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경선준비위원회 주최 토론회'를 두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최고위원들을 중심으로 해당 토론회를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토론회 진행 의지가 강하고, 경준위 역시 위임받은 권한에 따라 행사를 계획했다는 입장이라, 다음 주 최고위 회의가 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탄핵' 언급되며 갈등 발화점 된 토론회…취소 목소리까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이준석 대표와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을 비롯한 김태호, 안상수, 원희룡, 유승민, 윤희숙, 장기표, 장성민, 하태경, 황교안 예비후보가 참석했다. 윤창원 기자12일 CBS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윤석열 전 총장은 여전히 경준위 주최 토론회에 부정적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이준석 대표는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에게 전화로) '토론회에 다른 후보들은 다 온다고 하는데, 윤 전 총장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어보니 얼버무렸다"고 설명했다.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도 "참석 미정인 윤 전 총장을 제외하고, 모든 후보가 토론회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캠프가 야당의 역린으로 꼽히는 '탄핵'까지 언급하며 토론회에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측 갈등은 정점에 이른 상태다. 신지호 정무실장은 전날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나와 "당대표 결정이라고 해도, 대통령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면 탄핵도 되고 그런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탄핵 이야기까지 드디어 꺼내는 것을 보니 계속된 보이콧 종용과 패싱 논란, 공격의 목적이 뭐였는지 명확해진다"며 맞섰다.
여기에 상당수 최고위원들이 하루빨리 최고위원 회의를 열어 경준위 주최 토론회를 취소해야 한다며 윤 전 총장을 거들고 있다. 현재 이 대표와 2명의 최고위원이 휴가 중이지만 경준위가 정한 토론회가 당장 18일로 예정돼있는 만큼 주말에라도 회의를 열어 문제를 정리하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한 최고위원은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아무 권한도 없는 경준위가 당헌에 나와 있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일(토론 등)을 대체할 수 있는가"라며 "이것은 당헌과 원칙의 문제여서 정당한 문제 제기로, 최고위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최고 위원들도 통화에서
"분위기가 이런데 진행할 수 있겠는가?", "당대표와 논의하겠지만, 최고위에 결정 권한이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취소)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캠프 핵심 관계자도 "최고위 결정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경준위·이준석은 토론회 개최 완강… 계속 꼬이는 李-尹 관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 연합뉴스그러나 이준석 대표의 의지 또한 완강하다. 그는 이날 통화에서 "이 상황에서도 윤 전 총장이 최고위로 장난치는 것 아닌가?"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서병수 위원장도 "경준위의 임무 중 하나는 예비경선 기간 동안 후보와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것이고 이미 최고위 의결을 통해 전권을 위임받은 것으로 생각한다"며 "거기에 봉사활동이나 당대표와의 간담회, 토론회 등이 포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토론회 개최는 실제로 많은 후보들이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윤석열 후보도 우리에게 소중하지만 다른 후보도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덧붙였다.
'경준위가 토론회를 주최할 권한이 있는가'가 이번 갈등의 표면적 이유이고, 본질이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주도권 싸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대표가 휴가를 끝내고 돌아와 주재할 최고위원 회의가 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경준위가 공식적으로 개최를 확정한 토론회가 전격 취소될 경우 불게 될 후폭풍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다른 대선후보들과 경준위까지 다각도에서 의견이 수렴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게 당 내부의 시각이다. 관련해 이날 만찬회동을 하는 이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가 당내 갈등 봉합을 위해 어떤 논의를 할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사실 토론회가 이렇게 큰 갈등으로 번질 필요가 없는데, 윤 전 총장이 '지도부 패싱 입당' 이후 이 대표와 계속 엇갈리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며 "서로 오해를 풀고 캠프마다 원하는 바를 토론회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사태를 마무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