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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에게 당한 성추행, 피해자들은 '쉬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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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열풍 불구 숨죽이는 성폭력 피해자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여교사 A 씨는 처음 부임했던 고등학교를 잊을 수 없다. 힘든 임용고시를 통과하고 교단에 선 만큼 열정도 남달랐다. 해맑은 학생들도 그녀를 믿고 따랐다.

하지만 아닌 학생도 있었다. 남학생 중 일부는 A 씨를 향해 성희롱 수준의 발언을 쏟아냈다.

'언젠가 먹고 말 거야'

과자 광고에서 주인공 캐릭터가 과자를 언젠가 꼭 먹고 말겠다는 말로 쓰인 대사지만 남학생들은 이것을 다른 의도로 사용했다.

성희롱이 아닌 척하면서 성희롱 수준의 말을 하는 것은 일상화돼 있었다. 심지어 학생들만이 사용하는 은어는 그녀가 성희롱으로 인지조차 할 수 없었다.

성폭력도 많았다. 힘이 센 남학생들은 A 씨의 손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으며 여기저기로 이끌기도 했다.

친근감을 표현하며 지나치게 접촉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연스레 A 교사는 그런 남학생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학생을 가르치던 남교사 B 씨의 경험도 비슷했다. 일부 여학생들 첫사랑과 첫 키스 경험의 질문을 시작으로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여학생 중 장난이 심한 학생들은 그에게 성적인 농담을 거침없이 던졌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하던데', '제게 사정해(부탁해)주세요' 등 성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를 이용해 질문하는 학생도 있었다.

B 씨가 허둥지둥하면 장난이 더 심해지기도 했다. B 씨는 늘 자신의 답변이나 행동을 더 조심했다. 자칫 잘못하면 구설수에 올라 교단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는 군대에서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남자 부사관이 여자 장교에게 가하는 성폭력도 있다. 군인권센터 방혜린 간사는 "계급은 낮지만 남자 부사관들이 여자 장교의 성희롱에 가까운 농담과 불필요한 터치를 하는 성추행의 사례도 접수된다"고 말했다.

방 간사는 "여자 장교의 경우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나이 많은 남자 부사관에게 도움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계급을 무시한 성희롱 발언이 자주 발생한다"고 이야기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피해자가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에 있으면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해도 쉽게 말을 못 할 수 있다"며 "계급이 높은 약자 역시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곽 교수는 "이와 같은 성폭력은 서열과 권력에 역행하는 것으로 힘의 불균형 상태에서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곽 교수는 "이들은 성폭력을 당해도 자신의 지위 때문에 본인이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닌지, 피해가 자신의 지위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기 때문에 다른 성폭력보다 말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력과 지위에 역행해 성폭력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

#미투인데, 그들은 아직 미투가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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