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의 신원은 100% 안전합니다. 모든 직원이 경찰 수사에 확실한 대비가 돼 있습니다". 일명 '보복 대행' 업체에 '경찰에 붙잡힐 경우 어떻게 하냐'고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업체 측은 보복 대행 의뢰가 하루에 5건 이상은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최근 돈을 받고 남의 현관문에 오물을 뿌리거나 래커로 낙서를 하는 '보복 테러' 대행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경찰은 전국 시·도청 광역범죄수사대에서 윗선과 의뢰인을 추적하는 등 집중 수사에 나섰다.
일부가 경찰에 붙잡히고 구속되는 상황에서도 보복 대행은 여전히 성행 중이다. 지금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 등에서는 보복 대행 업체 홍보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텔레그램·코인 거래로 수사망 피해…대본까지 달달 외운다
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보복 대행 업체들은 텔레그램 등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취재진이 직접 대화한 일당 중 한 명은 "돈을 지불한 바로 다음날 실행할 수 있으며 매우 간단한 업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는 "보복 테러가 요즘 유행"이라면서 보복 대행을 다룬 최근 언론 보도를 먼저 언급했다. 그러면서 "인분이 아닌 돼지똥을 사용하는데, 냄새도 안 지워지고 오래 간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체는 일반적으로 허위사실 유포, 오물 테러 등 방식이 있으며 "최대 살인까지 가능"이라고 했다. 의뢰 비용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80만 원에서 200만 원 선이었다.
이들은 경찰 수사에 대한 대비책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총책인 자신들은 물론 의뢰인 역시 경찰 수사망에 노출될 가능성이 없다며 안심시킨 것이다.
자신들은 실제 보복을 하는 직원으로 신원 추적이 어려운 불법체류자 등을 고용하는 데다, 별도 보안 교육을 실시하는 훈련된 전문 인력만 실전에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한 업체는 "전 직원이 경찰 수사를 받을 경우 대응책이나 예상 질문에 대한 대본을 제공받아 외운다. 완벽하게 수사에 대한 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다른 업체는 "작업 이후 CCTV를 해킹해 증거인멸을 철저히 한다"는 말도 했다.
'경찰 수사가 걱정'이라는 말에는 "100% 의뢰인 안전을 보장한다"고 답했다. 보복 대상이 아닌 의뢰인 측에 대해선 이름 등 신상을 일체 물어보지 않고, 모든 소통을 텔레그램으로만 진행하기 때문에 설사 자신들이 잡히더라도 의뢰인까지 추적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모든 결제는 가상자산으로만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위장취업, 통신사 서버 해킹"…개인정보 줄줄
경찰에 따르면 일부 보복 대행 업체가 피해자 개인정보를 빼내기 위해 배달앱 등에 위장 취업하는 현상이 만연했다. 통신사에 등록된 이용자 정보를 조회하는 방식까지 가능하다고 언급됐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경기 시흥 등에서 벌어진 보복 대행 범죄와 관련해 40대 남성 여모씨와 그의 윗선 30대 남성 이모씨, 총책 30대 정모씨를 연달아 구속 송치했다. 특히 여씨는 배달의민족 외주사가 운영하는 지원센터 상담사로 위장 취업해 범행에 필요한 주소 등 고객 정보를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한 보복 대행 업체는 "이름과 생년월일만 있으면 주소 조회가 가능하다"라며 "저희가 가진 통신사 서버 접속키로 1분도 안 돼 주소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윗선 추적 난항…전문가 "위장 수사 도입 고려해야"
지난해부터 지난달 25일까지 경찰에 접수된 보복 대행 사건은 총 53건이다. 이 중 45건에 연루된 실제 보복 대행 범죄 일당 40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경찰에 붙잡힌 이들은 대부분 직접 보복 테러를 한 말단들이다. 경찰 수사망에 걸린 윗선이나 총책은 거의 없고, 범죄를 의뢰한 의뢰인도 아직까지 수사기관에 노출된 사례가 없다고 한다.
건국대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는 "보복 대행 범죄는 심각한 사회의 병리"라며 "청부를 통해 폭행, 소위 악행을 저지르는 것은 정부 기능 자체를 무시하거나 마비키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텔레그램, 익명 금전 거래 등 문제로 인해 윗선·의뢰인 추적이 어려운데 위장 수사에 대한 근거법을 확대해 위장 수사를 통해 추적하는 방법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