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체크]공영 주차장에 세운 캠핑카, 처벌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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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국내 여러 지자체서 캠핑 차량 단속 관련 민원 잇따라
시민들 "벌금 부과하라", "강력 단속하라" 처벌 요구
지자체 측 "이를 처벌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다"
지난해 2월부터 캠핑카 차고지 등록 제도 시행에도
"이전 취득 차량에 대해선 소급 적용 불가능" 실효성 문제

무료 공영 주차장에 주차된 캠핑 차량들. 연합뉴스무료 공영 주차장에 주차된 캠핑 차량들. 연합뉴스
코로나19 이후 대면 접촉을 피해 캠핑을 즐기는 이른바 '캠핑족'이 늘고 있는 가운데, 다수가 이용해야 할 도심 공영 주차장에 장기간 세운 캠핑 차량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공영주차장을 점령한 캠핑 카라반'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은 "무료 공영 주차장에 캠핑 차량을 장기간 방치한 일부 캠핑 차량 이용자들로 인해 일반 차량이 주차장을 이용하지 못한다"며 해당 캠핑족들을 비난하면서도, 이들에 대한 처벌 근거가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국민신문고' 게시판에도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국내 여러 지역에서 '캠핑카 불법 주차 차량 단속', '캠핑카 주차장 설립 요구'와 같은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급기야 강릉시는 지난 22일 "공영 주차장의 기능을 되살리기 위해 그동안 무료로 운영됐던 해변 관광지 주차장의 유료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캠핑카 등 장기 주차 해소를 위해 처벌 대신 관련 정책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캠핑카를 처벌하는 건 과연 불가능할까.
 도로 위에 주차된 캠핑 차량들. 연합뉴스도로 위에 주차된 캠핑 차량들. 연합뉴스
캠핑 차량은 '불법 시설물'이 아닌 일반 자동차처럼 번호판을 달고 있다. 소유주가 세금을 내고 톨게이트 비까지 지불한 만큼, 캠핑 차량은 엄연한 '자동차'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장기 주차된 캠핑 차량을 '불법 주·정차'로 보고 처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세종시 한 관계자는 24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와 관련된) 시민들의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면서도, "캠핑카는 자동차관리법상 정식 '자동차'로 분류되고, 그 자동차가 주차장에 주차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라서 행정 처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에 위배가 되면 법적 제재를 하겠지만, 캠핑카가 주차장에 한두 달 세워져 있더라도 위법이 아니라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실제로 캠핑 차량의 장기 주차에 대해 행정 처분할 법적 근거 또한 마땅치 않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주차장법에는 해당 조항에 대한 내용이 존재하지 않는다.
 

주차장법 제 8조 2항

  • 차량 이동 명령 근거

    ① 제7조 제4항에 따른 하역주차구획에 화물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주차하는 경우
    ② 정당한 사유 없이 제9조 제1항에 따른 주차요금을 내지 아니하고 주차하는 경우
    ③ 제10조제1항 각 호의 제한조치를 위반하여 주차하는 경우
    ④ 주차장의 지정된 주차구획 외의 곳에 주차하는 경우
    ⑤ 주차장을 주차장 외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


이에 지자체들도 "법이 없으니 처벌도 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인천 서구청 관계자는 "(장기간 주차된 캠핑 차량에 대해) 행정 처분을 할 수 있는 조항 자체가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현재 캠핑카에 대한 시민들의 민원이 많이 제기되는 상황이지만, 주차장법에는 해당 내용에 대한 조항이 없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불만이 제기됐을 때 해당 캠핑카에 이동을 안내하거나 안내문을 붙여놓는 정도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답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다만 '캠핑 차량 구입후 등록시, 차량을 지정된 차고지에만 주차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지난해 2월 개정돼, 이 이후로 등록된 캠핑 차량은 지정된 차고지 이외 다른 곳에 주차할 경우 불법이다.

하지만 개정된 법안이 시행되기 전에 등록된 차량은 적용대상에서 벗어난다. 이 시기보다 이전에 등록된 캠핑 차량에 대해선 공영 주차장에 장기간 주차를 해도 견인은 물론, 처벌도 할 수도 없다.
 
청주시 관계자는 "2020년 2월부터 해당 법안이 적용되기 시작했지만, 이 시기 이전에 등록된 캠핑 차량들에 대해선 소급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시내 한 공영 주차장에는 실제로 50~60대의 캠핑 차량이 주차장 안에 들어와 있기도 하다"며 "시민들의 민원이 제기되더라도 캠핑카 주인에게 이동 부탁 정도만 할 수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인천시는 공영 주차장 등에 캠핑용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고 지난 6월 13일 밝혔다. 인천시 제공인천시는 공영 주차장 등에 캠핑용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고 지난 6월 13일 밝혔다. 인천시 제공
이 때문에 강릉시는 그동안 무료로 운영된 강릉 강문, 안목 등 해변 관광지 주차장의 유료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강릉시 관계자는 "공영 주차장 같은 경우엔 장기 주차를 하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주차장 이용 효율성을 위해서 유료화를 추진하게 된 것"이라며 "수익적인 부분보다는 장기 주차를 방지하고 주차 질서가 확립돼 향후 이용객들에게 개선된 주차 환경이 제공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이러한 문제로 불편을 겪는 시민들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종시와 청주시 측은 "캠핑카 전용 주차장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고, 인천 서구 측은 "(해당 상황을) 행정 처분할 수 있는 법령이 있는지 다른 법을 검토해, 법규 내에서 조례를 개정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접촉을 피하며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접촉을 피하며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국내 캠핑 인구는 어느덧 7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캠핑 인구는 코로나19 창궐 전인 2019년 기준 600만 명에 비해 1년 만에 100만 명 이상 증가했다.  

이와 함께 캠핑 차량 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추산한 국내 등록된 캠핑 차량 수는 지난해 3만 8260대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등록된 1300대에 비해 약 29배 증가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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