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피어오르는 이란 수도 테헤란. 연합뉴스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계기로 이른바 '참수작전'의 전략적 효능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란 최고 지도부가 제거됐음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정권 붕괴(Regime Change) 같은 기대효과는 실현되지 않았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1일(현지시간) "어제 대규모 공습으로 뱀의 머리를 잘랐다"며 아야톨라 하메네이를 포함한 이란 수뇌부 제거 사실을 알렸다. 이는 미군이 지난 1월 베네수엘라를 급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압송한데 이어 작전 자체로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참수작전의 전략적 목적을 상정하면 성공 여부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강창부 공군사관학교 교수는 '국가전략' 2020년 가을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적지 않은 연구자는 참수가 신속한 승리로 이어지거나 표적이 된 국가 또는 조직의 즉각적인 붕괴를 낳지 못한 경우 실패한 것으로 간주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판단 기준에서 볼 때 이번 참수작전은 기대한 목표치 달성에 미흡하다는 게 객관적인 분석이다. 미국은 개전 초기에 이란 핵시설 완파와 탄도미사일 생산 능력 제거를 전쟁 목표로 내세웠다. 하메네이 사망이 확인된 뒤에는 이란 국민들에게 정부 전복을 촉구하며 정권 교체 목표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개전 후 보름여가 지난 17일 현재까지 이란 내 주민 봉기 등의 동향은 알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수도 테헤란 도심에선 차기 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지지하는 군중대회가 열렸고, 혁명수비대 등 핵심 권력기구들의 충성 맹세가 잇따랐다. 이란은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발언에 "전쟁의 끝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라고 받아치며 결사항전 의지를 보였다.
하메네이 제거에도 '레짐 체인지' 불발…美정보당국도 원래부터 회의적
모즈타바에 충성 맹세하는 테헤란 시민들. 연합뉴스
이처럼 참수작전을 놓고 효과가 없거나 아예 역효과를 낳는다는 부정론과, 특효약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한 효능이 있다는 긍정론이 교차한다. 다만 대체적 견해는 반군이나 테러집단 수준에선 효력이 큰 반면 고도의 국가 조직에선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강창부 교수는 앞서 논문에서 외국 연구사례를 인용하며 "참수작전이 종교적이거나, 역사가 오래됐거나, 규모가 큰 조직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특히 비효과적"이라고 짚었다. 이는 유구한 페르시아 제국 전통을 계승한 인구 9천여만명의 신정국가 이란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사실 미국 정보당국(NIC)도 군사작전으로 이란 정권이 붕괴해도 반정부 세력이 권력을 장악할 가능성은 낮다고 일찌감치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7일 NIC는 하메네이를 제거해도 이란은 권력 승계 절차를 통해 체제 연속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존 알터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브레진스키 글로벌 안보·지정학전략 석좌는 지난 3일 보고서에서 참수(Decapitation)가 이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메네이는 86세로 병약했고 후계자 이야기가 나돌고 있었다. 그것은 이란을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도울 기회였을 수 있는데 (이란 공습으로) 그 기회는 사라졌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원래 미국은 암살 금지와 주권 존중 등 국내·국제법적 제약으로 인해 참수작전에 부정적인 나라였다. 이라크를 상대로 '사막의 폭풍' 작전을 준비하던 1990년 마이클 듀건 미 공군참모총장이 사담 후세인 제거 계획을 언급했다 해임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에선 이런 인식이 사라졌고 이스라엘식 모험주의 성향까지 더해졌다.
물론 하메네이 제거의 성과를 최종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시사 발언은 장기전 부담에 따른 출구전략으로 보이지만, 특유의 돌출적 성정을 고려할 때 '최대의 압박'을 끝까지 고수할 수도 있다. 차기 권력인 모즈타바는 물론 미국이 만족할 만한 지도부가 등장할 때까지 참수작전을 거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北 참수작전은 더 어려워…핵무장, 중‧러동맹, 韓‧日 지근거리 위협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이를 종합하면 북한 지도부에 대한 참수작전은 이란에 비해 훨씬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북한은 핵무장 국가이자 중국·러시아와 군사동맹을 맺고 있다. 또 미국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을 지근거리에서 인질로 삼고있고 미 본토마저 위협한다는 점이 이란과 크게 다르다.
중국과 러시아는 군사동맹 여부를 떠나 북한에 친미정권이 들어서거나 대규모 난민이 유입되는 것만으로도 현상변경에 반대할 이유가 충분하다. 참수작전에 따른 기대효과 역시, 이란 이상의 고도화된 통치체계와 사상 무장, 외세 배격 성향 등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성훈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지난해 9월 세종포커스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죽은 손'(Dead Hand·자동적인 핵 보복 체계)을 언급하며 "참수작전의 상대가 핵을 가진 경우, 더욱이 방위선과 비슷한 반자동화 핵 보복 시스템을 갖췄다면 참수작전의 역효과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참수작전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을 삼가고 그 존재 여부에 대한 모호성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대북 억지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리 군이 대량응징보복(KMPR)의 일환으로 고려하는 (북한) 지도부 참수작전의 타당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10일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 담화를 통해 한미연합연습(FS)을 맹비난하며 "적대세력들의 군사력 시위 놀음은 자칫 상상하기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하는 등 위협 수위를 평소보다 더욱 높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담화 중 '가장 강력한 공격력이 제일로 믿음직한 억제력'이라는 표현은 이란처럼 당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자기방어 논리이자, 핵 포기는 곧 파멸이라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재차 천명한 것"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