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또' 뚫린 강원 동부전선…고성 주민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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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철조망 관리 허술…첨단장비만 믿었나"

5일 찾은 최북단 강원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마을(사진=유선희 기자)

 

지난 2012년 '노크 귀순' 사건이 발생한 이후 8년 만에 또 강원 동부전선 최전방이 뚫리면서 지역 주민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북한 남성이 발견된 다음날인 5일 최북단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마을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조용한 분위기였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주민들에게서 지난날의 분위기를 엿들을 수 있었다.

주민 박모(78)씨는 "누가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모르고 있다가 나물을 채취하러 주민들이 산을 가는데 전방으로 가지 못하게 막고, 그제야 뉴스를 본 후 알게 됐다"며 "그냥 기어 나온 것도 아니고 철조망을 넘을 동안에 군은 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서 태어나 자랐는데, 아무래도 최북단에 살다 보니 귀순 사건만 터지면 불안하고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덧붙였다.

북한 남성이 철책을 넘어와 동부전선에 대침투경계령인 진돗개 하나가 내려지는 등 수색작전이 전개된 지난 4일 작전에 투입됐던 병력들이 상황종료후 철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또 다른 주민 조모(69)씨는 "지난 2014년에 22사단에서 한 군인이 총기를 난사하고 탈영했을 때가 떠올랐다"며 "그 당시에 주민들이 다 마을회관으로 대피하고 며칠 동안 외출도 통제됐었는데, 이번에 귀순한 북한 주민에 대한 수색이 길어지면서 혹여 저희도 다 대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옆에 있던 주민 홍모(69)씨는 "철조망 관리가 너무 허술한 것 같다"며 "저희는 전방에 군인을 믿고 사는데 정말 좀 더 긴장하고 책임감 있게 일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0년 넘게 슈퍼를 운영 중인 김모(60)씨는 "아휴.. 대체 왜 자꾸 넘어오는지 모르겠어"라고 혀를 차며 "노크 귀순 사건 이후로 첨단장비를 설치하는 등 후속대책을 마련했다고 하던데 너무 장비만 믿고 태만해진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북한 주민 귀순으로 지난 4일 하루 운영이 중단했던 통일전망대와 DMZ(비무장지대)박물관은 이날 다시 문을 열었다.

강원 고성군에 설치된 3중 철조망으로(맨 오른쪽), 지난해 방문객들이 'DMZ 평화의 길' 구간을 걷는 모습.(사진=유선희 기자/자료사진)

 

합동참모본부 등에 따르면 앞서 지난 4일 오전 9시 50분쯤 우리 군의 GOP(일반전방초소)에서 1.5km 떨어진 지역에서 월남한 북한 주민을 발견했다. 군이 열열상감시장비(TOD)로 포착하고 수색에 나선 지 14시간여 만이다.

하지만 감시장비에 포착되기 전 철조망을 넘을 때, 이를 감지할 수 있는 '철조망 감지센서(광망)'이 울리지 않으면서 '감시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철조망 감지센서는 사람이나 동물이 철조망에 닿으면 센서가 울려야 한다. 이후 신속 대기조가 즉각 출동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센서가 울리지 않으면서 기계 오작동이나 결함 등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당 철조망 감지센서는 민간이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군 당국은 북한 주민이 철조망을 넘을 당시 센서가 작동했는지를 조사 중이다. 해당 주민은 발견 당시 순순히 우리 측 군 지시를 따른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까지는 귀순을 목적으로 남한으로 내려왔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성 지역은 지난 2012년 '노크 귀순'이 발생한 곳으로, 8년 만에 또 경계가 뚫렸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당시 북한군 병사 1명은 우리 측 GOP까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도달, 문을 두드리고 귀순 의사를 밝혀 큰 파문이 일었다. 첨단장비 도입에도 '또' 경계가 뚫리면서 최전방 경계태세에 대한 후속 조처를 제대로 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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