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욱 변호사. 연합뉴스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남욱(48) 변호사가 18일 귀국했다. 앞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수사 확대에 제동이 걸린 검찰은 남 변호사를 상대로 새로운 물증과 진술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1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남 변호사는 이날 오전 5시 대한항공 KE012 편으로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남 변호사는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의 실소유주다. 김만배씨와 대장동 개발 사업을 진행하면서 배당금 약 1007억원을 챙겼다.
남 변호사는 천화동인 5호 실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와 함께 대장동 사업의 초창기 멤버다. 두 사람은 지난 2009년 때부터 손을 잡고 대장동 개발을 추진했다. 김만배씨가 뛰어든 2014년 사업에서도 처음부터 민관합동개발의 수익모델 설계에 참여했다.
사업 초기부터 내부 사정에 관여한 만큼 화천대유를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에서도 남 변호사는 그 실체를 밝힐 키맨 가운데 1명으로 평가된다. 앞서 JTBC와 인터뷰에서도 그는 김만배씨와 나눈 대화라고 주장하면서 로비 의혹을 언급했다.
해당 인터뷰에서 남 변호사는 "김만배 회장이 350억 로비 비용 얘기(를 했다). 이런 얘기가 외부로 나가면 큰일 나겠다고 생각했다"며 "50억씩 7명한테 350억 주기로 했다는 그 말이다. 7명은 거의 대부분 지금 (언론에) 나온 분들인 거 같다"고 말했다.
'김만배씨가 화천대유 실소유주가 맞냐'는 질문에는 "유동규 본부장의 지분이 있다는 얘기를 김만배 회장으로부터 들었다"고 남 변호사는 답했다.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400억~700억원을 줘야한다는 말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논란이 되고 있는 '그분'을 두고는 "김씨가 유 전 본부장을 '그분'이라고 지칭한 기억은 없다"며 제3자를 암시했다. 최근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낸 녹취록에는 김씨가 천화동인 1호 배당금에서 절반은 '그분' 몫이라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검찰은 남 변호사를 상대로 로비 의혹을 집중 조사하면서 화천대유가 속한 컨소시엄의 사업자 선정 과정 등 특혜 정황 전반도 캐물을 예정이다. 남 변호사는 현재 검찰 수사에 협조할 의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대형 로펌을 선임해 검찰 조사에 대비중이다.
유 전 본부장 구속으로 속도를 올리던 검찰 수사는 지난 14일 김만배씨의 구속 영장이 기각되면서 잠시 주춤한 상태다. 정 회계사의 녹취록이 주요 물증이었는데 그 신빙성이 흔들리고 있어 특혜·로비 의혹을 입증할 새로운 증거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선 검찰은 언론 인터뷰에서 내비친대로 녹취록 주장을 뒷받침할 남 변호사의 구체적인 진술을 기대하고 있다. 진술을 넘어 또다른 증거나 단서가 제출된다면 한풀 꺾인 수사 동력에도 재차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남 변호사가 김씨, 유 전 본부장과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라 그가 내놓는 진술의 신빙성을 얼마나 인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남 변호사가 본인 주장대로 2015년 이후 사업에서 완전히 배제됐다면 이 역시도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검찰은 최근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성남시 자료와 남 변호사 조사 내용 등을 토대로 조만간 김씨의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김씨는 검찰 조사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천화동인 1호는 내 것이고, (녹취록에 나온다는) '그분'은 전혀 없다"며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