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탈레반 정권을 피해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을 떠난 민간인들이 미군 수송기 내부에 가득 들어차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 제공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 찬성과 반대로 엇갈린 국민청원이 경쟁적으로 올라오는가 하면, 이 문제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정의당 장혜원 의원에겐 항의가 쇄도하고 있다.
장 의원은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차별금지법부터 난민수용논의까지 의원실에 항의 전화하는 분들이 보좌진들에게 퍼붓는 언어폭력과 인격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더 화가 치미는 것은 여자 보좌진에게는 갖은 욕설을 퍼붓던 이가 남성 보좌진이 바꿔 받으면 갑자기 말투를 고친다"며 "우리 그렇게 살지는 말자"고 분노를 표시했다.
이어 "시민의 인권 보장을 외치는 의원과 일한다는 이유로 보좌진들이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 현실이 참담하다"며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의견을 표시하는 것 좋다. 그러나 폭력은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이같은 내용이 기사화되자 장 의원은 하루 뒤인 24일 "난민 수용론을 주장한 결과라는 식으로 귀결짓는 언론이 상당히 많았다. 마치 그런 욕설을 듣는 것이 보좌진의 의무인 것처럼 말씀하는 몇몇 분들도 계셨다"며 "누군가가 당하는 폭력을 대상에 따라 꼴좋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한, 인권에 대한 논의를 우리 사회에서 진척시켜나가기란 참으로 요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우리의 인권은 우리가 싫어하는 사람들의 인권과 정확히 같은 것"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타인에 대해 물리적·언어적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 윤창원 기자앞서 장 의원은 지난 20일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의 혼란한 상황에 대해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우리 대한민국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는 난민을 받아들이는 아프가니스탄 주변 국가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비롯해 유엔 등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며 "더 나아가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일부라도 대한민국이 받아들이는 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난민 문제에 대한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사태의 현실을 직시하고 국가방위체제를 서둘러 점검해야 하며, 인도적 차원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적어도 국내 체류 중인 아프가니스탄 국민을 불법체류자로 본국에 추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도 지난 22일 "정부가 맡아서 했던 아프간 현지의 병원, 학교, 건설 프로젝트에 협력했던 엔지니어 등 아프간인이 약 400명으로, 그분들을 무사히 대한민국으로 데려오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외교적으로 여러 가지를 모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난민을 수용해달라는 청원과 받지 말아달라는 청원이 잇달아 게재됐다.
지난 20일 '아프간 난민들에게 국경을 열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린 청원인은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 일하던 한국인들은 모두 철수했으나, 한국부대와 기관에 고용되었던 현지인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며 "이들은 탈레반의 가치에 반하는 일에 조력했다는 이유로 보복을 당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난민 받지 말아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린 청원인은 "지금 현 대한민국도 불경기와 코로나 장기화로 불우이웃이 넘치고 너무 힘든 상황"이라며 "아프간인들의 종교는 감당 할 수 없다. 한국인과 절대 어울려 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이와 관련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24일 국내에 체류 중인 아프가니스탄인들에 대해 인도적 특별체류 허가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미얀마 사태가 있었고 그때 (만들어진) 예컨대 특별체류 같은 기준들이 있다"며 "국내 체류하는 아프가니스탄인들에 대해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잇을 것 같아 검토하고 있고 빠르면 이날 중 결정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