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유엔사 영구 주둔을 원하는가?[한반도 리뷰]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핵심요약

美, 종전선언에 열려 있다지만 근저에는 부정적 기류
과도한 우려…주한미군은 한미동맹 차원, 평화협정과도 무관
유엔사는 평화협정 후 명분 약화…'정전 관리' 근거 사라져
한미 미묘한 간극…빈센트 전 사령관 "평화협정 후에도 존치돼야"
일본 내 7개 유엔사 기지 존폐도 결부…美日 동북아 기득권에 영향
유엔사 정공법적 접근 없이는 종전선언 어려워…창의적 외교 절실

미국 성조기와 유엔사 깃발. 연합뉴스미국 성조기와 유엔사 깃발. 연합뉴스한반도 종전선언을 놓고 한미 간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도 종전선언 논의에 열려있다고 하지만 속내는 꽤 불편해 보인다. 한반도 정세 변화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 중에서도 유엔사령부 존폐 여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오랜 세월 금기시되다시피 한 유엔사 문제에 대한 정공법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美, 종전선언에 열려있다지만 근저에는 부정적 기류

 
종전선언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입장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대화 재개 수단으로서의 유용성에 공감하고 한국과 문안 협의까지 하는 수준이라지만 근저에는 여전히 부정적 기류가 흐른다. 정부 관계자의 원론적 발언과 달리 대외선전매체인 VOA(미국의소리) 등을 통해 전달되는 분위기는 사실상 반대에 가깝다.
 
평화협정은 고사하고 종전선언 만으로도 대북제재 동력이 약화되는 것은 물론 주한미군과 유엔사의 지위 변화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따라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 없는 종전선언은 북한의 핵무장을 묵인하는 패착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덧붙여진다.

과도한 우려…주한미군은 한미동맹 차원, 평화협정과도 무관

유엔기와 태극기. 연합뉴스유엔기와 태극기. 연합뉴스하지만 이는 종전선언은 과대평가하고 미국 자신의 힘은 과소평가한 결과이다. 종전선언은 말 그대로 '법적 효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했듯 북한의 약속 위반시 언제든 취소할 수 있기 때문에 가역적이기도 하다. 종전선언 이후에도 지난한 과정이 예상되는 평화협정 전까지는 대북제재나 주한미군, 유엔사 체제에 아무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더구나 주한미군은 1954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것으로 종전선언은 물론 평화협정과도 무관하다. 평화협정 이후에도 한국의 주권적 결정에 따라 폐지 또는 존속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도 북미 적대관계 청산시 주한미군의 '동북아 안정자' 역할을 용인할 수 있다는 뜻을 다양한 경로로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유엔사는 평화협정 후 명분 약화…'정전 관리' 근거 사라져

 다만 유엔사는 평화협정 이후에는 존치의 명분이 약화된다. 평화협정 체결은 북한 비핵화가 이뤄지고 남북과 북미 간 국교 정상화가 이뤄진 상태를 뜻한다. 정전협정 관리라는 유엔사 역할의 근거가 사라지게 되며, 이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귀결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군사정전위원회, 중립국감독위원회 등 정전협정을 구성하고 있는 정전관리기구들의 역할 변화, 해체 혹은 다른 기구로의 대체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미 미묘한 간극…빈센트 전 사령관 "평화협정 후에도 존치돼야"

연합뉴스연합뉴스외교부는 최근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유엔사는 유엔안보리 결의 84호(1950년 7월)에 의해 창설된 것으로 정전협정이나 종전선언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평화협정 이후의 유엔사 존폐 여부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은 것이다. 안보리 결의가 한국전 발발에 따른 조치인 만큼 종전선언과 무관하다고만 하기도 어렵다.

한미 간에 미묘한 간극을 보이는 지점이 바로 이 곳이다. 미국 측 주류 인사들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단계를 모호하게 구분한 채 유엔사 해체 가능성만을 강조한다. 이런 모호함으로 인해 '항구적 유엔사'가 마치 미국의 진짜 속내로 오인될 수 있다.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2019년 VOA 인터뷰에서 아예 평화협정 발효 후에도 유엔사가 존치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본 내 7개 유엔사 기지 존폐도 결부…美日 동북아 기득권에 영향

북한의 기존 행태를 감안하면 미국의 우려를 전혀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설령 북한이 종전선언을 악용하지 않고 비핵화를 성실히 이행해도 미국으로선 평화협정 이후의 변화가 별로 달갑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유엔사 해체는 일본 내 7개 유엔사 후방기지 존폐와도 결부돼있다. 현상유지를 원하는 미국의 지정학적 기득권이 흔들리는 것이다.
 
하지만 주일미군은 전범국가 일본을 통제하고 부차적으로는 당시 공산권 확대를 막기 위해서였다는 목적이 중요하다. 이는 유엔사가 해체돼도 주한·주일미군 체제의 큰 변화는 피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더그 밴도우 미국 카토재단 연구원이 "미국은 2차대전 종전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일본 등에 군대를 주둔하고 있다"(10월25일. 내셔널 인터레스트)고 지적한 것은 주둔 '명분'이 그리 중요하지는 않음을 보여준다.
 

유엔사 정공법적 접근 없이는 종전선언 어려워…창의적 외교 절실

연합뉴스연합뉴스종전선언은 일종의 '대화 개시' 선언이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 복귀하고 미국은 국교 정상화 조치에 단계적으로 임하겠다는 선언이다. 따라서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이후에는 유엔사 문제를 포함한 평화협정 논의가 어떻게든 시작될 수밖에 없다. 비핵화 이행만 요구하고 국교 정상화 협상은 뒤로 미루자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분명한 사실은 유엔사 문제에 대한 정공법 없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완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유엔사 해체가 아니더라도 유엔을 포함한 국제적 이행 감시체제 등의 대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기 말 문재인 정부에는 외교적 창의력 만큼이나 담대한 추진력이 요구된다. 우리에게 유엔사도 중요하지만 종전과 평화가 더 상위 가치라는 점을 당당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0

0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다음 카카오채널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회사소개 사업자정보 개인정보 처리방침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