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국회의원 300명이 오는 15일 뽑힌다. 전국 253개 지역구 표심은 어디로 향할까. CBS노컷뉴스는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격전지 유권자들을 만나 해당 지역의 성패를 가를 키워드를 짚어보고, 각 후보의 고민과 전략을 공개하는 '스포일러'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글 싣는 순서 |
① 흑석동 둘러싼 나경원-이수진 각축전 #부동산 #청년 ② 대통령의 복심 vs 정권심판 스나이퍼…민심 향방은? ③ 고민정 '데뷔전' vs 오세훈 '복귀전'…표심 '오리무중' ④ 동대문을 '뚝방전설' 누가 쓰나…3선 중진·청년 '3파전' ⑤ 강남 최후의 전선 '강남을'…수성이냐 탈환이냐 ⑥ 32년 관료-朴의 입-정의당 前대표…범여 단일화 주목 ⑦ 2년 만에 리턴매치 송파을 누가? 관록의 실세 vs 보수의 스피커 ⑧ 요동치는 고양갑…심상정 수성이냐, 신인 등판이냐 ⑨ 적의 심장을 겨눈다…이낙연 황교안 '벼랑 끝' 맞대결 ⑩ '조국 대전'으로 주목받는 강서갑…여야, 新舊 대결 ⑪ 진보텃밭 관악을…삼수생 靑배지 정태호 vs 토박이 金배지 오신환 ⑫ "아까운 사람" "당보고 찍어야"…김부겸 주호영 격돌 (계속) |
총선 유세 시작 첫날인 지난 2일 대구시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수성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오른쪽)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후보가 선전을 다짐하며 악수하는 모습. 둘은 36년지기 선후배 사이라고 한다. (사진=연합뉴스)
전시장은 텅텅 비었고 스튜디오는 아예 불이 꺼졌다. 8일 오후 1시쯤 대구 범어역 지하도 130m를 따라 펼쳐진 예술거리엔 10명도 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다. 지하철역이나 지상의 큰길, 공원도 마찬가지였다. 회사와 주거지가 묶인 수성구 최대의 번화가지만 코로나 여파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탓이다.
4·15 총선을 일주일 앞뒀지만 썰렁한 도로에 달린 현수막과 주변 건물에 붙은 후보 사진을 제외하면 선거 분위기를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때문에 각 당의 캠프 측 역시 유권자와의 접촉면 확보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 김부겸 벽치기 유세로 쩌렁쩌렁 읍소이 지역 현역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는 이번에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벽 치기' 유세에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 계열로 30여년 만에 '보수 본산' 대구에 깃발을 꽂게 한 이 비법은 휑한 동네에 지지를 호소하는 방식으로도 안성맞춤이었다.
김 후보가 탄 유세 차량은 이날 오전 시지동 한 아파트 단지 정문 앞에 멈춰섰다. 3~4분에 주민 1~2명이 지날 정도로 인적이 뜸했지만 김 후보는 아파트 쪽을 바라보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읍소했다.
8일 선거유세 중인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사진=김구연 기자)
"여당 의원 김부겸 홍의락 끈질긴 노력으로 정부 원안보다도 훨씬 마, 1조 400억을 딱 따냈다 아입니꺼. 정치인 한 사람으로 보람 느낍니더", "이 김부겸이가 일을 할 수 있었던 것도 4년 전에 여러분께서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그 당이 아이라 저 김부겸이에게 기회를 주셨기 때문이 아입니꺼"
그러자 집 안에 있던 주민 몇몇은 베란다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들었고 김 후보 역시 미소를 보이며 이에 화답했다. 그는 지난 2일 공식 선거운동 시작 뒤 거의 매일 같이 주택과 골목을 돌며 이런 게릴라식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당 지지세가 현저히 약한 이곳에서 김 후보가 내세우는 건 역시 인물론, 그리고 한 우물만 우직하게 파왔던 진정성이다.
그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구가 코로나 추경에서 1조 400억원의 추가 예산을 가져온 건 (본인이) 여당 내에서 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다가올 경제 위기를 생각한다면 여당의 힘 있는 의원을 키워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구에서 당당하게 키우는 일꾼이 여러분의 철학과 비전으로 국가운영을 해보겠다"며 최근 공식 선언했던 '대권 도전' 의지를 재확인했다.
8일 대구 수성구의 한 이발소에 들러 선거운동 중인 미래통합당 주호영 후보(사진=김광일 기자)
◇ 주호영 친근감 무기로 '펀치 악수'미래통합당 주호영 후보는 인근 수성을에서 내리 4선을 거친 16년 터줏대감이라 인지도가 상당하지만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선거운동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4년 전 참패했던 수성갑을 반드시 탈환하라는 특명과 함께 이 지역에 표적 공천됐다. 최근 새로 얻은 만촌동 전셋집에 입주해 몸을 푼 뒤 친근감을 무기로 주민들을 만난다.
이날 역시 유세차에 올라 대형 마트나 상가 앞, 큰길, 아파트, 학교 주변, 공원 등을 돌다가 이따금 내려 '펀치 악수'를 나눴다. 다만 워낙 인적이 드문 터라 1시간 동안 악수한 사람이 20명을, 멀리서 눈을 마주친 사람도 100명을 넘지 못했다.
결국 주 후보도 김 후보처럼 썰렁한 아파트 벽면이나 상가를 바라보고 손을 흔들며 방송 연설하는 전략을 펼 수밖에 없었다. 주 후보 캠프 관계자는 "4년 전 같으면 지지자들이 몰려와서 사진 찍어달라고 달라붙었을 텐데 지금은 서로 배려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 후보는 정권 심판론을 주로 펴면서도, 인물론에서도 빠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인터뷰에서 그는 "주민들이 '이번에는 무조건 당 보고 찍어야 한다'고 노래처럼 부르신다. 그래서 제가 '인물도 제가 나은데 어떻게 당만 보고 찍습니까' 했더니 '아니 문재인 민주당은 나라 망치는 당 아니냐'며 한마디로 정리하시더라"고 전했다.
이어 "지금도 플래카드 보면 '대구도 대권주자 하나 키워야 한다' 이러고 있다"고 김 후보 대권 도전 선언을 언급하면서 "나는 (그 대권주자를) 내로 이해하고 있다. 옳은 말이라고 그러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8일 오후 인적이 뜸한 범어역 지하도(사진=김광일 기자)
◇ 코로나 이슈에 대체로 민감했지만이단 신천지를 중심으로 감염병이 한바탕 유행했던 탓에 시민들은 코로나 관련 이슈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경제적 피해가 뚜렷한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관련 대응이 표심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두 달 가까이 일을 쉬어야 했다는 택시기사 김찬덕(64)씨는 "처음부터 입국자를 다 막았으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심판론을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40대 여성은 "대구는 실질적인 피해와 공포를 경험한 탓에 체감하는 게 다르다"고 전했다.
다만 범어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40)씨는 "정부가 지원을 빨리 해줬다면 불만이 덜하지 않았을까 싶다"면서도 "재난 상황이기 때문에 누구를 딱 비판하기도 좀 그렇다"고 말했다.
김 후보에게는 대체로 개인적 매력을 느끼면서도 당선 가능성에는 고개를 갸웃했다. 택시기사 송모(69)씨는 "서울대 나와 똑똑하고 장관도 하고 실력은 있지만 지금은 그 당에 여론이 안 좋다"고 말했다. 함께 유세를 지켜보던 이모(70)씨는 "진짜 아까븐 사람인디 조국이 사건이 있었지 않냐"며 말끝을 흐렸다.
여론조사에서는 조사기관이나 방법마다 엎치락뒤치락하지만 주 후보 측이 박빙 우세한 상황이다. CBS와 국민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4~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와 주 후보는 각각 42.7%와 47.5%를 얻었다.
주 후보가 4.8%p 차이로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것이다. 통합당 출신 무소속 후보가 사퇴하면서 그 표가 주 후보 쪽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조사는 수성갑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3명 대상 유선 RDD(30%) 및 무선 통신사 제공 가상번호(70%)를 이용한 ARS로 진행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며 응답률은 9.9%였다. 자세한 내용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