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던진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두고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이미 내년도 예산안 계획을 세우고, 향후 손실보상을 강화하는 쪽으로 큰 틀의 정책적 방향을 정했던 만큼 이 후보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계획이 나오자 내부적으로 당혹스러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이 후보가 여당의 대권 주자라고는 하지만, 다음 정부 임기의 공약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와 국회가 정해야 하는 '단기적인 과제'를 던진 것이라 청와대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움이 클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이 기간에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참모들이 7박9일간 유럽 3개국 순방에 나가있던 터라, 초반에는 대응 기조를 구체적으로는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대권 주자는 통상 자신의 임기 이후의 비전과 계획을 수립하는데,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이번 정부의 소관"이라며 "국회가 큰 틀에서 합의를 봐야하기도 하고, 책임은 문재인정부가 지는 것"이라며 부담스러움을 표출했다.
청와대의 이런 분위기는 김부겸 국무총리나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발언을 통해서도 표출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진환 기자홍남기 부총리는 5일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여러 가지 여건을 본다면 전 국민한테 드리는 방식보다는 맞춤형으로 필요한 계층과 대상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드리는 게 효과적"이라며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면 손실보상이 안 되는 업종에 대해 추가로 하려 한다"고 말해 전국민 지급 방식에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부겸 총리도 "이 문제는 여기서 결론을 내지 말고 국회에서 정말 장시간 토론을 해야 한다. 결국은 국민의 귀한 세금을 가지고 집행을 하는 것이라 과연 옳은 방식인지"라고 말해 역시 회의적인 뉘앙스를 풍겼다.
청와대도 정책적인 부분에서는 김 총리, 홍 부총리와 결이 다르지 않다. 전국민으로 얇게 보상하기 보다는 피해 소상공인에 대해 '두터운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청와대는 차기 권력이 될 수 있는 이 후보와의 관계를 정무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이슈가 당과 부처의 갈등을 첨예하게 일으키며 여권의 분열을 가져올 경우에 청와대가 중재에 나서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연합뉴스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지난 4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부겸) 총리가 원천적인 반대를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당정 협이와 국회 협의로 접점이 찾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톤을 조절한 것도 청와대의 이같은 입장을 반영한다.
이같은 복합적인 상황에서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최종 결단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긴 유럽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문 대통령은 주말과 휴일에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후보가 홍준표 후보를 꺾고 대선 주자로 올라오면서 이에 대한 동향 등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칫 여권 내부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이슈를 두고 문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