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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위반' 영상 언론제공…인권위 "헌법 침해"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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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접접촉자 분류돼 격리…구청, 자택이탈 영상 출입기자에 건네
"내부절차, 당사자 동의 全無…개인정보보호법 위배" 지적

연합뉴스

 

보건당국의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한 코로나19 밀접접촉자의 관련 영상을 당사자 동의 없이 언론에 제공한 지자체의 행위는 헌법상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22일 인권위는 자가격리 지침을 어긴 A씨를 고발하면서 그의 자택과 사업장에서 촬영한 영상을 방송사 기자에게 전달한 모 구청 홍보팀장 B씨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해당 구청장에게 권고했다. 또 공익적 목적으로 언론에 영상을 제공하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되지 않도록 내부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6월 역학조사 과정에서 한 로컬푸드 매장에서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확진자가 만진 수박을 수차례 만진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던 A씨는 밀접접촉자로 분류됐고, 보건소는 그에게 자가격리 대상임을 통보했다.

A씨는 격리 통지서 수령증에 자필로 서명하면서도 격리지 이탈 시 당국에 알림이 뜨는 '안심밴드' 착용은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1차로 '음성' 판정을 받은 날, 격리장소인 집을 나와 회사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구청 측은 법적 조치를 대비해 청원경찰이 A씨를 계도하는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후 한 방송사에서 해당 영상을 요청했고, B씨는 격리지침 준수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이 크다는 판단 아래 이 영상을 출입기자에게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방송사는 구청 측 요청대로 모자이크 처리한 영상을 보도했고, A씨는 "방송에 뒷모습과 성씨, 사업장의 위치와 상호명이 그대로 노출돼 영업 피해를 받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인권위는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의 '코로나19 대응지침 제9판'과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비춰 A씨가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것은 적절하다고 봤다. WHO에서는 '보호구 착용 없이 확진자와 2m 내 손 접촉이 있었거나 대화를 나눈 자'를 접촉자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당국이 자신의 행동자유권을 과도하게 제한했다는 A씨의 주장은 기각했다.

인권위는 "보건소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확진자와 근접거리에서 확진환자가 만진 수박을 연이어 만진 것을 확인하고 규정·대응지침에 따라 진정인을 밀접접촉자로 분류, 격리대상으로 지정한 것은 권한을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1차 검사에서 음성을 받았다 해도 종종 2차 검사에서 양성을 받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A씨의 주장과 달리 그의 성씨와 상호명 등은 방송에 노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인권위는 해당정보 공개로 명예가 훼손되고 영업피해를 봤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A씨 측 주장을 기각했다.

다만, 구청 측이 법적 증거를 위해 확보한 영상을 수집목적 외 용도로 활용한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거나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범죄 수사 및 법원의 재판업무 수행 등에 따른 경우를 제외하곤 수집한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행위도 금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B씨는 해당영상을 방송국 기자에게 제공하는 과정에서 결재 등 내부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정보주체인 진정인의 동의도 받지 않았다"며 "뿐만 아니라, 모자이크 처리 등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조치도 하지 않은 채 제공한 것은 개인정보 수집 목적 외 용도로 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B씨가 진정인의 사전 동의 없이 소관업무 수행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볼 만한 정당한 사유 없이 진정인의 개인정보를 제공한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배해 헌법 제10조·제17조에서 보장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지난해 11월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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