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이 당대표 본경선의 첫 일정인 합동 연설회를 광주광역시에서 진행하며 최근 당의 '호남 구애' 기조를 이어갔다.
다만 중진 주호영 후보와 신진 이준석 후보 간의 신경전은 더욱 거세졌다. '세대 대결' 구도에 이어 최근 '계파 정치' 논란까지 일며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주호영 후보는 "경험도 없고, 자신의 선거에서도 패배한 원외 당대표가 대선을 이길 수 있겠는가"라며 이준석 후보를 몰아세웠고, 신진 후보 중 유일하게 본경선에 오른 이 후보는 "낡은 정치 관성"이라며 맞섰다. 예비경선을 2위로 통과한 나경원 후보는 "지역 통합, 세대 통합"을 외치며 일단 거리 두기에 나섰다.
◇예비경선 끝나자…발언 더 거칠어진 후보들
주호영 후보는 30일 열린 합동 연설회에서 이준석 후보와 나경원 후보 모두에게 견제구를 던졌다.
주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선 "국회 경험도, 큰 선거에서 이겨본 경험도 없고 자신의 선거에서도 패배한 원외 당대표가 대선이라는 큰 선거를 이길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큰 건물을 짓기 위해선 종합건설면허가 필요한데, 미장만 잘한다고 도배만 잘한다고 모든 공사를 다 맡기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이어 주 후보는 '성과'를 앞세워 나경원 후보를 압박했다. 주 후보는 "강경 투쟁하고 선거에 지는 것이 혁신인가"라며 "중도를 허황된 것이라 믿는 후보의 용광로에 무엇이 담기겠는가. 중도와 호남, 청년이 빠진 용광로는 가짜 용광로"라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후보는 "지난 며칠 계파 운운하는 낡은 정치 관성 속에서 네거티브가 횡횡하니 전당대회가 혼탁해져 마음이 무거웠다"며 주 후보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만 예비 경선 결과를 확인하고 보니 저라도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다"며 "(저는) 미래와 비전을 당원들에게 말하겠다"고 주 후보를 우회적으로 공격했다.
당대표 선거가 세대 대결 구도로 치닫고 있고, 또 최근 계파 정치 논란까지 일면서 후보자들 간의 발언도 거칠어지고 있다.
주 후보와 이 후보는 앞서서도 서로를 향해 '찌질한 계파 정치', '존경받지 못할 탐욕스러운 선배들'이란 말을 주고받았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본경선 진출 당대표 후보자 초청 간담회'에서 나경원 당대표 후보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반면 나경원 후보는 전날 두 후보 간의 다툼에 일단 거리를 뒀다. 나 후보는 "통합만이 우리가 살길"이라며 "지역통합, 세대통합, 가치통합, 계층통합 그리고 국민을 모두 통합해서 정권 교체 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호남 구애' 한 목소리…이준석은 '당 강경파'에 맹공전날 연설회에선 서로를 향한 거친 발언이 쏟아졌지만, 호남을 향해선 구애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8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당의 망언 등에 대해 사과한 이후 계속해 호남 민심을 공략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호남 지역 지지율이 크게 반등하기도 했다.
나경원 후보는 "정권 교체 이후, 호남 출신 각료가 30%에 이르도록 반드시 해내겠다"며 호남 할당제를 꺼내 들었다.
주호영 후보는 원내대표 시절 진행한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 참석과 호남 수해 복구 활동 등을 성과로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번 당대표 공약에 호남과 청년에 대한 의무 할당제를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후보는 당내 강경파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제게 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은 단 한 번도 광주 사태였던 적이 없고, 폭동이었던 적이 없다"며 "대한민국 민주화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이고 처절했던 시민들의 저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호남 당원이 우리 당원의 0.8%밖에 되지 않는다는 부끄러운 데이터가 공개됐다"며 "당내 큰 선거를 앞두고 일부 강경 보수층이 목소리가 크다는 이유로 두려워하며 그들이 주장하는 음모론과 지역 비하, 차별을 여과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당내 강경파와 그들의 망언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