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해'로 표기한 러시아 아에로플로트 운항정보 서비스. (사진=연합뉴스)
국제수로기구(IHO)의 해상지도(해도)가 해양과 바다 이름에 고유명칭 대신 식별번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확실시된다.
이 경우 IHO 해도집을 근거로 '일본해'(Sea of Japan) 단독 표기를 주장해온 일본 측 논리가 근거를 잃게 돼 '동해'(East Sea) 표기를 확산시킬 유리한 조건이 마련될 전망이다.
IHO는 우리 시각으로 16일 밤 93개 회원국 가운데 65개국이 참석한 가운데 총회(화상회의)를 열어 'S-23의 미래에 대한 비공식 협의 결과'를 원안 그대로 도입하기로 합의했다고 외교부와 해양수산부가 17일 밝혔다.
IHO는 지난 9월 비공식 협의를 통해 기존 해도인 S-23를 대체하는 디지털 방식의 신 표준 해도(S-130)를 개발하기로 한국과 일본 등 관련국 간 의견을 조율했다.
이날 총회에서 우리 측은 S-130이 디지털 형태의 해양과 바다 경계 표기를 촉진하게 돼 21세기 디지털 정보 환경에서 수요자 요구에 효과적으로 부합하며, 세계 지리 정보에 대한 접근성과 호환성을 강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벤더 던크 의장은 기존 S-23은 새 표준이 개발되기 전까지 해양과 바다의 경계 제공에 있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역사적 변천을 보여주기 위해 IHO 출판물로서 남게 된다고 밝혔다.
또 S-130 개발안이 최종 승인되면 IHO 내에서 장기간 지속돼온 지명에 대한 논쟁이 긍정적으로 마무리 될 것이라면서 컨센서스(전원 합의) 방식으로 정리했다.
IHO는 이번 총회가 화상회의로 진행됨에 따라 회의 결과를 회원국에 열람한 뒤 내달 1일쯤 최종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총회에서 일본 측도 S-130 개발안에 지지 입장을 나타냈고, 또 다른 관련 당사국인 북한은 이번에 발언에 나서진 않았지만 비공식 협의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IHO의 이번 결정에 따라 정부는 S-130 개발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동해 표기도 적극적으로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새 표준 해도가 개발·도입되면 해양과 바다의 공식 명칭으로 식별번호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통상적 명칭으로서의 '동해' '일본해' 경쟁은 오히려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간 S-23이라는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민관의 노력으로 동해 표기가 꾸준히 확산되는 성과가 있었다"면서 범정부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동해 단독표기나 동해·일본해 병행표기는 2000년대 초반 약 2%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40%를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929년 초판이 발간된 S-23은 세계 각국의 해도 작성에 지침 역할을 해왔고 마지막 개정판인 1953년 3판 발간까지도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왔다.
이는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일본해가 국제적으로 확립된 유일한 명칭이라고 주장해온 강력한 근거로 작용해왔다.
반면 일제 식민통치로 해양 경계·명칭 논의에 참여할 기회조차 없었던 우리나라는 1997년에 이르러서야 S-23 개정 문제를 제기했지만 일본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왔다.
한편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이번 총회 결과에 대해 IHO가 '일본해' 표기를 단독 사용하는 방안이 승인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일부 일본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명확하게 말씀 드린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