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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리뷰] 北 나진·선봉을 다시 봐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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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요충지 불구 개성공단에 비해 관심도 낮아…접근성 낮고 변방 인식
중국은 50년 임차 등 영향력 강화…동해에서 미·일·러 견제하는 '차항출해' 전략
남북경협 재개돼도 북중경협에 밀릴 가능성…경쟁보다는 보완관계로 국제화 추구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대담 : 홍제표 기자

◆ 임미현 > 한반도와 동북아 국제정세를 살펴보는 '한반도 리뷰' 시간입니다. 홍제표 기자,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갖고 나왔나요?

짐 로저스 회장. (자료사진=연합뉴스 제공)

 

◇ 홍제표 > 최근 북한 방문설이 제기됐던 세계적 투자가 짐 로저스는 '넥스트 차이나', 즉 중국 이후 주목 받을 만한 나라로 북한을 꼽은 적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로저스가 가장 관심을 둔 곳은 두만강 하류입니다. 왜 그럴까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 힌트가 될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러시아, 중국, 한국 사이에 있어서 경제 강국이 될 기회가 있다"고 했습니다. 부동산 사업가의 '촉'으로 봤을 때 그렇다는 겁니다. 부동산은 첫째도 로케이션(location) 둘째도 로케이션 셋째도 로케이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입지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로저스 뿐 아니라 트럼프가 볼 때도 북한-중국-러시아를 잇는 두만강 삼각지대가 매우 유망하다는 얘기입니다. 오늘은 우리도 여기에 주목해볼까 합니다.

◆ 임미현 > 우선 이 지역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 소개가 좀 필요할 것 같네요.

◇ 홍제표 > 북·중·러 3국이 국경선을 맞댄 곳입니다. 두만강 하류를 사이에 놓고 북한 나진, 중국 훈춘, 러시아 하산이 손에 잡힐 듯 붙어있습니다. 북한은 나진과 인접한 선봉을 묶어 나진·선봉, 즉 '나선 특구'를 만들었고 2005년에는 특급시로, 2010년에는 특별시로 격상 시켰습니다. 중국 측 접경도시는 훈춘이고 훈춘의 배후에는 창춘(長春市)-지린(吉林)-투먼(圖們)을 잇는 '창지투(長吉圖) 선도구'가 있는데 2009년에 국가사업으로 승격됐습니다. 중국은 훈춘에서 불과 50여km 거리인 나진의 항구를 통해 바다로 나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막혀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러시아는 대륙철도를 한반도로 연결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 임미현 > 중국은 이미 나선특구에 많이 진출하지 않았나요? 50년 임차 얘기도 있었는데...

◇ 홍제표 > 그렇습니다. 북한은 2012년에 나진항 부두 50년 사용권한을 중국에 넘겼다는 게 정설입니다. 구체적 부분에서는 조금씩 다른 설이 있긴 합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하면서 "나선 경제무역지대의 토지를 50년 기한으로 외국에 팔아먹는 매국행위를 했다"고 밝힌 사실입니다. 북한이 볼 때도 우려스러울 만큼 중국의 진출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반증하는 장면입니다. 중국은 나선에 대사관 형태의 '경제대표부'까지 설치해 중국식 개혁개발모델을 확산하는 거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 임미현 > 중국이 이렇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홍제표 > 나진, 특히 나진항의 전략적 가치가 크기 때문입니다. 나진항은 바로 위에 있는 러시아 항구들보다 수심이 깊고 규모가 크며 겨울에도 얼지 않습니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중국은 청나라 말기에 연해주를 러시아에 할양했기 때문에 동해와 태평양 출로가 막혀있습니다. 과거에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낙후했던 동북3성 경제도 빠르게 커나가는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중국 지도를 놓고 보면 1억명 이상이 사는 동북3성 물류를 남쪽 항구에서만 처리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고 항구 숫자도 부족합니다. 남의 항구를 빌려서 바다로 나아가는 '차항출해'(借港出海) 전략이 나온 배경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전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바다로 가는 길이 막혀있다. 러시아 땅과 북한 땅이 바로 결합돼 있기 때문에. 그래서 중국은 훈춘을 통해 나진항까지 약 60km 고속도로를 연결해서 동북3성의 물류를 동해를 통해 남중국 상해나 심천으로 빼려고 한다. 그게 물류에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렇다"

◆ 임미현 > 미국, 그리고 일본도 가만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중국을 견제하려 할 것 같은데요.

북한 나진항 (북방경제협력위원회=연합뉴스 제공)

 

◇ 홍제표 > 우선, 일본은 식민통치를 통해 나진항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동해에서의 주도권 강화는 물론 대륙으로의 입구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출로전략과 충돌하는 지점입니다. 러시아도 중국을 누구보다 경계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철도 연결이라도 선점함으로써 극동지역의 지배력을 보장 받으려 하고 있습니다. 다시 송영길 의원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이거는 김정일 위원장과 푸틴이 합의한 모스크바 선언에서도 합의된 사안이고 우리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과도 합의된 사안이기 때문에 저는 이번에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반면 미국은 아직 북한을 움직일 지렛대가 없습니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중국이 북한 내 주도권을 꾸준히 강화해나가는 것이 매우 불편할 것입니다. 일각에선 북한과 중국 간에 동해로 나가는 '출해권'과 경제적 지원을 주고받는 '외교 빅딜'(한국해양대 우양호 HK부교수. 초국경지역 협력사업 해외사례 연구)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합니다.

◆ 임미현 > 이 부분은 북한이 신년사에서 얘기한 '새로운 길'과도 연결 지을 수 있을 것 같네요.

◇ 홍제표 > 아직 까뒤집지 않은 패니까 알 수는 없지만 그럴 개연성이 있습니다. 중국은 나선특구 뿐 아니라 동해 쪽 전반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최근 원산-함흥 고속도로 건설에도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원산, 함흥 둘 다 동해안의 주요 항구입니다. 남중국해와 서해 정도에 한정됐던 중국의 해양력이 동해와 태평양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을 뜻합니다. 미국은 물론 우리 입장에서도 국가안보 전략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 임미현 > 사실 우리로선 나진·선봉을 한동안 잊고 지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라도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 같네요.

◇ 홍제표 > 개성공단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고 북·중·러 3국 접경지역이란 점이 오히려 변방의 취약성으로 인식되면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겨져 왔습니다. 그나마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이후 나진-하산 프로젝트까지 중단되면서 명맥이 완전히 끊겼습니다. 이른바 '통일대박'은커녕 사실상 중국의 독점적 지위 행사를 허용한 셈입니다. 때문에 나중에 남북경협이 재개되더라도 북중경협에 압도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중국과 무리한 경쟁관계를 형성하는 것보다는 상호보완을 통해 두만강 지역을 국제화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만 현재로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기다리는 것 외에 없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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