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마스크 집회' 또 강행…감염불안 속 '총동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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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목사, 대규모 광화문 집회 2주째 강행
마스크 쓴 참가자들 "코로나보다 나라 걱정"
시민들 "안일한 생각...1명이라도 감염자 나오면 어떻게 하나"
"29일엔 2000만 명 모이라" 총동원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보수단체가 지난주에 이어 주말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24번째 환자가 나오는 등 '감염 위험'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처럼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참가자들은 "코로나가 무서웠으면 이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다"며 앞으로도 매주 집회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보수단체들이 8일 광화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갖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마스크 집회' 참가자 "신종 코로나, 건강한 사람에게는 큰 문제 아냐"

전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는 8일 낮 12시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대회'를 진행했다. 지난해 10월3일부터 매주 토요일 광화문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범투본은 신종 코로나 사태에도 집회를 멈추지 않겠다고 공언해왔다.

광화문 교보빌딩 앞부터 미국 대사관 앞 거리를 빼곡히 메운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한켠에서는 "모든 애국 국민 여러분들은 불편하시더라도 마스크를 착용해주시기를 바란다"는 집행부의 방송이 들렸다. 매대에 등장한 '우한폐럼 예방 마스크'도 눈에 띄었다.

집회를 통제하는 경찰들도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상태였다. 참가자들은 '신종 코로나가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나라걱정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매주 집회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김모(71)씨는 "전광훈 목사의 연설을 들으며 믿음이 더 강해졌다"며 "하나님 나라가 이 모양인데 어떻게 가만히 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금은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 집회를 더 열심히 해야 할 시점"이라며 "신종 코로나쯤은 무섭지 않다"고 덧붙였다.

서울 노량진에 사는 60대 차모씨도 "신종 코로나는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나와 친구들은 건강에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하얀색 마스크를 쓴 70대 남성 참가자는 "코로나가 문제 됐으면 집회에 나오지도 않았다"며 "먼 곳에서 오는 사람들도 이렇게 많은데, 가까운데 사는 나는 더더욱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8일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한 상인이 '우한 폐렴예방 마스크'를 파는 모습(사진= 차민지 기자)

 


◇ 시민들 "감염 우려 높은데 도심 집회 부적절" 비판…국민 청원까지

이날 집회 현장을 지나는 시민들은 걱정을 내비쳤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회사원 채모(26)씨는 "뉴스를 보면, 감염자가 감염 사실을 모르고 도심을 돌아다니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며 "저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이라도 감염자가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꼬집었다.

취업준비생 배모(27)씨도 "어르신들이 전염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돈 받고 일하는 직장에서마저 '유급 휴가'를 주고 각 학교의 개강과 개학도 2주씩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집회를 강행하는 건 집회를 보장하는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며 "스스로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잠시라도 해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의 우려를 반영하듯,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집회를 금지해 달라는 글까지 등장했다. 청원인은 지난 4일 '어르신들의 주말 서울 도심 집회 불허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어르신들의 건강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방지를 위해 주말 광화문, 청계천, 시청 앞에서 열리는 집회를 불허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처럼 확산하는 '감염 불안'과 맞물려 집회 현장을 제외한 서울 도심은 잔뜩 움츠러들었다.

집회 인근의 '교보문고'는 사람들 발길이 끊겨 한적한 모습이었다. 평소 줄이 길게 늘어서 있던 중앙계산대는 5곳 중 2곳만 손님이 있을 정도다. 입구 근처에는 '손 소독제'가 비치됐다.

광화문 옆 중구도 마찬가지다. 23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소공동 롯데백화점은 10일까지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이 환자가 지난 2일까지 숙박한 것으로 드러난 프레지던트 호텔도 영업을 중단했다.

8일 '범투본' 집회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앉아있다.(사진=차민지 기자)

 


◇ 시민 불안 속 '연속 집회 예고'…전광훈 "29일에는 2000만 모이자"

한편 범투본 측은 아예 오는 29일 '총집결'을 선포하고 나섰다. 이날 단상에 선 전광훈 목사는 "3·1절을 맞아 열리는 오는 29일 집회에 2000만 명이 이 자리에 몰려나와야 한다"며 "그래야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내기 위한 무혈투쟁을 완성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야당이 지금처럼 정치놀음을 계속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날 오후 4시 30분까지 이어지는 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 방면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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