과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7개월 동안 스태프와 제작진이 힘을 합쳐서 열심히 촬영하고, 바라는 것 이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여운이 오래 갈 것 같다.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성덕임 역을 연기한 배우 이세영. 프레인TPC 제공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성덕임 역을 연기한 배우 이세영. 프레인TPC 제공Q '옷소매' 답게 애틋하고 아련한 마지막이었다. 드디어 덕임과 산의 사랑이 완성되는 느낌이기도 했는데, 죽고나서야 가능한 거라면 새드인지 해피인지 의견이 분분했다.

A 원작과 똑같은 내레이션으로 마무리 된다. 우리 엔딩은 이렇게 가겠다 싶은 생각이 있었다. 다른 장면을 연기할 때도 이를 염두에 뒀다. 대본을 받았을 때도 많이 울었고, 리허설 할 때부터 다들 울고, 저도 울었다. 덕임이가 환상 속에서 행복하게 표현을 해야 하는데 너무 눈물이 나서 힘들었다. 산이 현실에서 이루지 못했던, 왕의 무게를 내려놓고 덕임이와 둘이 행복하게 재회한 거니까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

Q 덕임의 친구들 '궁녀즈'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 순간에 덕임이 산이 아니라 '궁녀즈'를 찾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각에서는 내세에 산을 만나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에 그랬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는데.

A 덕임이가 궁녀즈와 늘 함께하기로 약속했었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돼서, 또 후궁이 된 이후에 궁녀 친구들과 만나지 못해 보고 싶고 소중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가장 그리워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들을 불렀던 거다. 분명 네 사람은 다시 만났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산이와 사랑도 이루고 덕임이는 뭐든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웃음)

Q '옷소매'는 지금까지 사극에서 다룬 정조의 후궁 의빈이 아니라 인간 성덕임에 주목했다. 일단 덕임의 시점으로 전개됐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소중히 여기는 주체적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왕은 궁녀를 사랑했다. 궁녀는 왕을 사랑했을까?'라는 원작의 질문을 잘 풀어낸 것 같다.

A 그 질문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았던 궁녀의 마음, 여기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었다. 원작을 읽어보니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더라. 덕임은 동무들과 소설 필사를 하면서 자기가 선택하는 삶을 살고 싶어했다. 소소하게 가늘고 길게 살기를 꿈꾸는 인물이었다. 나도 그런 타입이다. 궁녀의 마음에 초점을 둔 작품이 없어서 그 감정 흐름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던 것 같다. 궁녀 시절 덕임이는 끈끈하게 의리와 우정을 지키고, 주체적으로 자기 삶에 긍지와 의지를 가졌다. 또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걸 표현하려고 했다.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성덕임 역을 연기한 배우 이세영. 프레인TPC 제공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성덕임 역을 연기한 배우 이세영. 프레인TPC 제공Q 사랑이 이뤄져도 주인공들의 고뇌가 계속되는 상황이었다. 특히 덕임은 산을 사랑하면서도 '자기'다울 수 있었던 궁녀 생활을 끊임없이 그리워하면서 힘들어했다. 개별적 인간에 대한 존중이 엿보이면서도 굉장히 현실적이라 달달한 느낌이 부족했을 수도 있겠다.

A 덕임이 마음을 직접 전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다. 행복하고 달달한 장면이 오래 나오지 못해 아쉽긴 했다. 아이를 잃기 전 후궁 초반에 많이 나왔으면 충족됐을 것 같다. 그러나 비극적인 서사와 대비를 위해 계산한 분량도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됐다고 생각한다. 개별 캐릭터의 개성을 끝까지 유지하면서도 산이와의 감정선은 조금씩 발전 시키려고 노력했다. 산이를 '평생 다시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덕임이가 선택을 한 거다.

Q '옷소매' 성덕임과 본인의 싱크로율은 얼마나 될까. 굉장히 당차고 주체적인 면에서는 비슷할 것 같다. 사랑에 있어서도, 덕임이처럼 일이나 자유를 포기해야 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떨까. 누군가 정조처럼 끊임없이 대시한다면 이세영의 선택도 궁금하다.

A 덕임이처럼 대단한 인물은 아니지만 당당하고, 장난기 많고, 생동감 넘치는 건 닮았다. 또 가늘고 길게 살고 싶어하는 모습도 닮았다. 후궁이 된 이후를 제외하고는 한 95% 정도? 저보다 용기는 더 많은 것 같다. 사랑에 있어서는… 일단 자유롭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일에 지장을 주는 사랑은 건강하지 않다고 본다. 그것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사랑을 지향한다. (웃음) 아마 덕임은 연심이 있으면서도 현실적인 부분 때문에 거절을 했을 것 같다. 저는 현실적 장벽은 없을 것 같고, 그 전에 제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정조 이상으로 직진할 거다.

Q 스스로 합방 장면을 '19금'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지상파 드라마인 이상 그런 수위는 나오지 않았지만 어쩌다 그런 장담을 하게 된 건가.

A 분위기로는 충분히 '19금'이지 않나… (웃음) 신뢰를 잃으면 어쩌나 싶었지만 대놓고 낚시를 했다. 원래 덕임이 문신에 산이가 키스를 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과열됐다'고 하셔서 저희도 동의했고 아름다운 수준에서 마무리했다. 스킨십이 너무 없긴 했다. 후반부인 13회에 첫 키스 장면이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6개월 동안 스킨십 없다가 하려니까 어색했다. 오히려 스태프들이 목말라 했던 것 같다.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되는데 스태프들이 '스킨십 해야 되니까 다들 나가달라'고 공지하는 것까지 부끄럽고 창피하더라. B팀도 다른 세트 촬영하다가 구경을 왔다.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성덕임 역을 연기한 배우 이세영. 프레인TPC 제공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성덕임 역을 연기한 배우 이세영. 프레인TPC 제공Q 이산 역 이준호와의 호흡을 빼놓을 수 없다. 두 사람의 애틋한 로맨스와 케미가 결국 '2021 MBC 연기대상'에서 베스트커플상을 이끌어냈다.

A 준호씨는 굉장히 진중하면서도 매력적이다. 사랑꾼 면모를 보여주는 연기도 있었지만 준호씨 자체가 좋은 배우이고 다정한 부분이 있다. 서로 연기합도 잘 맞아서 케미가 좋지 않았나 싶다. 베스트커플상 받았을 때 빨리 넘어가야 된다는 생각에 수상소감에 준호 오빠 이야기를 못했는데 오빠가 제 이야기를 해서 아차 싶었다. 그때 너무 당황해서 촐싹대는 경거망동한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웃음)

Q 아역부터 따지면 데뷔 25년 차 베테랑 배우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들었는데 본인이 꿈꾸는 모습이 있을까. '옷소매'를 통해 어떤 부분에서 성장을 이뤄냈는지도 궁금하다.

A 비교적 이르지 않은 나이에 첫 주연작을 하게 되고 열심히 작품을 만났던 거 같다. 한살이라도 어릴 때 다양한 장르나 인물을 만나 도전해 보고 싶다. 그러면 조금씩 나이가 먹어도 불안하지 않게 내 방향성을 잡아갈 수 있지 않을까. 30대는 안정기에 접어들면서도 굉장히 많은 변동이 있을 것 같다. 회사에서도 일단 지금 팀장이 됐다. (웃음) '옷소매'는 과연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가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이 시대에 태어난 인물도 이렇게 주체적으로 능동적으로 살고 싶어하는데 나는 잘 살았는지 고민이 되더라. 정말 선물 같은 작품이다. 지난해에는 촬영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제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찰나에 지나가는 행복을 곱씹지 못하고 살아갔는데 건강하게 스스로를 돌보고 시간을 잘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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