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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쿠팡 박대준, 해킹 발표 직전 대관 조직에 고성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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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사고 본질은 기술 실패인데…분노의 화살 대관으로
문제 터지면 로비력에 의존한 박대준, 왜곡된 의식 드러나
박 前대표, 강남 비밀 사무실 공개되자 당일 퇴진…사실상 경질
김범석, 박대준, 강한승 오는 17일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 제출

박대준 전 쿠팡 대표이사. 윤창원 기자박대준 전 쿠팡 대표이사. 윤창원 기자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공식 공개되기 직전, 박대준 당시 쿠팡 대표가 대관 조직을 불러모아 고성을 지르며 강하게 질책한 정황이 확인됐다.
 
이번 해킹 사태의 본질은 보안 기술과 조직 운영 부실 등의 문제였음에도, 오히려 대관 조직을 문책한 것은 쿠팡의 왜곡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킹 발표 앞둔 회의서 고성…분노의 대상은 대관?

 
1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박대준 당시 쿠팡 대표는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외부에 공식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달 말, 회의석상에서 부사장급을 포함한 대관 조직 핵심 인력들을 상대로 고성을 포함한 격한 언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쿠팡 사무실에서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대관 회의는 쿠팡이 '3370만 계정 유출'을 공식 발표한 지난달 29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열렸다. 당시 박 대표는 쿠팡의 해킹 상황이 향후 더욱 심각한 국면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둘러싼 대외 대응과 리스크 관리 문제를 문제 삼으며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본질은 퇴직자 계정 방치 등 기본적인 보안 관리 실패라는 점에서, 대표가 기술·보안 조직이 아닌 대관 조직을 집중적으로 질책한 배경을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 사고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부서가 아닌 주변으로 엉뚱하게 분노가 향했다는 지적이다.

문제가 터지면 대관 조직을 동원해 각종 로비로 사태를 해결하려 했던 쿠팡의 경영 특징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장면은 박대준 전 대표의 이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박 전 대표는 LG전자와 네이버 등에서 근무한 대표적인 대관 출신 인사로, 쿠팡에서도 대관을 통해 경영 성과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강하게 밀어붙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 7월 대정부 로비 창구 성격의 쿠팡 사회공헌위원회를 만들고 부서장 역할을 맡은 인물 역시 박 전 대표다.
 

대관에 쏠린 권력 구조…위기의 본질을 흐리다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쿠팡 내에서 대관 조직의 세력을 키워 사내 입지를 넓히려던 박 전 대표의 조직 구상이 이번 사태에서 오히려 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술·보안 리스크에 대한 점검과 통제보다, 대외 관계와 정치·행정 대응에 무게가 실리면서 위기의 초점이 본질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 5월 26일 대선을 앞두고 기존 강한승·박대준 각자대표 체제에서 박대준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쿠팡이 친 윤석열 인사로 분류됐던 강한승 대표 대신 박대준 신임 대표에 힘을 실어주려 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쿠팡 내부 일각에서는 강 전 대표가 미국 법인으로 발령 난 사이, 박 전 대표가 대관을 통해 내부 주도권을 장악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강남에 쿠팡 비밀 사무실을 차려놓고 대통령실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담당하는 대관 인력을 모아 근무해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에 휩싸였고, 해당 사안이 보도된 당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후에도 박 전 대표가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단독 오찬 회동을 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그의 로비 이력이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진 사임이 아닌 사실상 경질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안 사고라는 기술적 실패가 조직 권력 구조 문제와 맞물리면서 사태가 커졌다"며 "이번 인사는 그 책임을 CEO에게 물은 결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한편, 쿠팡 창업주이자 실소유주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은 오는 17일 예정된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 업무가 바쁘다는 이유로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대준 전 대표도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쿠팡의 핵심 경영진들이 모두 불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맹탕 청문회'가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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