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1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청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이날 오전 9시께 성남시청에 검사와 수사관 등 20여명을 보내 도시주택국, 교육문화체육국, 문화도시사업단, 정보통신과 등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부서를 압수수색 했다. 연합뉴스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5일 뒤늦게 이 사업 의사결정 구조의 정점으로 지목되고 있는 성남시청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핵심 결재라인으로 여겨지는 시장 비서실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졌다. 뒤로 밀린 '윗선 수사'에서조차 검찰이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이 사업 민간 영역의 몸통 격이었던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전날 기각된 터라 검찰 수사 전반에 물음표가 붙는 모양새다.
성남시청 압수수색…대장동 의사결정·곽상도 뇌물수사 관련 자료 확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성남시청 문화예술과, 주택과, 도시계획과·팀, 도시균형발전과, 정보통신과 등에 검사와 수사관 등 20여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수사팀 구성 이후 처음으로 성남시청 강제수사가 이뤄진 것이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1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청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이날 오전 9시께 성남시청에 검사와 수사관 등 20여명을 보내 도시주택국, 교육문화체육국, 문화도시사업단, 정보통신과 등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부서를 압수수색 했다. 연합뉴스주택과와 도시계획과는 개발 사업 인·허가를 담당하는 부서이고, 도시균형발전과는 현재도 대장동 사업 관련 실무를 진행 중인 곳이다. 정보통신과는 직원들의 내부 이메일이나 문서 관리를 총괄한다고 한다. 대장동 사업 협약과정이 민간에 과도한 이익을 몰아주는 식으로 이뤄지는 바람에 성남시가 손해를 입었다고 보는 수사팀은 이들 부서 자료를 확보해 의사결정 과정을 분석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예술과 압수수색은 곽상도 의원의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된 자료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 검찰은 곽 의원이 대장동 사업부지 내 문화재 발굴에 따른 사업지연 문제를 해결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한 대가로 그의 아들에게 화천대유 퇴직금 50억 원이 지급된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 영장에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만배씨의 뇌물‧배임 혐의와 함께 곽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의 모습. 이한형 기자비서실 빠진 '뒷북 압수수색'
그간 대장동 사업의 전반적인 보고·추진 경과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성남시청 압수수색이 조기에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기초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며 민관(民官) 사업 추진 실무주체인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 관계자 조사에 집중해왔던 검찰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다음날에서야 뒤늦게 시청 강제수사에 나섰다. 수사팀 구성을 기점으론 16일 만이다. 법조계에선 "ABC가 뒤바뀐 이상한 수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서는 대장동 사업의 핵심 결재라인으로 지목된 시청 비서실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재명 성남시장 체제에서 이 사업이 진행될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시청 담당부서 보다는 비서실과 직통했다는 취지의 내부자 증언도 앞서 나왔었다. 2016년 12월 성남시의회 회의록에는 당시 성남시 간부가 "비서실 정책비서는 성남시 전 분야의 정책을 관여하고 하는 그런 업무를 갖고 있다"고 말한 내용도 적혀 있다. 검찰은 현(現) 은수미 시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을 압수수색하는 건 실익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이 윗선 수사의 제한선을 그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여전하다.
검찰이 확보한 화천대유 관계사주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 등장하는 '그분' 언급과 관련한 이정수 중앙지검장의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비판적으로 거론된다. 이 지검장은 전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수사 대상이냐는 질문을 받고 "수사 범주에는 다 들어가 있다"고 했다. 다만 '녹취록 속 그분이 누구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정치인 그분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가 '단언이 가능한가'라는 추가 질문을 받고 "단언한다는 취지는 결코 아니다"라고 한 발 뺐다.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 씨. 이한형 기자실무자 수사도 '영장 기각' 귀결…신뢰도 '흔들'
그간 속도감 있게 진행됐던 사업 추진 실무 주체 수사도 14일 '김만배 구속영장 기각'으로 귀결되면서 허점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씨가 사업특혜의 대가로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700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뒤 5억원의 뇌물을 우선 전달했다고 보는 수사팀은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김씨와 이해관계자인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 내용 외에는 별다른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게 김씨측 설명이다. 뇌물 5억원이 '현금 1억원, 수표 4억원' 형태로 지급됐다는 검찰의 당초 주장도 '현금 5억원 전달'로 바뀌었다고 한다. 법원은 영장 기각 사유로 "피의자 구속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 지시 당일 섣불리 구속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검찰은 수사 파트너인 경찰로부터도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검찰 수사팀은 이날 오전 유 전 본부장의 지인 박모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 해 유 전 본부장이 과거에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이는 유 전 본부장이 창문 밖으로 던졌다가 경찰이 확보한 휴대전화와는 다른 것이다.
해당 압수수색을 놓고 경찰 쪽에선 앞서 휴대전화 확보 문제로 곤욕을 치렀던 검찰이 수사 첩보를 가로챈 것 아니냐는 불만 기류가 감지된다. 경찰은 동일한 휴대전화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13일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는데, 같은 날 중앙지검도 영장을 청구했다. 수원지검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14일에 청구했고, 중앙지검은 이날 발부받아 이튿날 집행했다. 중앙지검은 "지난 11일에 유 전 본부장 지인 주소지를 탐문했고, 12일 오전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휴대전화 소재를 파악해 신속하게 압수수색 절차에 이루게 된 것"이라며 첩보 가로채기 논란은 오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 같은 잡음을 두고 한 법조계 인사는 "초기 휴대전화 확보 과정에서 허점을 보였던 검찰이 논란을 자초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