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치 내던지고 건강식품 바닥에 뿌려
- 여성 검색요원 성희롱도 비일비재
- 하루12시간 근무에..식사도 제때 못해
- 사측 책임져야 "스스로 보호할 권한 달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변상욱 대기자 (김현정 앵커 대신 진행)
■ 대담 : 김민주(공공운수노조 전략조직국장)
여름휴가철 성수기, 인천공항이 인산인해라고 한다. 7월 말, 8월 초 인천공항 주말 여행객이 20만 명 훌쩍 넘어서기도하고 사상 최대치라고 얘기를 듣습니다. 즐거운 휴가길, 모두가 웃으면서 오고 가고 즐겁게 안전하게 다녀오면 좋지만 가끔 가다 보면 공항에서 이런저런 갑질도 보게 되고 뭐 이런저런 다툼이나 막무가내식 행동 때문에 표정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는 그런 일들도 있죠. 특히 공항 노동자들의 감정노동도 아주 극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공항 승객들의 천태만상을 모아서 발표한 공공운수노조의 김민주 전략조직국장을 연결해 보겠습니다. 김 국장님, 안녕하세요.
◆ 김민주> 네, 안녕하세요.
◇ 변상욱> 공항이 휴가객들로 북새통이라는 얘기는 듣습니다마는 공항 풍경을 한번 그려봐주신다면요?
◆ 김민주> 주차장도 다 만차가 돼서 주차장이 아닌 잔디밭에까지 주차를 하는 상황입니다.
◇ 변상욱> 그렇네요. 대중교통을 이용하셔서 접근하시는 게 낫겠네요.
◆ 김민주> 그렇다.
인천공항 (사진=박종민 기자, 자료사진)
◇ 변상욱> 감정노동이 심하다는 얘기 듣습니다, 공항에서 일하시는 분들. 그래서 실태를 알리기 위해서 사례를 모으셨다고요?
◆ 김민주> 네. 승객분들이 출국하시려면 출국심사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보안검색대가 있는데요. 반입 금지 물품을 걸러내는 곳이다 보니까 많은 승객분들이 당황하고 여러 가지 화를 내는 상황들에 비정규직 검색요원분들이 다 노출되어 있다라는 점을 들었는데요. 이분들이 일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비정규직이라서 힘든 점이 많지만 퇴사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감정노동 때문이라는 상황을 듣고 어느 정도인지 익명으로 한 달 동안 제보를 받았다.
◇ 변상욱> 그러면 제일 많이 걸리는 게 어떤 것들입니까?
◆ 김민주> 액체가 안 된다는 건 다들 아시지만.
◇ 변상욱> 그렇죠.
◆ 김민주> 김치나 된장 같은 것도 100ml가 넘어가면 액체류로 분류가 되거든요.
◇ 변상욱> 된장이 액체로 분류가 돼요?
◆ 김민주> 네, 그렇다. 그 자체가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그 안에다가 테러 물품 숨길 수도 있고 폭발물 숨길 수도 있고 하는 위험 때문에 그런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 순간에 압수를 당하면 던지거나...
◇ 변상욱> 그걸 바닥에 내던진다는 뜻입니까? '에잇' 하면서?
◆ 김민주> 네. 그러시거나 아니면 유리병에 담겨 있었다고 한다면 유리병을 그 자리에서 깨시는 경우도 있다고 하고요. 건강보조식품이 100ml가 넘어서 안 된다라고 제지를 했더니 비싸게 주고 사신 건강식품이었나 봐요. 그래서 이거 너희가 먹을지도 모르니까 여기다 버리고 가겠다라고 하면서 싹 다 거기 주변에다가 부어버리신 거예요.
◇ 변상욱> 예를 들면 붕어즙이나 이런 거를 가지고 가신 모양이네요.
◆ 김민주> 네. 그러셨던 것 같아요.
◇ 변상욱> 파우치로 돼 있는 걸. 그러면 너희들 이거 먹고 싶어서, 너희들끼리 먹으면 안 되니까 내가 잘라서 버리겠다?
◆ 김민주> 그렇게 보시는 거죠. 그래서 전혀 사심으로 하는 게 아닌데 그 자리에서도 막 화를 내셨지만 나가면서 민원제기까지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불친절 직원으로 신고를 하신다든지 해서 또 후에도 더 괴롭게 하는 경우도 있단 얘기가 있었습니다.
◇ 변상욱> 전해 듣는 저도 기분이 나쁜데 본인 당사자들은 정말 기분 참... 혹시 성희롱 사례도 있나요?
◆ 김민주> 성희롱 사례도 굉장히 많은데요. 여성 검색요원들이 좀 많이 있거든요. 남성 승객분들이 말로 성희롱하는 경우가 되게 많이 있고. 들어가실 때 주머니에 있는 소지품 꺼내달라고 했더니 성기는 안 꺼내도 되냐라고.
◇ 변상욱> 저런, 저런...
사례를 재구성한 만화 (사진=공공운수노조)
◆ 김민주> 더 충격적이었던 건 이 사연을 제보해 주셨던 분이 '나는 별로 진상은 많이 안 만나봤는데요' 하면서 이런 말씀을 하신 거예요. 그러니까 더욱 심한 경우가 많다라는 거죠. 그리고 또 여권 보여달라고 하면 '계집애가 시끄럽다' 뭐 이런 욕설도 하시기도 하고 여성들은 여성이라서 폭언에 노출되는 경우가 특별하게 더 많은 걸로 알게 됐다.
◇ 변상욱> 빙산의 일각이라는 짐작은 가는데 말이죠. 비정규직인 검색대 보안요원들은 하루에 몇 시간 근무하십니까?
◆ 김민주> 교대 패턴에 따라서 좀 다양한데요. 길게는 12시간 근무하실 때도 있고 짧을 때는 6시간인데 요즘에는 제2터미널도 오픈하고 성수기다 보니까 더 쉬지 못하고 일한다라고도 하시고.
◇ 변상욱> 가끔 공항에서 정신없이 막 대충 끼니 때우고서 뛰어가는 모습 볼 때도 있는데.
◆ 김민주> 그러셨어요?
◇ 변상욱> 쉴 만한 시간이나 쉴 만한 공간은 그러면 충분한가요? 어디에 가서 쉬나요, 쉬게 되면?
◆ 김민주> 원래는 휴게실이 따로 있어야 되는데 굉장히 멀어서 왔다 갔다 하는 시간 때문에 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햄버거 시켜서 허겁지겁 먹고 바로 근무 투입되고 이렇게 일하고 있다.
◇ 변상욱> 그러면서도 보안검색대에서 승객들한테 웃어주시는 거는 참 대단하네요. 시민의식이 성숙해지면 어떻게든 이런 일들이 좀 줄어들긴 하겠지만 공사 측에서도 뭔가 좀 대책은 세워야 되는 거 아닐까요? 이렇게 감정노동 심하게 계속 스트레스가 쌓여가는 가운데에서 일을 지속적으로 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말이죠.
(사진=공공운수노조)
◆ 김민주> 그래서 저희는 감정노동의 문제가 시민의식을 넘어서 사업장에서 사측이 책임져야 되는 부분도 있다고 요구하고 있는데요. 일단은 이런 상황이라는 걸 공항공사가 알려야 된다라는 거죠, 고객들에게. 의식 개선 캠페인을 공항공사가 해야 된다는 거고.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 자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권한이 전혀 없어요.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권한을 주는 조치를 취해 달라라는 것이고. 마지막으로는 그런 상황들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매뉴얼을 노사 합의로 제작해야 된다라는 것이다.
◇ 변상욱> 이 자리에서 직접 인천공항을 이용하시는 이용객들한테 간단하게 한말씀 당부하고 싶은 거 있으시면 하십시오.
◆ 김민주> 네. 해외에 나가보시면 느끼시겠지만 인천공항이 굉장히 쾌적하고 편리한 세계 1등 공항인데요. 여기에서 일하는 많은 노동자들이 지금 비정규직이었지만 책임을 다하면서 일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즐거운 휴가길에 서로 웃으면서 배려하는 말 한마디가 있다면 더 행복한 여행길 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변상욱> 인천공항이 세계 1등 공항인 건 다들 알고 있는 것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건데 그것을 이용하는 자국민들이 거기에 걸맞은 수준을 유지해야겠죠. 오늘 고맙습니다.
◆ 김민주> 감사합니다.
◇ 변상욱> 공항 검색대에서 바라본 세상 이야기 공공운수노조 김민주 전략조직국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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