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지난 2017년 7월 폭발 사고가 난 의류공장 앞에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의류 업계에서 저가 대량생산이 유행하면서 일본에서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버려지는 새 옷이 연간 10억벌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아사히신문이 3일 보도했다.
아사히는 연간 일본의 의류 공급량에서 구입량을 빼면 10억여벌 수준으로, 이중 재판매되는 일부를 제외하면 10억벌가량이 폐기되거나 고체연료화돼 사실상 버려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이처럼 많은 옷이 폐기되는 배경에 유행을 좇는 의류를 더 싸게 대량으로 공급하려는 업계 분위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2000년대 이후 싸면서도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옷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의류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들이 저가에 최신 의류를 입을 수 있게 됐지만 한편으로는 버려지는 옷들이 급격히 늘었다는 것이다.
일본 경제산업성 통계에 따르면 일본 국내 의류품 공급량은 20년 전 버블기의 20억벌보다 두배 증가한 40억벌이나 되지만, 가계의 의류품 구입 비용은 그사이 60%로 줄었다.
물자 낭비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일본 국내외 의류 제조 공장 노동자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쟁이 격화되면서 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에 외주를 주고 의류를 생산하는 회사가 늘어나면서 방글라데시 등 저개발국가의 노동자들을 혹사시키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저개발국가들의 공장들은 큰 규모로 운영되면서 저가의 노동력을 활용해 의류를 생산해 낸다"며 "이를 활용하는 일본의 의류 업체가 판매량이 늘지 않았는데도 발주량을 크게 늘렸다"고 설명했다.
의류 업계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고통에 대해 눈을 감는 상황은 일본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사히가 일본 내에서 의류 생산량이 많은 편인 에히메(愛媛)현, 기후(岐阜)현 등의 의류 공장을 살펴본 결과 중국, 동남아시아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매일같이 아침 8시 전후부터 밤 10시 이후까지 일하면서 한달에 2~3일 밖에 쉬지 못하고 있었다.
의류 하청 공장을 운영하는 한 남성은 "제조자도 소비자도 물건을 만드는데 얼마만큼의 비용이 들어가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옷값이 싼 그늘에서 누군가는 울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