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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설득 '1박 2일 총력전'…비핵화 공 다시 北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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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통일선전부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 2박 3일 방남 일정을 마치고 27일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출경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2월 26일 오후 5시쯤. 외교부의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외교부청사 후문쪽 횡단보도에 갑자기 나타났다. 한 손에 조그만 가방을 들었다.

이 본부장은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등과 함께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김영철 등 북한고위급 대표단과 오찬을 함께 하고 외교부로 돌아 온 직후였다.

기자들이 다가가 "오찬 분위기가 어땠냐"고 물었다. 그는 한사코 '지금은 아무말도 할 수 없다. 말하면 죽는다'는 시늉을 지었다.

기자들이 빠져나가려는 그의 몸을 다시 붙잡고 '북미접촉이 곧 성사될 것 같냐'라고 연거푸 물었지만 고개를 약간 흔들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안된다. 며칠 후에 보자"며 가던 걸음을 재촉했다.

광화문 정부청사주변에서는 천해성 통일부 차관도 폐막식이 이뤄진 26일 한밤에 워커힐 호텔에 들어가 북한 대표단과 밤샘 대화와 다음날 오찬을 함께 하고 호텔을 나왔다는 얘기도 들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영남 노동당 부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북 고위급대표단은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내려온 김에 축하사절로 참석한 거고, 나머지 일정은 판문점에서 (고위급회담)하듯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회의하고 정회하고 또 회의하고 정회하고 하루종일 회의 한거다. 아주 파격적인 대화이다. 남북 대화일꾼들이 모두 나서 세미나를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남북은 폐막식을 제외하고 1박 2일 동안 남북관계와 한반도평화정착을 위한 모든 의제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정부 소식통는 "북미대화를 이끌기 위한 우리측의 모든 생각과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북측을 집중적으로 설득한 1박 2일이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북미대화를 위한 여러가지 조건들 그리고 필요한 단계들에 대해 얘기를 했다. 우리가 이제 중매를 서는 입장이기 때문에 북측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또 우리가 알고 있는 미측의 입장은 무엇인지를 듣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북미대화에 문이 열려 있다"고 한 발언도 이 과정에서 반복됐다.

그러나 김영철 부위원장은 대화의 문이 열려있지만 "미국이 먼저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되풀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의용 안보실장 등 안보라인은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테스트 중단(모라토리엄) 등의 사전조치가 필요하다'고 비핵화 협상을 위한 진전방안을 집중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북미 양측이 한발씩 양보가 필요하다는 설명이었고 북측이 남측을 믿고 과감하게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단 비핵화 협상의 공이 다시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김정은 위원장이 대표단의 방남 결과를 보고 받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번 대화는 당장 무엇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북측도) 돌아가서 내부보고 하고 나름대로 얘기를 정리할 필요 있기 때문에 합의를 위한 대화는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숨막히게 달려온 남북간 대화가 북미대화의 접점을 찾기위해 점점 더 고비를 향해 치닫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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