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1."딸이 대표이고, 대표 아빠가 같이 일하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대표 아빠가 제가 하는 업무마다 사사건건 간섭을 하고, 마음대로 일을 지시해 대표를 찾아가 '하루하루 너무 힘들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대표 아빠가 찾아와 소리를 지르며 '어디 눈X을 뜨고 지X을 하느냐, 너 한 대 패버리겠다'며 욕설을 퍼붓더니 서류철을 집어던져 몸에 맞았습니다. 다른 직원들이 이 장면을 모두 목격했습니다.
대표에게 정식으로 해결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근무지 분리나 유급 휴가를 요청했지만 저에게 '참으라'고만 했습니다. 너무 괴롭고 힘들어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이 건을 신고해봤자 처벌이 안 된다고 하는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2.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하는 상사 때문에 너무 힘이 듭니다. 회사 대표도 상사가 물건을 던지며 욕을 하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사업주에게 이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지만, '보호해줄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시켜 주지도 않았고, 가해자에 대한 징계도 없었습니다. 그저 조금만 더 참고 이해해달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그러다 다른 직원들이 있는 상황에서 상사가 제게 주먹을 휘두른 사건이 또 발생했습니다. 저는 폭행 트라우마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사업주의 약속과 달리 저는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했고, 가해자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정말 억울하고 화가 납니다."'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갑질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적용범위의 한계와 처벌조항의 미비 등으로 인해 사내 갑질이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 동안 신고된 이메일 제보 882건 중 '직장 내 괴롭힘'이 442건으로 절반 이상(50.1%·중복집계)으로 파악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임금 체불(29%·256건) △휴가(25.2%·222건) △근로감독·기타(23%·203건) 등이 뒤를 이었다.
(사진=직장갑질119 제공)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은 △부당지시(44.8%·198건) △모욕·명예훼손(31.2%·138건) △폭행·폭언(29.2%·129건) 등으로 조사됐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400여건의 제보 중 실제 신고를 한 사례는 86건으로 19.5%에 불과했다. 즉, 사내 괴롭힘 등 부당행위를 당한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신고조차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신고 이후 피해자 보호, 가해자 징계 등 사측이 의무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제보도 76.7%(66건)에 달했다. 신고를 빌미 삼아 오히려 피해자에게 해고, 징계, 따돌림 등의 불이익을 가한 경우도 36.4%(24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직장갑질119는 "갑질금지법이 '직장 내 괴롭힘 방치법'이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하며, "해결책은 간단하다. 구멍이 숭숭 뚫린 갑질금지법을 개정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이날 기준 여야 국회의원들이 상정한 관련법 개정안은 14건이다.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현행법은 사용자의 친인척인 근로자가 가해자인 경우 사용자의 조치의무를 기대하기 어렵고, 사용자가 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제재규정이 없어 제도적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가해자가 사용자·사용자의 친인척일 경우 과태료 1천만원 △의무사항 불이행 시 과태료 500만원의 처벌을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국회 환노위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 역시 "최근 아파트 입주민의 괴롭힘으로 인한 경비원의 사망사건 등에서 볼 수 있듯 업무상 괴롭힘의 범위가 직장 내 뿐 아니라 고객, 도급인 등 제3자에 의해서도 발생하고 있다"고 짚으면서 △제3자(도급인·고객·사업주 친족)에 법 적용 △의무사항 불이행 시 과태료 1천만원 부과 등의 개정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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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는 23일부터 열리는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 갑질금지법 관련 개정안은 올라 있지 않은 상황을 두고 직장갑질119는 "오늘도 직장인들이 사장의 폭행에 스러지고 있고, 회사원들이 사장 친인척의 갑질에 넘어지고 있다"며 "정부·여당에 갑질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일 법안 처리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한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는 현행법의 한계를 넘어 △간접고용·특수고용·프리랜서 등 비정규직 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으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가해자가 사용자이거나 사용자의 친인척, 상습범인 경우나 '원청'의 갑질 등에 대해선 처벌조항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직장갑질119는 "사업주에게 신고를 했지만 제대로 된 조사와 피해자 보호, 가해자 징계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며 "나아가 조사기간을 명시해 신속한 조사와 조치가 이뤄지게 하고, '보복갑질'의 구체적 행위를 명시한다면 법의 실효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회사에 신고해도 '자율적 해결'을 기대하기 힘든 현실을 고려해 피해자가 노동청에 직접 신고하도록 관련규정을 다듬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