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종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간 '빅매치'가 성사됐다. 장소는 '정치 1번지' 서울 종로다.
황 대표는 7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 한국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길 낭떠러지 앞에 선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저, 황교안은 종로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정 과정은 신중했지만 한 번 결정된 이상 황소처럼 끝까지 나아가겠다. 당 대표로서 이미 나라를 위한 것이라며 내려놓겠다고 한 제가 무엇을 두려워하겠나"라면서 "무능한 정권을 심판하기 위한 하나의 밀알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황 대표의 출마 선언을 기다렸다는듯 곧바로 입장문을 냈다. 벌써부터 거물급 대결의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이 전 총리는 입장문에서 "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3일에도 황 대표를 겨냥해 "신사적인 경쟁을 한 번 펼쳤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고 승부를 제안한 바 있다.
이 전 총리와 황 대표의 맞대결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번 승부가 사실상 대선 전초전(前哨戰)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전 지사와 황 대표는 각각 여권과 야권의 1위 대선주자다.
둘 중 한 명만 살아 남는 선거에서 승리한 사람은 '정치 1번지' 종로를 차지함과 동시에 대권에 한 발 더 내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가 승리할 경우, 현재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황 대표의 기세를 꺾고 압도적인 대권주자 1위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또 6년 만에 원내(院內)로 복귀하면서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당내 세력도 규합하며 대권의 발판을 다질 수도 있다.
반대로 황 대표가 승리하게 되면, 황 대표는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리에 이어 대권주자 2위를 줄곧 해온 상황에서 역전승을 이끌어낸다면, 여권의 유력한 잠룡 후보의 앞길을 막는 것과 동시에 대권가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현재까지 판세로만 따지면, 이 전 총리가 우세하다는 분석이 많다.
정부여당에 대한 서울 민심이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은 데다, 종로구를 지역구로 뒀던 정세균 국무총리의 조직을 이 전 총리가 물려 받았기 때문이다.
또 이 전 총리는 지난달 23일 종로 출마 선언 직후 설연휴 때부터 줄곧 종로를 돌며 지역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달 6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0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는 모습.(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하지만 '공격수'는 황 대표 쪽이다. 상황이 불리하긴 하지만, 보수통합과 한국당 쇄신 등을 무기로 역전을 기대하고 있다.
일단 황 대표가 '험지'로 분류되는 종로에 출마하면서 희생의 리더십을 보인 만큼 TK(대구.경북)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 작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또 교착국면에 빠져 있는 새로운보수당과의 보수통합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출마지를 고민하느라 상대적으로 보수통합에 집중하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전력투구(全力投球)로 통합작업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됐다.
종로에서도 큰 틀에서는 '야당 심판'과 '정권 심판'이라는 프레임 경쟁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총리 측은 '보수야당이 문재인 정권의 개혁 작업에 발목을 잡았다'는 주장을, 황 대표 측에서는 '문재인 정권의 경제 실정'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이 변수다.
신종 코로나는 양측 모두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방역에 허점을 드러내며 신종 코로나가 계속해서 확산된다면, 정부여당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면서 이 전 총리에게 불리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로 전반적인 선거판이 조용하게 흘러갈 경우, 보수통합 등으로 판세를 흔들려는 황 대표의 전략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