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북전단 고리로 南·美 동시압박…한반도 긴장고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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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남북관계 전면 단절 사안으로 키우는 北
하노이 노딜 이후 南·美 정부에 누적된 불만 표출
통일전선부 담화 한 밤중 발표, 대미 압박 의도
대북제재 완화 위한 '긴장고조 벼랑 끝 전술' 우려
김여정 담화 노동신문 게재, 내부 지지 동원 준비
트럼프 대통령 압박 위한 단계적 수순 시작됐나

(일러스트=연합뉴스)

 

북한의 권력 2인자로 부상하고 있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4일 대북전단 문제에 대한 담화를 낸 데 이어, 5일에는 김 제1부부장의 지시에 따라 대응조치의 실무집행 착수를 알리는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가 나왔다.

핵심 내용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폐쇄,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남북군사합의 파기 등 남북관계의 전면적 단절의지를 밝힌 것이다.

◇ 대북전단 문제삼아 남북관계 파탄 경고…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동시 겨냥

연달아 나온 담화의 단초는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이지만 남북관계 파탄까지 경고하고 나선 데는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사태이후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미국 정부에 대한 누적된 북한의 불만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나는 원래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그것을 못 본 척 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라며, 우리 정부에 강한 불신을 표명했다.

김 제1부부장은 "남조선 당국은 군사분계선일대에서 삐라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선언과 군사합의서의 조항을 결코 모른다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고,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이번 사태의 엄중성이 민족 앞에 약속한 역사적인 선언과 합의에 대한 엄중한 파기"라고 규정했다.

북한이 예고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폐에 이어 개성공단 완전철거, 더 나아가 9.19남북 군사합의를 파기한다면,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내세우는 성과들은 사실상 물거품이 된다.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전으로 남북관계는 회귀하는 셈이다.

게다가 북한이 "우리도 접경지역에서 남측이 골머리가 아파할 일판을 벌려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고, "우리도 남측이 몹시 피로해 할 일판을 준비하고 있으며 인차 시달리게 해주려고 한다"고 말한 것처럼, 접경 지역에서 군사 도발에 나설 경우 한반도 긴장은 크게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4.27 판문점 선언, 9.19 군사합의를 통해 남한 정부 하자는 대로 다 했으나 현재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는 남북관계를 통해 북미관계로 나아가려는 북한의 전략이 미국과의 대화에 막혀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 서운함과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으로 보내려던 대북전단지가 파주의 한 길바닥에 떨어져있다.(사진=권영철 대기자)

 

◇ 일차적으로는 전단 살포 금지 압박…이후 금강산 관광 재개·개성공단 가동 결단 촉구 의도도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불만으로 키워나가는 것은 일단 우리 정부와 여당의 전단살포 금지법안 제정을 압박하는 현실적인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통일부가 4시간 30분 만에 김여정의 담화에 사실상 화답하는 태도를 보이자, 북한의 압력이 통한다고 판단하여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매듭을 짓고자 한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유엔의 대북제재에 불구하고 판문점 선언에서 약속한 금강산 관광 개개와 개성공단 가동 등 보다 큰 문제에 대한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맥락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가 올 들어 코로나19 대응 지원과 남북보건 협력을 여러 차례 제안했으나, 북한은 오히려 우리 정부가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 속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 근본적으로는 하노이 노딜에 대한 불만…대미 압박용 도발 시도 가능성

이런 판단에는 기본적으로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정부의 설득으로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를 제시했지만, 회담이 결국 '노딜'로 끝나버린 상황에 대한 불만이 내재한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담화에서 대북전단 살포 문제로 문재인 정부를 강력 비난하고 있지만 이는 대북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압박이기도 하다.

지난 3월 북한의 군사훈련에 유감을 표명한 청와대를 거칠게 비난한 담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평가하는 담화 등 김여정 제1부부장의 두 차례 담화가 한 밤중 또는 새벽에 나온 것처럼, 이번 통일전선부 대변인의 담화도 한 밤 중에 발표됐다.

담화의 내용이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것이지만 미국 시간을 감안해 발표됐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 역시 수신자로 상정했음을 알 수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이 담화에서 공포한 대로 향후 9.19 군사합의 파기 선언을 비롯한 일련의 행동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보인다"며,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 '벼랑 끝 전술'을 통해 미국의 제재를 약화하여 돌파하려는 시도로 읽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인위적으로 긴장을 조성해 협상력을 키움으로써 미국의 제재 완화를 얻으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연말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전략무기'의 등장을 예고했고 최근 당중앙 군사위원회의 확대회의에서도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하고 전략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이 제시됐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북한이 남측을 향한 조치에 그치지 않고 미국을 겨냥한 보다 높은 수위의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 체계를 갖춘 3천t급 잠수함을 건조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조국해방전쟁 기념일로 부르는 7.27 정전협정 기념일 등 적절한 시점을 골라 신형 잠수함 공개 진수식이나 열병식 개최 등 도발의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 나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양무진 교수는 "북한이 코로나19 문제 등 현재 여러모로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최종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단계적 수순이 시작된 것"이라며,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임팩트 있는 군사적 도발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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