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15~19:55)
■ 방송일 : 2018년 11월 23일 (금)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김태경 (우석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 정관용> 저희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기획한 생명사랑 캠페인 ‘우리를 공격하는 것들’. 2018년 한국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를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는 10가지 문제 선정해서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 대안을 고민해 보는 그런 코너죠. 오늘 아홉 번째 시간, 오늘의 주제는 ‘범죄 피해자 유가족의 고통’입니다. 범죄로 인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그 범죄 피해자 유가족분들. 정신적, 경제적, 물리적 고통에 시달리다가 심한 경우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시는 경우도 많답니다. 어떻게 우리가 보듬어야 할지 이 문제 오늘 좀 집중적으로 짚어보죠. 오랫동안 범죄 피해자들 심리치료 또 지원에 앞장서고 있는 분이죠. 우석대학교 상담심리학과의 김태경 교수를 모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태경> 안녕하세요.
◇ 정관용> 저희가 이제 오늘 모신 이 생명사랑 캠페인 ‘우리를 공격하는 것들’이 예를 들면 산업재해라든지 또 이런 우리를 굉장히 위협하는 여러 가지를 주제별로 쭉 나누고 있는데. 그렇게 해서 우리 곁을 떠나신 분들만 우리는 집중해왔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그렇게 떠나게 된 분들의 가족, 주변분들 그분들은 이제 오늘 처음 다루는 거거든요. 그분들도 참 엄청난 고통에 직면하게 되는 거죠?
◆ 김태경> 그렇죠. 당사자 못지않은 고통을 겪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 정관용> ‘피해자학’이라고 하는 학문 자체가 있다면서요.
◆ 김태경> ‘범죄학’은 범죄의 가해자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보고 ‘피해자학’은 피해자가 범죄를 당한 요소 그리고 피해자 보호 이런 것과 관련 되어서 다루는 학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정관용> 우리나라의 이 피해자학이 소개된 것은 꽤 됐는데 별반 주목도 못 받고 그랬다면서요, 그동안에는?
◆ 김태경> 사실상은 주목받기 시작한 건 1990년대부터라고 보시면 되고요. 그전에는 열악한 경제사정이나 군사독재 시절이었기 때문에 관심을 못 받았습니다. 90년대부터 성폭행상담소나 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생기면서 피해자의 보호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조금 높아지게 되었고요. 2005년에 범죄피해자보호법이 제정되면서 조금 본격화되었다고 보시면 되었습니다.
◇ 정관용> 범죄피해자 보호법이라는 게 있습니까?
◆ 김태경> 있습니다.
◇ 정관용> 어떤 내용을 주로 담고 있습니까?
김태경 우석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사진=시사자키팀 제공)
◆ 김태경>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 민간의 역할 이런 것들을 굉장히 구체화시켜놓은 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정관용> 거기에는 대상자는 딱 피해자만이에요? 피해자의 가족도 포함됩니까?
◆ 김태경> 피해자의 가족과 살인사건의 경우에는 유가족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 정관용> 이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한번 듣겠습니다. 살인사건으로 따님을 잃으신 분 어떤 고통을 겪으셨는지 저희 리포터가 만나봤는데요. 잠깐 들어보죠.
[인서트 / 유가족 : 아침부터 밤 지나고 매일 그날이 그날이었어요. 아이 생각만 하고 살았어요, 그냥. 딸이 제 자신이더라고요. 잃어버리고 나니까 ‘그 아이가 나 였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밤에는 불을 이렇게 켜놓고 살았어요. 애가 문을 두드릴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세탁기 소리 때문에 혹시 애가 와서 벨을 누르면 내가 못 들을까 봐 손으로 목욕탕에서 그걸 다 빨았어요, 빨래도. 그냥 애만 보고 싶고 애가 올 것 같고. 비 오면 애가 비 맞을까 봐 걱정되고. 한순간에 두려움이 밀려오는데요. 진짜 머리털이 다 빠져나갈 정도로 막 떨려요, 몸이.]
◇ 정관용> 불도 못 끄고 세탁기도 못 돌리시는... 정말 뭐라고 말하기 어렵네요. 교수님께서 올해 강력범죄 피해자하고 가족들 쭉 만나서 분석해 본 결과를 연구 발표하셨잖아요. 어떻든가요, 실태가?
◆ 김태경> 전체 피해자들 중에 약 90%가 심각한 후유증을 호소하셨고요. 사실 10%도 후유증이 없다기보다는 억누르는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중에 절반은 소위 얘기하는 PTSD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셨고요. 절반가량은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계셨습니다.
◇ 정관용> 신체적인 질병으로도 연결되죠.
◆ 김태경> 신체적인 질병으로 종종 연결이 되어서 심장마비나 뇌졸중이 와서 사망하시거나 심지어는 암에 걸리셔서 사망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제 인과관계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범죄 피해로 인해 가족을 잃은 스트레스가 병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분명 작용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또 경제적 어려움도 심해지고. 이런 정신적, 신체적, 경제적 어려움 끝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시는 분들도 있으시죠?
◆ 김태경> 스스로 생을 마감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 정관용> 이걸 통계를 내서 일반 국민의 평균 자살률보다 그분들은 얼마나 높은지 혹시 이렇게까지 연구가?
◆ 김태경> 안타깝게도 아직 관련 연구는 없습니다.
◇ 정관용> 참. 게다가 그런 분들은 어떻게든 마음을 진정하고 하려고 하다가 강력범죄 사건 또 터져서 대대적인 보도가 나오면 또 충격 받으시죠.
◆ 김태경> 대부분이 그런 사건이 있으면 TV를 안 보시죠. TV 안 보려고 하시고 다른 프로그램을 보려고 하시는데 더 안타까운 건 가끔 참고자료로 자신의 사건이 언급되는 경우가 꽤 있으십니다. 그러실 때는 너무 많이 비통해하시고 고통스러워하십니다.
◇ 정관용> 아무리 눈 닫고 안 보려고 해도 또 어쩔 수 없이 보이게 되면 그렇죠.
(사진=자료사진)
◆ 김태경> 그렇죠. 언론에만 공개되는 게 아니라 이제 사람들이 그게 이슈가 되니까 대화 과정에서 사건이 자주 언급이 되고 그러다 보면 자신의 사건이 재경험되기 때문에 후유증이 악화되는 경우 굉장히 많습니다.
◇ 정관용> 게다가 또 사건이 벌어진 다음에 수사 진행과정 또 자기가 사는 주변, 여기로부터도 피해를 받는다면서요.
◆ 김태경> 수사 절차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는 사실은 어떤 분은 종종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에는 범죄 피해보다 더 고통스럽다. 고소한 것을 후회한다고 하는 분들 굉장히 많으시고요. 주변이 이론적으로는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가장 중요한 지지집단이어야 하는데 지역공동체가 오히려 2차 가해를 하는 사례가 굉장히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구체적으로 어떤 겁니까? 그 2차 가해라는 하는 게.
◆ 김태경> 뭔가 우리가 권선징악을 학습하면서 지냈기 때문에 이런 끔찍한 범죄를 겪었다는 것은 ‘당신이 그럴 만한 나쁜 악행을 저질렀기 때문이야’라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되게 많고요.
◇ 정관용> 그래요?
◆ 김태경> 오죽하면 그러랴라는 얘기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야반도주를 하시듯이 이사하시는 경우도 계시고요. 주변 사람들이 보호와 지지는커녕 2차 가해를 해서 고통스럽게 생활하시는 분들도 종종 있습니다.
◇ 정관용> 아까 성폭행 피해자 같은 경우 성폭행 피해보다도 2차 피해가 더 심하다?
◆ 김태경> 네.
◇ 정관용> 도대체 어느 정도길래 그런 거예요?
◆ 김태경>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절대 신고하지 않으리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으십니다.
◇ 정관용> 왜 그렇죠?
◆ 김태경> 본인이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사례가 특히 성폭력에서는 자주 있기 때문에 본인이 오히려 피해자라고 보호받는 게 아니라 본인이 피해자임을 자기가 입증해야 하는 현실에 놓이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증거를 수사기관이 찾아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피해자한테 증거를 가지고 와라라고. 물론 명백하게 그렇게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피해자가 그렇게 느끼게 되는 상황들이 되게 많고요.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지쳐서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때로 돌아갈 수 없다면 고소는 하지 않겠다라고 후회하시는 분이 많이 계십니다.
◇ 정관용> 그리고 지역사회에서도 수군거림 때문에 도망치듯 가고.
◆ 김태경> 사회적 낙인이 생각보다 아직은 굉장히 강해서요.
◇ 정관용> 다니던 직장은 어떻게 됩니까?
◆ 김태경> 직장의 경우에도 사실은 형사사법절차에 연루되는 경우에는 조사받고 이러느라고 직장에서 휴가를 자주 써야 하고 그게 짧으면 몇 달이지만 길면 1년 이상 가기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시는 분도 많고요. 직장 내에서 소문이 나는 경우에는 굉장히 운이 나쁜 사람이라고 치부하고 그 운 나쁨이 자기들에게 오염될까 봐 걱정해서 거리를 두는 사례도 있습니다.
◇ 정관용> 운 나쁨이 전염된다고요?
◆ 김태경> 우리가 나쁜 짓을 했기 때문에 그렇다라는 생각과 더불어서 저렇게 운이 나쁜 사람에게는 운이 나쁜 일이 연속해서 발생할 거라는 기대들을 하는 경향이 있고요. 그러다 보니 피해자 주변을 조금 거리를 두고자 하는 그런 경향성을 볼 수 있습니다. 다 그런 건 물론 절대 아니지만 드물지 않게 보고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강력범죄의 발생률은 높아지고 있습니까, 어떻습니까?
◆ 김태경> 최근 대검찰청에서 발간한 범죄백서에 따르면 전체 범죄율은 약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기는 한데 흥미로운 건 살인강도 이런 소위 얘기하는 흉악범죄는 감소하지 않고 소폭 감소하고 있고요. 성폭력이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한 18% 증가하고 있는데 이게 정말로 성폭력 범죄가 증가한 것이냐 아니면 친고죄가 폐지되면서 고소율이 높아진 거냐에 대해서는 아직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사실상은 범죄율 자체가 높아졌다고 단정하기에는 어렵고요.
◇ 정관용> 하지만 대폭 감소하는 것도 아니고? 소폭,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성폭행은 늘어나고 있고? 그건 아마 고소율하고 관련이 돼 있을 것이다. 그럼 그만큼 피해자 그리고 피해자 주변 가족 이 사람들은 꾸준히 계속 나타나고 있다는 거 아닙니까?
◆ 김태경> 그렇죠. 1명의 피해자가 발생하면 주변을 둘러싼 가족들도 트라우마를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족 전체의 문제가 되고 친구들까지도 영향을 많이 받고. 그래서 우리가 케어해야 할 대상은 굉장히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정관용> 그분들에 대해서 이제 지금 현재는 우리가 어느 정도 도움을 주고 있는지 우선 좀 점검해 보고 앞으로 뭐가 필요한지를 이야기를 이어갔으면 좋겠는데. 아까 말씀하신 범죄피해자 보호법에 대해서 무슨 법무부 산하 또 이런저런 무슨 센터와 단체들이 있다고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 김태경> 우선은 검찰에서 사건 발생 직후에 긴급생계비라든지 살인사건의 경우에는 유족지원금이 지급이 되고 있고요. 중상해 사건에서도 회복을 위한 지원금이 지급이 되고 있습니다. 치료비나 각종 사건발생, 살인사건의 경우 사건발생지를 정리해야 하잖아요. 그 정리비용까지도 지급을 하고 있고요. 관련해서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도 같이 긴급생계비나 여러 가지 사회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 운영하고 있는 스마일센터처럼.
◇ 정관용> 스마일센터?
◆ 김태경> 법무부가 민간에 위탁해서 운영하고 있는 기관이고요. 살인, 강도, 강간, 방화, 폭행 이런 강력범죄 피해자를 무료로 심리 치료하고 있는 기관이 있습니다.
◇ 정관용> 무료 심리치료.
◆ 김태경> 전액 국고사업이어서 피해자 심리지원에 초점을 맞춰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런 민간에 위탁해서 운영하는 스마일센터에는 그분들이 일부러 찾아와야 되는 겁니까? 어떻게 됩니까?
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자료사진)
◆ 김태경> 우선은 찾아오셔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경찰에서 피해자 전담 경찰관 제도가 도입이 됐고.
◇ 정관용> 그건 언제 도입됐어요?
◆ 김태경> 2015년에 도입이 됐습니다.
◇ 정관용> 3년 전에. 피해자 전담 경찰관.
◆ 김태경> 사건이 발생을 하면 전담 경찰관이 저희 기관에 연계를 하는 시스템이 구축이 돼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적 지원이나 심리적 지원 이런 것들을 원스톱으로 받으실 수 있는 시스템은 구축이 되어 있는데 아직은 시작 단계여서 관심을 많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피해자 전담 경찰관은 경찰 업무 중에서 딱 이 일만 전문적으로 하는 겁니까? 다른 수사나 이런 일은 안 하고?
◆ 김태경> 수사나 이런 일은 하지 않으시고요. 청문감사관실에서 근무를 하면서 피해자 지원 업무를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인력이 충분하나요?
◆ 김태경> 아직은 부족하죠. 시작한 지가 얼마 안 돼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좋은 제도라고 저희들은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검찰 단계에서부터 또 법무부 산하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긴급생계비, 유족지원금 등등이 지불되고 부상당한 사람은 치료비는 전액 다 일단 그렇게 국고에서 지원이 되면 그건 그 범죄자한테 나중에 구상권 청구합니까, 어떻게 됩니까?
◆ 김태경> 원칙적으로는 구상권을 청구하게 되어 있고요. 그런데 이제 구상권을 청구해도 지불능력이 없는 경우가 있으니까 국가에서 선지급을 하고 나중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시스템입니다.
◇ 정관용> 그런 데도 지불능력이 없는 범죄자의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징역을 더 오래 살게 되나요?
◆ 김태경> 그렇지는 않습니다.
◇ 정관용> 그건 아니에요? 어쨌든 이거는 국가가 책임지고 정부 예산을 우선 투입한다.
◆ 김태경> 범죄가 발생했다는 것은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회복을 국가가 책임지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아까 우리 얘기 나왔던 그러다가 다니던 직장에서도 그만두고 이런 분들한테도 지원이 갑니까? 어떻게 됩니까?
◆ 김태경> 그런 분들의 경우에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간에서 다양한 지원들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 정관용> 어떤 거요? 예를 들면?
◆ 김태경> 예를 들면 긴급생계비나 이런 것들을 범죄피해자지원센터나 각종 범죄피해자지원협회에서 제공을 받으실 수 있고요. 지자체에서도 관련되어서 긴급한 경우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긴급한 경우에만 하는 거 아닌가요?
◆ 김태경> 사실은 아직은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 김태경> 경제적인 수준이나 그런 것을 고려해서 차등지급되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서는 때로는 집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을 못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그러면 집을 팔아서 내가 회복을 해야 하는 거냐라고 하소연하는 경우도 있고요.
◇ 정관용> 그러니까 이런저런 지원체계와 시스템이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만들어져 있기는 한데 시작 단계이고 충분치는 못하다. 한마디로 그 말씀이군요?
◆ 김태경> 아직까지는 가야 할 길이 조금 남은 것 같습니다.
(사진=시사자키 유튜브 캡쳐)
◇ 정관용> 지금 하고 계신 스마일센터가 피해자들이나 그 가족들 무료 심리치료를 한다고 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정말 이미 미국이나 이런 국가들은 이십몇 년 전부터 이런 범죄사건이 터지면 출동한 경찰이 현장을 딱 정리하자마자 또 다른 경찰관이 그 인근 지역주민들 집까지 일일이 초인종을 누르고 다니면서 상담이 필요하면 이 사람 찾아가십시오. 명함을 다 주고 다니는 게 거의 아주 기본 매뉴얼로 돼 있지 않습니까.
◆ 김태경> 맞습니다.
◇ 정관용> 우리는 왜 아직 그런 것 못 만듭니까?
◆ 김태경> 아직까지는 인식이 좀 부족한 상태인 것 같고요. 직접 피해자를 케어하는 것만으로도 아직은 부끄럽지만 조금 버거운 상태인데 장기적으로는 가족이나 이웃이 겪는 2차 외상이라고 하는데 2차 외상에 대한 회복에도 우리가 좀 관심을 기울여야 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항상 이런 일들이 터지면 피해를 입으신 분들끼리 모여서 어떤 모임을 만들고 그래도 거기서 서로 간에 힘을 얻고 이런 것도 있죠.
◆ 김태경> 네, 있습니다. 자주 모입니다.
◇ 정관용> 우리나라에도 그런 모임이 있나요?
◆ 김태경> 있습니다. 성폭행 피해자 모임도 있고요. 저희 센터 같은 경우는 살인 피해 유가족들만 따로 모아서 합동추모제도 하고 자조모임도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래도 그런 데 나오시면 늘 다들 그나마 제일 큰 힘을 얻게 되는 거죠?
◆ 김태경> 그렇죠. 더 걱정인 건 그런 모임을 안 나오시는 분들이 걱정이어서 매번 오시도록 여러 차례에 걸쳐서 찾아뵙거나 방문 상담이나 이런 것들을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앞으로의 과제를 좀 정리해 보시면요? 뭐뭐를 해야 됩니까, 이제 우리가?
◆ 김태경> 사실은 지원의 기본 틀은 구축이 되어 있습니다, 너무 다행히도. 오랫동안에 민간이나 국가기관이 노력한 결과이고요. 이제는 전문화를 위해서 많이 노력을 기울여야 될 때고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재정 지원도 확대하는 게 좋겠는데 사실은 실무자의 눈에서 저는 지역사회에서의 지지체계 구축이 더 급하지 않나?
◇ 정관용> 지역사회의 지지체계? 어떤 겁니까?
◆ 김태경> 맞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지역공동체가 2차 가해자가 되는 사례가 아직까지는 굉장히 많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낙인 찍지 않기. 범죄피해가 어떻게 발생하고 피해자들이 무엇을 경험하며 그들의 회복을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계몽, 홍보 이런 것들이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강서구 한 PC방 앞에 흉기 살인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아르바이트생을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정관용> 사실 우리 모두가 다 똑같은 처지에 빠질 수 있는 거 아닙니까?
◆ 김태경>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여기에 대한 지원 시스템을 갖춰놓는 건 우리 모두의 미래를 대비하는 것일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 김태경> 보험이죠, 사실은.
◇ 정관용> 그러니까요. 인력과 예산과 이런 것들이 빨리 늘어나야 될 것 같네요.
◆ 김태경> 맞습니다.
◇ 정관용> 마지막으로 범죄 피해 유가족이 바라는 지원 정책 어떤 것들을 바라고 계신지 목소리를 좀 들으면서 오늘 마무리하겠습니다. 우석대학교의 김태경 교수님, 오늘 고맙습니다.
◆ 김태경> 감사합니다.
[인서트 / 유가족 : 많은 사람들이 다 심리가 치료가 이루어져야 되는데 몰라요. 피해자들이 어떻게 어느 곳으로 가야지 치료를 받을 수 있고 그것을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저 같은 사람들도 간혹 있어요. 세상이 넓으니까. 아픈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그래도 희망이 있어요. 주저앉지 마시고 심리치료도 받으시고 힘을 내려서 살아가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