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최근 진행된 당 전국위원장 선거에서 낙선한 이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위로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여성·노인·청년·대학생·장애인·노동·농어민·을지키는민생실천(을지로위원회)·사회적경제위원장 등 전국위원장 9명을 선출했다.
부문별 9개 전국위원장 중 노인·농어민·을지키는민생실천(을지로위원회)·사회적경제위원장에는 단수 후보가 출마해 찬반으로 선거가 치러졌지만, 나머지 여성·청년·대학생·장애인·노동위원장 자리에는 2명에서 많게는 5명이 출마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9~10일 이틀간 치러진 선거는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여론조사를 합산해 결과가 발표됐다.
이 대표는 결과 발표 뒤 각 부분별 위원장에 선출된 사람들보다 낙선자 11명 대부분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실망하지 말고 다음 기회를 준비하자"는 취지의 위로를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청년위원장에 도전했다 고배를 마신 신정현 후보는 11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대표님께서 '사람을 남기는 게 좋은 선거라고 생각합니다. 얼마든지 다음에 기회가 있으니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가 봅시다'라고 말했다"며 "(대표가) 우리가 요구했던 것들을 쭉 지켜보고 경청했다는 생각이 들어 고무됐다"고 전했다.
신 후보는 "당에서 원팀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사실 그동안 승자를 중심으로 먼저 배려되고 조직이 짜여지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런데 패자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선거의 의미와 경쟁을 통해 후보가 얻었던 것들을 설명하시니 '그야말로 우리가 원팀이구나. 같은 가치와 철학을 가지고 있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전국대학생위원장에 출마했다 낙선한 박한울 후보 역시 통화에서 "저녁 8시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안 받으려다 받았는데 이 대표님이었다"며 "당 대표가 저같이 어린 친구에게도 직접 전화를 주셔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고향이 울산이어서 선거 기간 서울을 오가며 힘들었다. 그런데 이 대표가 먼저 '거리가 멀어 힘들지 않았느냐'고 위로를 해 또 한번 놀랐다"며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달라'고 제안하셔서 지방에서 대학생으로 정치하는 게 쉽지 않고 정치가 중앙을 중심으로 돌아가니 지방 학생들의 참여 폭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박 후보는 또 "예전에 이 대표님이 총리 시절일 때 아주 무서운 분이라는 소문을 들었다"며 "제겐 할아버지뻘 되시는 분이지만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전국위원장 당선인 투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에는 각 후보 캠프의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인 만큼, 이를 피해 늦은 저녁 때쯤 낙선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건 것으로 전해졌다.
당선된 정춘숙 전국여성위원장과 김손 전국노인위원장 등에게는 낙선자 통화 이후에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낙연 대표의 의지가 강했다"며 "당장 눈앞에 보이는 당선자들보다 낙선자들이 민주당의 미래이자 우리 정책 전반에 고언을 할 근력이라고 생각하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민주당 전국위원장 선거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 지도부 선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부문별 전국위원장 당선인들도 인지도에 따라 기성 정치인들이 대거 당선됐다.
민주당의 다른 관계자는 "패자에게 냉정한 정치권에서 보기드물게 흐뭇한 장면"이라며 "미래의 정치인에게 희망을 심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