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코로나19 2천명 넘는데도…강남 유흥가는 '불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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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넘어도 불 꺼지지 않는 '심야 주점'…SNS 호객, 1대 1 접선 후 모처 이동 방식
김창룡 경찰청장 긴급 실태점검 나섰지만…불과 한 블록 떨어진 곳 '불법 영업' 성행
'10시 이후 4인 이상 모임' 예약 전화에 '반색'…"노래 부르지 않으면 단속 걱정 없이 '2차'도 가능"

김창룡 경찰청장 등이 강남역 인근에서 방역점검에 나섰다. 김정록 기자김창룡 경찰청장 등이 강남역 인근에서 방역점검에 나섰다. 김정록 기자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2000명이 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의 유흥가는 성업 중이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직접 현장에 가본 결과, 위태로운 불법 심야 영업을 운영 중인 유흥업소를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심지어 12일 밤 경찰청장이 방역실태 점검에 나선 지점에서 불과 몇백m 떨어진 곳에서도 불법 심야 주점 영업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었다.

오후 9시 45분부터 30여분 동안 김창룡 경찰청장 등 경찰 관계자와 강남구청 관계자들은 유흥업소가 모여있는 서울 강남역 인근을 방문해 방역수칙과 '오후 10시 운영시간 제한'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강남역 인근 음식점들은 대부분 거리두기 지침과 운영시간 제한이 지켜지는 듯 보였다. 오후 10시가 되자 신논현역에서 강남역까지 대형 카페와 음식점들은 대부분 장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거리는 상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부분 2인씩 함께 한 모습이라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도 잘 지켜지는 것 같았다.예를 들어 김 청장이 10시를 조금 넘겨 방문한 음식점 두 곳은 모두 영업을 마치고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김 청장은 이중 한 음식점 업주에게 "저희가 단속을 하러 나온 것은 아니고, 고생하시는 여러분 격려도 할겸, 분위기 파악도 할 겸해서 나왔다"며 "앞으로 백신 2차 접종까지 되면 확실히 좋아질 것이다"라고 격려했다.

이에 음식점 사장은 "백신 2차 접종도 미뤄졌다고 하는데, 정말 언제 좋아질 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김 청장의 눈길과 발길이 닿지 않은,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선 불법 심야 영업이 한창이었다. 강남의 유흥가는 분명 겉으로는 문을 닿은 듯 보였어도 은밀하게 영업하는 업소를 찾아내는 것은 너무나도 쉬웠다.

사전 검색을 통해 '심야 주점을 운영한다'는 업소를 3군데 물색해 전화 통화를 통해 "오후 10시 이후 3~4명 인원 규모로 예약을 잡고 싶다"고 말을 건넸다. 수화기 넘어에선 어김없이 "주소를 찍어줄 테니 주변에 와서 전화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중 한 곳을 직접 찾아가 봤다. 서울 역삼동 지하철 강남역 12번 출구 인근, 김 청장이 현장 점검을 마친 곳에서 불과 한 블록 떨어진 위치다. 미리 안내받은 주소로 찾아가니 3층 건물의 꼭대기 층에 상호 없이 칵테일 잔만 그려진 간판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취재진은 자정이 가까운 시간, 다시 전화를 걸어 영업 여부를 물었다. 앞서 통화에선 "요즘 유흥주점 단속이 심해져서 저희는 안전하게 룸에서 1시간 술을 드시고 이후 각자 파트너랑 방으로 들어가 연애하는 식으로 운영한다"고 했었다. "다만 안에서 노래방은 이용할 수 없다"고도 했다.
12일 "오후 10시 이후 예약을 잡고 싶다"는 기자의 주문에 한 유흥업소 종업원은 "주소를 찍어줄 테니 주변에 와서 전화하라"고 답변했다. 그는 또 "노래방 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4인 이상 술자리는 가능하다는 점을 암시했다. 안내해 준 건물에는 윗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김정록 기자12일 "오후 10시 이후 예약을 잡고 싶다"는 기자의 주문에 한 유흥업소 종업원은 "주소를 찍어줄 테니 주변에 와서 전화하라"고 답변했다. 그는 또 "노래방 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4인 이상 술자리는 가능하다는 점을 암시했다. 안내해 준 건물에는 윗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김정록 기자
업소 주변서 시도한 2차 통화에선 "모시러 나가겠다"며 정확한 위치를 안내하지 않았다. 주점 종업원이 마중을 나가 모처로 이동하는 방식으로만 입장이 가능해 보였다. 해당 업소 주변에서 만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이쪽에 경찰들이 수시로 들락날락한다"고 말했다.

신논현역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에선 또 다른 업소가 영업 중이었다. 이 업소 종업원은 통화에서 '10시 이후 4인 예약'을 주문하자 "가능하지만 되도록 빨리 오는 게 좋다. 일반 음식점이 10시에 문닫으면 그때 손님들이 이쪽으로 몰리는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홍보했다. 이 업소 역시 술 판매와 함께 이른바 '2차' 즉 접대부와의 숙박업소 동행이 가능하다고 호객했다.

3곳 중 1곳에서만 10시 예약을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당초 '가라오케'로 업소의 영업형태를 소개한 종업원은 "우리 가게는 지상 높은 층이라 오후 10시 이후에도 장사를 한다"며 "대신 금액대가 정상가보다 좀 더 높다"고 설명했다. 이 가라오케는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었다.

종업원은 '단속이 들어오지는 않느냐'는 물음에 "단속이 아예 없을 수는 없는데 높은 곳에 있으니 들어올 수 없다"며 "최대한 안전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으면서도 막상 9시 이후 전화하자 "단속이 심해져 손님을 받을 수 없다"며 입장을 바꿨다.

지역 경찰서에서 풍속업 단속 업무를 맡고 있는 한 경찰관은 통화에서 "구청을 통해 심야 불법 주점에 대한 단속 민원이 자주 접수된다"며 "업장 입구에 행정명령이 붙어 있으면 영업이 금지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노래방 등은 오후 6~10시 2인 모임이 가능하나, 유흥주점으로 등록돼 있으면 영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날 둘러본 불법 업소들은 영업 형태는 분명히 유흥주점이었지만, 무등록 업소이거나 합법 업소로 위장한 탓에 입구에 행정명령도 붙어 있지 않은 채 위험천만한 심야 영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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