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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싶어도 못사" 농법·기획 원투 펀치에 멍든 평택 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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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투기 먹잇감 된 평택포승지구②
법인들 몰아닥쳐 투기 포화 '땅값 천정부지'
농사 등 주민 실사용 목적 "사지도 팔지도 못해"
산단 부지 인근 후속 개발…기반시설 개선 발목
서부권 경기침체 지속→개발 동력·인구 동부로
"사기 지분 투기 수사, 후속 개발은 공공 주도"

※ LH 사태 이후 경기도는 최근 경기도 전역의 투기 의심 정황들을 추적 조사해 가짜 농업법인과 기획부동산 등 투기세력들을 가려냈다. CBS노컷뉴스는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농업법인과 기획부동산 등 대표적인 투기세력들이 연달아 투기를 벌인 평택 포승지구 인접지를 주목했다. 투기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투기는 지역발전을 저해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원주민들의 몫으로 남았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농업법인+기획부동산 연쇄 먹튀…땅값 폭등 '평택 포승지구'
②"사고 싶어도 못사" 농법·기획 원투 펀치에 멍든 평택 포승
경기도내 대규모 산업단지인 평택 포승지구에 인접한 한 임야. 이 일대에서 농업법인과 기획부동산 등의 연쇄적 투기가 발생하면서 땅값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창주 기자

 

"이사람 저사람 땅을 사고팔면서 평당 20~30만원 하던 게 몇 년 만에 300만원 넘게 뛰었어요. 사고 싶어도 못 사요."

가지와 고추 등 밭농사를 짓는 최모(71)씨는 밭을 늘리고 싶어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비싼 땅값 때문이다.

최씨가 매입하고 싶어 하는 땅은 최근 산업단지로 조성된 경기도 평택 포승지구 인접지로, 이곳은 최근 5~6년 사이 대표적 투기세력인 기획부동산과 농업법인의 집중적인 먹잇감이 됐다. 농업법인과 기획부동산이 연달아 투기하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땅값이 두 세 배는 더 올랐다.

최씨는 "투기꾼들이 땅값을 잔뜩 높여놓는 바람에 토박이들은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획부동산의 과도한 지분 쪼개기는 원주민들의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토지 지분 소유자 대부분이 외지인인 데다 많게는 수백명에 달해 땅주인이 누군지조차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주민 김모씨(81)는 장마철이면 밭으로 토사가 쓸려 내려와 도랑을 파야하는 처지지만 동의를 구해야 할 땅 주인을 찾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김씨는 "장마 전에 도랑공사가 급한데 땅주인은 코빼기도 안 보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투기 과열 '땅값↑', 주민 실수요·개발 시너지 '발목'

24일 경기도와 평택시 포승읍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포승산업단지 조성공사가 시작되면서 인접지를 중심으로 투기 목적의 전국 농업법인과 기획부동산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그러면서 이 기간 땅값이 크게 올랐는데,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를 보면 포승읍의 지가변동율은 2014년 0.244%에서 2015년 3.032%로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특히 축구장 3개 크기인 28개 필지 1만 7500여㎡는 동시에 농업법인과 기획부동산의 투기 타깃이 되면서 다른 땅들에 비해 지가 상승폭이 더욱 컸다. [관련기사: 노컷뉴스 5월 25일자 "농업법인+기획부동산 연쇄 먹튀…땅값 폭등 '평택 포승지구'"]

이처럼 비정상적인 땅값 급등은 지역경제의 침체를 가져왔다.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이 감당하고 있다.

지난해 포승지구가 준공하면서 배후단지에 대한 후속 개발에 대한 요구는 높아지고 있지만, 부담되는 땅값에 민간개발업자들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포승읍의 한 공인중개사는 "낙후된 서부가 산단 조성으로 살아날 줄 알았는데 지가가 오르면서 매물 자체가 끊기고 개발업자도 나서질 않는다"며 "지역상권은 죽고 사람들은 평택 중심지로 빠져나가 포승산업단지만 섬처럼 남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산단 주변에는 지원시설을 찾아보기 힘들다. 숙박시설과 음식점이 드문드문 위치해 있을 뿐이다.

이로 인해 산단 노동자들도 불편을 겪고 있다.

산단 한 공장에 근무하는 박모(53)씨는 "편의점이나 카페도 잘 안 보인다"며 "기자재가 떨어지면 구할 곳도 없고, 차가 고장 나면 멀리 나가야 돼 일하기도 힘들다"고 전했다.

경기도 평택 포승지구 도면. 경기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사기 지분거래 수사, 관 주도로 기반시설 수용 개발"

투기세력의 연이은 집중 포화로 인한 극심한 지가 상승에 관계 당국도 진화에 나섰지만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2019년 투기가 의심되는 거래가 확인된 일대 부지에 대해 투기 방지를 위해 임야까지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투기세력은 벌써 수익을 챙기고 떠난 뒤였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 관계자는 "인근 현덕지구의 투기 방지를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면서 대상지를 넓혔지만 다소 늦은 감은 있었다"면서도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유지분 토지를 모두 거래허가 대상으로 삼는 관련법 개정안이 심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땅값은 오를 대로 오른데다 거래까지 어렵게 되면서 지역에서는 거래절벽이 나타나 오히려 지역경제 침체를 가속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한 현지 공인중개사는 "기획부동산들 다 빠지고 나서 산단 주변 매물이 아예 뚝 끊겼다"며 "개발이 확산되지 않으니까 침체돼 있던 경기는 더 가라앉는 분위기"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투기 광풍이 휩쓴 뒤에는 주변 부동산 시세의 과열로 애꿎은 원주민과 지역사회만 피해를 입게 된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과 광범한 수사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는 "기획부동산을 통해 투기에 가담한 꾼들이 계속 땅값을 올리려고 하기 때문에 주변 개발사업이 정체되는 측면이 있다"며 "도시정비를 위해서라도 공공기관이 토지 수용 방식으로 기반시설 개선과 후속 개발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심 교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거래를 막는 게 아니라 단지 불편하게 할 뿐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라며 "허위정보로 지분 분양을 한 업자들을 수사하거나 법인 간 불공정 거래 여부에 대한 세무조사 등을 강화하는 게 더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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