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100분 토론 '추석특집 여야 당대표 토론, 민심을 읽다'에 출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6일 언론중재법 개정안 등 최근 주요 현안을 놓고 방송 토론을 벌였다.
여야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던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대표들은 각자의 의견을 고집하기보다 상대의 지적을 즉석에서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송 대표가 언론중재법의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을 삭제하겠다고 밝힌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송 대표는 16일 오후 MBC에서 생방송을 진행된 '추석특집 여야 당대표 토론'에서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을 삭제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사가 고의나 중과실로 허위·조작 보도를 할 경우, 피해자가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고의중과실을 판정하는 기준이 모호해 언론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토론에서 이 대표는 "언론은 정반합을 이루는 과정인데 중과실을 적용해 바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속보 기사에서 일부 사실관계 파악이 미흡한 보도가 나온 뒤, 추후에 2보·3보 등으로 정정되며 기사가 완성되는 과정이 존재하는데 바로 처벌될 수 있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100분 토론 '추석특집 여야 당대표 토론, 민심을 읽다'에 출연 녹화에 앞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대화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그러자 송 대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남용하지 못하도록 경과실을 빼고 중과실에 한정했다. 끝까지 악의적으로 반복해 소송할 때 판례가 축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보·3보 등으로 팩트가 바로잡히는 기사는 개정안의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자 이 대표는 "제가 봤을 땐 그런 점 때문에 중과실 추정 같은 조항은 민주당이 빨리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송 대표는 웃으며 "말한 것처럼 고의 중과실 추정조항은 삭제하려 한다"고 했다. 이 대표도 "이렇게 하면 우리 합의가 된 것이다"라며 만족했다.
또 이 대표는 자신의 경험에 비춰 "가짜뉴스에 비해 정정보도의 조회수가 현저히 낮다"며 "해당 언론사나 포털의 최초 보도 조회수 50~60%에 달할 때까지 노출되게 하는 장치를 만들면 안되냐"고 제안했다. 이에 송 대표는 즉석에서 "너무 좋은 제안이다. 8인 협의체에서 그런 안을 좀 달라. 좋은 제안을 주시면 수용하겠다"고 했다.
법안 처리 여부에는 이견이 있었다. 여야는 8인 협의체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오는 27일 상정하기로 했는데, 아직 법안 처리 여부는 불확실하다.
송 대표는 "27일에 상정하기로 했다"며 당일 처리 의지를 내비쳤지만 이 대표는 "시한에 합의했다고 해서 민주당이 헌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들고 왔을 때 박수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송 대표는 전원위원회를 제안하며 "본회의 전체가 상임위원회가 되서 수정안은 낼 수 있으니 그날 처리하자"고도 했지만, 이 대표는 "전원위에 야당의 동의가 없다면 강행 처리하겠다는 것이냐"며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100분 토론 '추석특집 여야 당대표 토론, 민심을 읽다'에 출연 녹화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대화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여야 대표는 '위드(with) 코로나' 시대를 맞아 함께 대응 방안을 마련하자는 데에도 뜻을 모았다.
이 대표가 먼저 "방역에 대해 여야 대표가 논의하면서 '위드(with) 코로나'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협치해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면 각자 지지하는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자, 송 대표는 "그래서 여야정 협의체를 하자고 합의했었고 대통령도 너무 좋아했다. 청와대에서 복지부장관도 질병관리청장도 불러서 하자"고 했다. 송 대표는 "100% 동의하고, 내일이라도 청와대와 상의할 테니 날짜를 잡아서 추진하자"고 힘을 실었다.
아울러, 송 대표는 코로나19 대응에서 "백신이 게임체인저라는 인식이 확고하지 못했던 안이함이 있었다"면서 "여당 의원으로서 반성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저 말을 청와대에서 듣고 싶었는데"라는 반응을 보였고, 송 대표는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또 두 대표는 자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지키지 못할 선심성 공약을 쏟아낼 수 있다는 우려에도 공감하고, 당 차원에서 현실성 있는 공약 준비를 지원하자는 데에도 의견 일치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