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가 어제(15일)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분란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 경쟁 상대였던 이낙연 전 대표측 의원들에게 적극 손을 내밀며 '원팀' 기조를 강조했다.
대장동 의혹 등 자신을 둘러싼 국민의힘의 파상공세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거세지는 가운데, 먼저 본선 후보에 오른 자신이 경선 후유증을 조기에 매듭짓고 본선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재명 "이낙연 전 대표의 품격에 감동"
이 후보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이낙연 전 대표를 한껏 치켜세웠다.
이 후보는 "(이 전 대표의) 품격과 품 넓음에 진심으로 감동했다. 민주당의 훌륭한 원로로서, 중진으로서 많은 정치 경험을 가진 선배로서 가르침을 받고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또 "국정감사가 지나면 저희가 한번 만남을 가지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의논하자는 말씀을 (이 전 대표가) 해주셨다"며 이 전 대표와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내년 3월 본선을 앞두고 당을 정비하고 민주당 후보로서 다함께 정권재창출에 나서자는 뜻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작은 차이를 넘어, 경쟁자 간의 작은 갈등을 넘어, 오히려 에너지로 만들어 더 큰 힘으로 승리의 길을 향해 나아가겠다"며 "우리 민주당은 원팀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차이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콘크리트가 되려면 시멘트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큰 차이들이 오히려 큰 시너지의 원천이라는 생각으로 서로를 조금씩 인정하고 존중하고 함께할 때 '1+1=2'가 아니라 3, 4가 돼 큰 장벽들을 쉽게 넘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구속 가능성 언급한 이낙연측 설훈 의원과 포옹
이날 의원총회가 열린 국회 예결위회의장에는 국감 등으로 불참한 인원을 빼고 120여명의 의원들이 모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후보가 입장하자 박수와 환호로 환영했다.
이 후보는 의원총회에서 약 15분간 연설하면서도 시종일관 공손한 태도를 유지했다.
자칭 '변방의 장수'로 민주당 대선 최종 후보로 선출됐지만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지내기 전 민주당 당직자만 역임했을 뿐 중앙정치에 참여한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앙 정계 인사들을 결집하는 데 공을 들였다.
어제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윤호중 원내대표에게 받은 꽃다발을 들어올리는 이재명 후보. 왼쪽부터 송영길 대표, 이 후보, 윤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연설 직후에는 의원들을 향해 세 차례나 90도로 몸을 숙여 인사를 하는 등 자신을 한껏 낮췄고, 회의장을 빠져나오면서도 의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고 덕담을 주고 받았다.
경선 과정에서 깊어진 감정의 골을 메우기 위해 이낙연 전 대표측 의원들에게는 먼저 다가갔다.
특히 이낙연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시종일관 자신을 공격했던 설훈 의원을 두 팔로 끌어안기도 했다.
설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가 대장동 의혹 수사와 관련해 구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강성 발언을 쏟아내며 가장 강하게 부딪친 인물이다.
설훈 의원을 두 팔로 끌어안고 있는 이재명 후보. 이재명캠프 제공송영길, 이낙연 지지층 '일베' 발언 공식 사과
민주당 송영길 대표도 이낙연 전 대표측 인사들 달래기에 나섰다.
송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이낙연 전 대표에게 전화를 드려서 많은 위로를 드리고 여러가지 서운한 점도 얘기를 잘 들었다. 깊은 고뇌와 아픔에도 당의 단합과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충정을 절절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경선 초반부터 룰세팅 과정에서 지나치게 이 후보의 편을 들었다는 일명 '이심송심' 논란을 잠재우고, 동시에 당 대표로서 '원팀' 기조를 유지하며 내년 대선을 이끌려는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송 대표는 "지지자들의 상처와 상실감에 대해서도 위로의 말씀을 건네고 싶다. 일부 극단적 행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비유와 표현이 있었다. 심려를 끼쳐드린 점, 상처 받은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
앞서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자들을 향해 "일베(일간베스트) 같다"고 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한 셈이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 중 일부가 경선 결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경선 후유증이 봉합되지 않고 '원팀 붕괴론'까지 제기되자 당대표로서 선제적으로 사과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다음주 국정감사 출격…윤석열 정조준
이 후보는 다음주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청 국정감사에 지사 자격으로 출석한다. 20일에는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 나선다.
대선 최종 후보가 국감에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견뎌내야 하는 초유의 사태를 앞두고 민주당은 전열 정비에 나섰다.
이 후보도 주말을 이용해 '공부 모드'에 돌입했다. 국민의힘 등 야당이 경기도청에 대장동 의혹 관련 자료와 도청 홍보비, 기본소득·기본주택, 지역화폐 자료를 4천건 이상 요구하는 등 벌써부터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 후보측은 야당의 파상공세에도 불구하고 '대장동 의혹에서 결백하다'는 사실과 오히려 국민의힘 인사들이 토건 세력들과 대거 결탁했다는 점을 국감장 생중계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예비후보를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윤창원·박종민 기자
이 후보는 "현재 국정 상태를 몰라 앞으로 공부하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최근에 보니 스님한테 가서 공부를 했다. 제대로 된 선생한테 배워야지. 왕(王)자 쓰시고 이상한 분한테 국정을 배우면 나라가 큰일난다"고 비꼬았다.
또 "지나칠 정도로 검찰 권력을 사유화한 것은 반성해야 한다"며 "국가의 일을 맡으려면 균형감각이 정말 중요하다. 자신의 주변도 좀 돌아보길 바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